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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에는 없는 미국만의 독특한 영어 사투리들!

by 이방인 씨 2014. 4. 8.

국 8도로 이루어진 한국에는 지역마다 독특한 사투리가 있잖아요? 저는 강원도 출신으로 그 밖의 지역은 여행으로 하루 이틀 다녀 본 게 전부라 만약 미디어를 통해 사투리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같은 한국어지만 다른 지역 고유의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한국보다 98배 큰 국토에 50개 주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도 당연히 지역 사투리가 있습니다.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 일일히 열거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만큼이요! 그런데 미국에는 지역별 사투리 말고도 한국에 없는 독특한 사투리들이 있답니다.


 ETHNOLECT 

Ethnic (민족의) + dialect (사투리) = Ethnolect (미국내 특정 민족들이 쓰는 영어)


Ethnolect는 외국출신 이민자들의 액센트와는 다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native로 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쓰거든요. 물론 최초에는 이민자 출신 선조들이 썼던 말이었겠지만 지금은 특정 민족 집단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나타내는 언어랍니다. 앵글로 색슨계 미국인이 쓰는 영어와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발음, 어휘, 문장을 가지고 있죠. 현재 미국에는 여섯 가지의 Ethnolect가 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 African-American Vernacular English (AAVE) - 미국 흑인들이 쓰는 영어
◆ Chicano English - 미국에서 자란 멕시칸들이 쓰는 영어
◆ New York Latino English - 뉴욕으로 이주한 푸에트로 리코 사람들이 쓰던 영어로 지금은 미국계 라티노들이 사용
◆ Pennsylvania Dutch English - 펜실베니아로 이주한 독일계 이민자 집단이 쓰던 영어, 지금은 많이 사라짐
◆ Yeshivish - 유대 전통교를 믿는 유대인들이 쓰는 영어
◆ Yinglish - 중부 및 동부 유럽 출신 유대인(Yiddish)들이 쓰는 영어


이 중에서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AAVE (아베)입니다. 미국 흑인들이 쓰는 독특한 언어인데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어려워했던, 아니 지금까지도 어려워하는 영어가 바로 AAVE랍니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는 당연히 앵글로 색슨계가 쓰는 Standard English고, 제가 이주한 캘리포니아에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어마무지하게 많기 때문에 Chicano English도 자주 들어 익숙한데 유독 AAVE만은 너~무 안들리는 거예요. NY Latino, Penn Dutch, Yeshivish, Yinglish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들을 일도 없기 때문에 못 알아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AAVE는 간혹이지만 듣게 되는데 그 때마다 알아듣는 말 반, 흘려보내는 말 반이랍니다.

 

왜 그리 어렵냐구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AAVE가 남부 사투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전에 제가 미국의 지역별 사투리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남부 액센트에 대한 설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2013/07/15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미국에도 영어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 있냐구요?

애초에는 남부 지역에서 쓰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지역과 상관없이 "흑인들의 말"이 되어버린지라 남부 근처에도 못 가 본 흑인들조차 AAVE를 쓰기도 한답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언어는 정식 명칭인 AAVE가 있지만 Ebonics (검은 영어)라고 불리기도 하죠. Ebonics는 Ebony (흑단, 새까만) + Phonics가 합쳐진 조어인데 Ebonics가 얼마나 알아듣기 까다로운 언어인지 여러분도 한 번 들어 보세요.

 

영상 속 백인이 하는 영어와 같은 뜻의 말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죠?


Ebonics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미국 공립학교의 선생님들조차 흑인 아이들의 AAVE를 못 알아들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흑인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AAVE 수업을 들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네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들도 이런데 제가 어떻게 이 언어에 쉽게 익숙해지겠습니까. 바로 얼마 전에도 심한 Ebonics를 쓰는 흑인에게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답니다. 샌드위치를 사러 가는 길에 만난 흑인이 제게 뭐라고 뭐라고 쉴 새 없이 말을 하길래 반 이상을 흘려보내고 다시 말해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소리치더라구요.


"Hey, you understand English?!!"
이봐요, 당신 영어 할 줄 알아요?!!


그래서 '영어는 할 줄 알지만 Ebonics는 못 한다'고 대꾸해 주려다가 그냥 인사만 건네고 지나쳤습니다. 사실 그 때 제게는...

 

 샌드위치 사 먹는 것만이 중요했거든요.


흑인들의 음악인 Hip-Hop이나 Rap에는 자주 등장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Ebonics는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흑인들 중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쓰지 않습니다. Ebonics 액센트를 고치기 위한 훈련을 받는 흑인들도 있구요. 흥미롭게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Standard English를 구사하던 흑인들도 흑인들끼리 모이면 갑~자기 Ebonics로 전환하는 일도 있답니다. 한국식으로 이해하자면 서울에 올라와서 사투리를 교정한 사람이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사투리를 쓰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집단 특유의 언어라는 건 의사소통의 도구를 뛰어넘는 유대감의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