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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거만하고 무지한 미국인에게 망신 주었던 사연

by 이방인 씨 2012. 10. 31.

때는 제가 아직 파릇파릇하던 대학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노릇노릇해요. ㅠ.ㅠ)
친구와 둘이서 한달간 유럽배낭여행을 했었죠.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저희들은 프랑스에 있었는데요.
오늘의 이야기는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벌어진 일이랍니다.

워낙 말이 필요없는 관광객 집결지 No.1 이다보니 박물관 안은 어딜가나 자갈치 시장마냥 북적입니다.
그 와중에도 특히 어느 한 곳에 이르면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 느릿느릿 전진하게 되는데, 바로 이 그림을 볼 준비를 하시면 된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에 한번 놀라고, 그림 앞에 다다르면 예상보다 훨씬 작은 실물 크기에 또 한번 놀라게 되더라구요.
여행 당시 저는 소형 동영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었는데 (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었어요.) 촬영이 허가된 곳에서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었죠.
그 카메라는 Tape 이 얼마 남지 않으면 화면에 Tape End 라는 경고가 뜨고 그 후로 약 5분 정도는 더 촬영이 가능한 제품이었는데요.
마침 제가 한참을 군중 속에 휩쓸려 느릿느릿 모나리자 앞에 섰을 때 그 경고 문구가 뜨더라구요.
어차피 5분 이상 찍을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테잎을 교체하지 않고 찍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미국 영어 발음으로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멍청한 여자애 봐. 테잎 끝났는데 계속 찍고 있네. 저 간단한 Tape End 도 못 읽나봐. ㅋㅋㅋ

 

그 당시 저의 상태는 한달간의 고된 여행으로 지칠대로 지쳐서 피로 + 까칠함이 마음 속에 꽁꽁 숨어있을 때였는데 마침 그 미국인이 제 발로 걸려들었네요.
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고개를 쓰~윽 돌렸습니다. (눈에는 불꽃이 튀었겠죠. 아마??)
저와 비슷하게 스물두세살로 보이는 남자와 그 옆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커플인데, 킥킥거리고 있더라구요.
일단 남자 눈을 쳐다보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 카메라의 Tape End 는 앞으로 5분 남았다는 경고예요.
그리고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내가 당신의 그 무례하고 거만한 말을 다 알아들었네요.
이걸 어쩌나... 그 잘난 영어를 멍청한 내가 알아들어서??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알아듣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라며 미안하다고 버벅거리더라구요.

 

미안하긴요.. 원래 미국인들은 말이라고는 그 멍청한 미국 영어밖에는 못하잖아요.
그러니 다른 외국인들도 자국어밖에 못한다고 착각할 수 있죠.
내가 미국에서 조금 살아봤더니 미국인들이 원래 그렇게 단순하더라구요.

 

이번엔 옆의 여자까지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기서 멈췄어야 되는데 아까 말했듯이 제가 상태가 온전치 못했어요. ^^;;

 

근데 하나만 물어볼게요.
당신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요? 모자 리자가 무슨 뜻인지는??
루브르는 프랑스말이고, 다 빈치랑 모나 리자는 이탈리아말인데 설마 전부 같은 알파벳이라고 영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영어할 줄 안다고 자랑하러 유럽 여행오신 모양이구만???

 

딴에는 실컷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그들을 남겨두고 저는 다시 인파속에 섞인 채 그곳을 떠났습니다.
아마 그 미국인들은 얼마간 벙~ 쪄 있었을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무때나 이렇게 싸움닭처럼 굴지는 않는답니다. (믿어주세요. ㅋㅋ)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식 거만함과 무지함으로 무장하고 킥킥거리는 그들을 보니 왠지 괘씸하더라구요.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해 뒷말을 한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멍청하다니요?!

세계인의 영어사용에 관해서는 미국인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영어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언어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도 모두 말할 수 있게 배워야한다.
두번째,  외국인들은 영어를 못한다.

첫번째 부류도 짜증나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처럼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열받긴 매한가지라 저는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너희를 계몽시키리라~ 그게 불가능하다면 대신 망신 망신 犬망신을 주리라~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는지라 인파 속의 주변 사람들도 슬쩍슬쩍 듣고 웃는 걸 봤으니 아마 망신을 준 셈일까요??
그 당시에는 속이 시~원했는데 나중에 조금 후회가 되기는 했습니다.
그냥 미국인들이 원래 그런 사람들인걸... 하고 넘어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혹시 독했던 망신요법이 효과가 있어서 그 미국인들은 나중에 외국인을 보면 입조심하게 됐을까요?
아니면 본인들이 언젠가 프랑스에서 만났던 동양인 여자애가 정말 사납더라는 이야기를 두고두고 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제가 참을 걸 그랬나요?? ^^;;

좋은하루

* 아시겠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영어 못하는 외국인을 비웃지는 않습니다. 이 때 제가 만난 두 사람이 아직 어렸는데다가, 제가 동양인 관광객이니까 영어를 못 알아들을거라 지레 짐작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