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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미국, 명절 가족모임에 대한 이야기

by 이방인 씨 2012. 9. 30.

여러분들은 아마 고향집에 내려가 계시겠죠? ^^
저는 앞으로도 두달여가 남은 미국 추석인 추수감사절을 기다리며 오늘은 그저 평범한 토요일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도 한국인인지라 추석이 되면 예전 한국에 있을 때의 왁자지껄했던 명절날 분위기가 떠올라서 아련돋는(?) 회상모드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
저희집이 큰 댁은 아니었지만, 조부모님 산소가 가장 가까워서 늘 모든 친척들이 저희 집에 집결했었죠.
5형제가 모이는데 다들 명절 당일 점심에나 와서, 그 전에 혼자 모든 음식을 준비해야하셨던 어머니를 도와드리려고 저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전 부치기를 담당했었는데 특히 잘하는 것은! 동그랑땡입죠. 헤헤헤
지금은 간혹 먹고 싶어서 만들기만 할 뿐, 특별한 날이라 하는 법은 없어서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친척들이 오면 즐겁다. 하지만 친척들이 돌아가면 더~ 즐겁다


이런 명언이 나온 것만 봐도,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반드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닐텐데요.
특히 며느리들은 명절증후군 때문에 힘들고, 남편들도 그런 아내들을 보며 같이 힘들다고 하죠.
뿐만 아니라 좋은 날 모여서 싸움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저희집도 딱 한번이긴 했지만, 성격 대단하신 큰어머니 한분 덕에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다녀온 날 크게 싸운 적이 있었죠. ^^;;

미국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들처럼 끈끈하고 애증이 섞인, 너무 가까운 가족관계를 유지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끼리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일이 드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이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니, 뭔가 깔끔한 반면 애틋함은 부족한 것 같더라구요.
추수감사절에 모일 때도, 호스트를 하는 집주인이 칠면조나 메인 요리를 준비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 가지씩 다른 요리를 가져오는 식으로, 명절 전에 미리 모여서 함께 음식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죠.
물론 명절요리라고 해봐야 기껏 칠면조 구이나 호박 파이만 있으면 구색은 갖춰지기 때문에 일부러 모일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요. ^^;;

한국에서는 명절연휴라면 부모님 계시는 고향집에서 며칠씩 묶는 것도 이상할 것 없지만 미국에서는 연휴가 3-4일이 되어도 추수감사절 당일 저녁에 모여 밥 한끼 먹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나머지 기간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자유죠.

(구글에서 찾은 오래전 어느 미국 가족의 모임)


뭐랄까 이렇게 산뜻한 혹은 서운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에 모여서 가장 흔하게 하는 것이 바로 Share thanks and love 라고 합니다.
"감사와 사랑을 나눈다" 는 뜻인데, 가족끼리 서로 고맙다, 사랑한다 뭐 이런 대화를 하는거죠.
아주 그냥 겁나(?) 사이 좋아보이죠?
근데 미국인들도 똑같은 사람인지라 가족끼리 모일 때 싸우는 일이 많다더라구요. ㅋㅋㅋ

제가 언젠가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3 대가 모인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시작한 손주녀석들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부모들이 마구 혼내면서 일은 더 커져서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지는군요.
친척이랑 싸우고, 부모랑 싸우고, 부부끼리 목소리 높이고, 아주 가관입니다.
그 때 싸움을 벌인 손주가 외칩니다.

난 이래서 우리 가족이 싫다구요!

그러자 흥분한 엄마가 가족한테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냐고 더 혼을 내죠.
그 때! 어디선가 언뜻봐도 한 백년은 사신 듯한 집안의 가장 큰 어른, 할머님이 지팡이를 집고 더듬더듬 걸어오십니다.
이제 할머님께서 무언가 감동적인 한마디를 하시고, 가족들은 모두 후회하고 "사랑해요~" 를 외치고 끝나야되는 분위기입니다.
할머님은 딱 한마디를 남기셨습니다.

이런 멍청한 것들... 가족은 원래 짜증나는거야! 그들은 널 창피하게 하고, 화나게 하려고 존재한다고!

띠용~~ 이런 현자의 말씀을...!
싸우던 가족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끄덕 수긍하고 "사랑해요~" 하고 끝납니다. ㅋㅋㅋ
물론 미국식 sarcasm 유머이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과 마주앉아있을 여러분, 혹시나 그들이 여러분을 창피하거나 화나게 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그들이 우리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으로 그들을 똑같이 창피하고 화나게 만들어주세요. (응??) ㅋㅋㅋㅋㅋ

즐거운 추석 보내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시길 빕니다~

* 이 이야기, 절반의 공감과 나머지 절반의 재미로 보셔야한다는 것 아시죠? ^-^  또한 미국의 모든 가정을 일반화할 수 없음도 알려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