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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9. 12. 18.

미국 최대의 명절은 분명 추수감사절이지만, 체감상 가장 요란한 holiday는 누가 뭐래도 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가족, 연인, 친지를 비롯하여 직장 동료 및 이웃들에게도 크고 작은 선물을 하는 미국인들답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들 선물을 해야 할 사람들 리스트를 작성하여 하나하나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고 포장한답니다. 갤럽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인 1명당 선물 쇼핑에 $885를 썼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증가한 $942가 소비금액이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저도 요즘 회사 동료들에게 돌릴 작은 선물 꾸러미를 구성하고 포장하는데 매일 저녁 여가시간을 할애하고 있답니다. 소박한 선물이지만 줄 사람이 20명이 넘다 보니 거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답니다.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그들의 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이 끝나자마자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하는데 특히 집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특징이지요. 집집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주택가에는 밤이 되면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대단하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집들이 주~욱 이어지면서 장관이 연출되는 것이죠.

 

저희 동네에도 꽤 많은 집들이 저마다 장식을 끝냈더라고요. 온 집을 둘러싼 반짝이 전구를 기본으로 날아가는 루돌프, 거대한 선물 상자들, 눈사람 등등 다양한 소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미국인들이지만 의외로 그중에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싫어하다 못해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성스러운 날이 상업적으로 변절된 것이 싫다는 미국의 기독교인들입니다.

 

물론 미국의 기독교 인구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 탓에 크리스마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국인들이 있다는 말이지요.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이웃에게 "올해부터 내가 믿는 바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절대 기념하지 않기로 했으니 부디 선물 주지 말라"던 부탁도 받았고, 며칠 전에도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다가 동료 중 한 명이 미국식 크리스마스가 싫다는 열변을 토해 가만히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들의 생각인즉,

 

첫째, 크리스마스는 진짜 예수 탄신일도 아니다.

사실 12월 25일은 진짜 예수님의 생일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죠? 그 유래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원래 고대부터 기념하던 휴일에 끼워 맞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정확한 예수님의 생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어느 한 날을 정해야 하긴 하니 원래부터 존재하던 휴일을 예수님의 생일로 정했다는 설이죠. 정말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도 아닐뿐더러, 고대의 어느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날을 왜 기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군요.

 

둘째, 설령 예수님의 생일이라 해도!

설령 12월 25일이 예수님의 생일이라고 해도, 이런 성스러운 날에는 몇 날 며칠 전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봉사하며 보내야 한답니다. 그녀의 말로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인간들이 이렇게 화려한 파티나 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는 걸 내려다보시며 무척 실망할 거라는군요. 사실... 저는 현재 기독교인은 아닙니다만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셋째, 누가 이 따위로 흥청망청 돈을 쓰라고 했나!

가장 공감했던 것은, 크리스마스는 이제 그저 갖가지 상술에 놀아나는 날일 뿐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글 첫머리에 쓴 대로 미국인 1명당 무려 100만 원 가까이 소비를 한다니, 상업적 변절이 아니라는 반박은 못하겠네요. 사실 저도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날인데 왜 선물은 사람들이 주고받는지 궁금했답니다. 한국에서도 무슨 무슨 Day라며 자잘한 기념일들이 많은데 대부분 기업의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을 받기도 하죠? 종교적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마저 그리되었음에 씁쓸하지만 현대사회의 종교는 "자본주의"라고 하기도 하지요......

 

 

저 역시 크리스마스 소비를 줄이고, 종교적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보다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보내고 싶은데... 주변에 아직도 선물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 혼자 먹.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랍니다. 흠... 이참에 저도 주변인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으니 선물 사절이라고 선언해버릴까요? 부지런한 동료 몇몇이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을 돌렸는데... 이건 어쩐다...

아휴~ 암튼 안 주고 안 받는 게 가장 마음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