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이야기

친구와 카톡을 하며 알게된 한국의 스마트폰 문화 두가지

by 이방인 씨 2012. 6. 21.

카카오톡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사실 중요한 얘기가 오간다기보다는 주로 막간을 이용한 잡담을 하는 경우가 많죠.
저 역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 떨지 못하는 한을 실시간 잡담으로 풀고 있는데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한국의 독특한 스마트폰 문화가 몇 가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번째 - 음식은 먹는 것보다 사진 찍는 것이 더 중요해!

친구들은 종종 제게 그날 그날의 외식 메뉴를 사진찍어 보내줍니다.
이야기 하다가도 뜬금없이 음식 사진을 보내곤 하는데, 아마 미국에 있어서 맛있는 한국음식 못 먹는 저를 위해 그런거려니 하고 별 깊은 생각없이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수다를 떨다가 제가 시즐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왔다고 하니 친구가 대뜸,

사진! 뭐 먹었는지 사진 보여줘!

하는게 아닙니까.
순간 엥? 하고 당황했습니다.
"사진 없는데... 안 찍었어." 했더니 이번엔 반대로 친구가 엥? 하는 반응입니다.
왜 안찍었냐, 스마트폰을 안 가져갔느냐 묻길래 듣고 있다가 저도 하나 물었습니다.

맛집 블로거도 아닌데 왜 음식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넌 왜 음식 사진을 찍어??

했더니 친구는 "그냥, 재밌잖아." 라는 신통치 않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그러더니 또 미국에서는 다들 음식 사진을 안 찍느냐, 아니면 너만 그런거냐 묻더군요.
제가 미국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가도 음식 사진 찍는 친구는 그다지 본 적 없는 것 같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제 친구 또 뭔가를 물어옵니다. (요런 집요한 녀석같으니....ㅋㅋㅋ)

그럼 페이스북엔 도대체 무슨 사진을 올려?!

음...각자 올리고 싶은 사진을 올리지요!
놀러가서 찍은 사진, 집에서 혼자 찍은 사진, 학교 사진, 직장 사진, 어릴적 사진 기타 등등 아무거나 올리고 싶은 사진을 올린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저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더군요.

그래? 한국에선 음식 사진 올리는게 기본이야.

아하~ 그렇구나.
한국에선 음식 사진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아무래도 음식 좋아하는 걸로는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인들이라 음식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해서 그런건가 짐작해봅니다.
제 친구들도 무언가 먹으러 갈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서 저한테 카톡으로 보내곤 하거든요.
심지어 그 날 회사에 싸간 도시락부터 디저트로 먹은 커피와 케익까지 찍어서 SNS 에 올려놓구요.
무엇이든 먹는 것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무조건 입에 넣고 보는 저로서는 음식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자제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ㅋㅋㅋ

두번째 - 스마트폰 관리, 애인이 가장 위험 인물!

이것도 역시 친구가 별 생각없이 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Go Locker 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쓰냐고 제게 묻기에 그게 뭔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스마트폰 잠금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알려주더군요.
제가 스마트폰 잃어버릴 일이 없어서 잠금장치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친구의 대답이 생뚱맞습니다.

헤에~ 미국식 사고방식이다!

여기서 또 저의 엥? 이 등장합니다.
그게 무슨 미국식 사고방식이란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는겁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분실해서 타인에게 정보가 노출될 것이 염려될 때 잠금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만 친구는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기 때문에 잠궈두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가족, 친구, 회사 동료들이 아무렇지 않게 스마트폰을 구경한다고 하는게 아닙니까.
단순히 스마트폰 기기 구경을 한다는 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무슨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지, 사진은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심지어 카톡 테마는 무엇을 쓰는지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친구의 주변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을뿐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개인 정보가 수두룩한 세상에 타인의 폰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질 않네요.
물론 미국 사람들도 가끔 스마트폰 기기 구경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핸드폰 구경 좀 해도 되냐고 묻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기의 사양이나 디자인을 구경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그 안의 내용에는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무슨 어플리케이션을 쓰는지, 무슨 사진을 찍는지 정 궁금하면 말로 물어볼 뿐 스마트폰을 볼 생각은 전혀 안했거든요.
아무리 시덥지 않은 것이라도 개인의 Privacy는 최대한 존중하는 미국식 사고방식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하더군요.
그건 또 어째서냐고 물었더니 그냥 사귀는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보는 거지만 속으로는 의심해서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친구가 분개해서 덧붙이더군요.

이게 다 TV만 틀면 나오는 막장 불륜 드라마 때문이야!

ㅋㅋㅋㅋ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여기까지 듣고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몰래 애인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발각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또는 반대로 애인이 내 스마트폰을 몰래 보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미국이라면 헤어지네 마네 할 정도의 심각한 싸움일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면서 깨닫게 된 한국의 독특한 스마트폰 문화에 대해 써봤습니다.
모든 것은 사람 나름이니 한국인들중 일부 혹은 소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기에 포스트해봅니다.
모든 한국분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