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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이해 안되는 미국 인재선발의 흔해빠진 기준

by 이방인 씨 2012. 10. 2.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이들의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재는 모두 Leader 타입이라는 믿음이죠.
한국사회도 마찬가지겠지만, 리더쉽이 있는 사람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죠.
그러니 학교나 직장에 지원할 때도 리더쉽 덕목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구요.

하지만 뭐든지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미국은 도가 지나치답니다.
리더쉽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중요함" 을 넘어서서 거의 "집착" 수준이라고 할까요?
이런 문화 탓에 미국인들 다수가 모이면 리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안달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나대는" 성격이라 그렇다기보다 뭘하던지 리더가 되는게 좋다는 것이죠.

사람들끼리 모여서 클럽활동을 하거나 일을 진행할 때 서로 리더를 하려고 경쟁하는 것은 뭐 그렇다고 쳐도 제가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학교나 직장의 인재선발의 획일화된 기준이랍니다.
미국의 대학, 대학원 심지어 의대, 법대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의 지원자 선발 기준에는 리더쉽이 빠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나 취업 지원 원서에서 본인이 리더쉽을 발휘한 경험을 적으라는 항목이 있고, 이 칸에 적는 것이 많을 수록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대학진학을 할 때 이것저것 꾸역꾸역 갖다붙이고, 써넣었던 피곤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리더쉽 스킬이 풍부한 사람은 훌륭한 인재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명을 선발하는 공채시험에서 100명 전부 리더 타입을 뽑는 것은 과연 합리적일까요?

이상적인 리더와 그 팔로워들의 대형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룹과제나 공동업무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리더는 적고 팔로워는 많을 수록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이 그림을 반대로 뒤집어보게 되면 앞장 서서 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뒤에서 지지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줄어듭니다.
게다가 앞의 다섯명이 서로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하면 뒷 사람들은 어디로 흩어지란 말인지요..

모든 사람이 리더라면, 결국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아마 미국인들은 서로 리더가 되려고 싸우는 것을 건설적인 경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쓸데 없는 시간 낭비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시절에도 미국인들 여럿하고 그룹이 되면 "빠른 진행" 은 물 건너 가는 날입니다.
몇몇이 서로 자기 말대로 하는 게 좋다고 회의하는데만 한 세월을 보내서 정작 본격적인 과제에 들어가려고 하면 시간이 모자랄 때도 있었을 정도죠.
저는 여럿이 모이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한번은 팀원들 5명을 앞에 앉혀놓고 미국 남자애들 둘이서 끝도 없는 리더경쟁을 하기에 너무 짜증나서 목소리를 높였더니 15분안에 회의가 끝난 적이 있었지요. 후후훗
미국인들은 이렇게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다가도 한번 버럭~ 해주면 깨깽~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특히 이들은 우리 아시안들은 분란을 싫어해서 늘 얌전하고 조용하다는 선입견이 있거든요.
거기다대고 제가 갑자기 데시벨을 확~! 올렸더니 움찔하더라구요. ㅋㅋㅋ

미국에서 이런 경험을 꽤 많이 해서 그런지 저는 학교나 기업에서 리더만! 뽑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랍니다.
100명을 선발한다고 치면 그 중 리더타입은 10명이 채 안되게 뽑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여러명의 그저그런 리더보다 한명의 강력한 리더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구요.

또한 뒤에서 따라가는 팔로워들을 리더보다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자질의 성향이 다를 뿐,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제가 앞서 이야기한 미국 남학생들의 경우, 앞에서 걷고 싶은 마음은 강하지만 뒷줄에 세워놨을 때는 과연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타입이야말로 뛰어난 인재라고 여기는 편향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본인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리더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정작 100명이 승선한 배에 선장만 100명이고 항해사도 없고, 선원들도 없다면 그 배는 산으로 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출항도 못해보고 끝나지 않을까요?

한국도 요즘 학교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전부 다 "글로벌 리더" "앞서가는 리더" "생각하는 리더" 기타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리더만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이 모자란 것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리더를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르겠네요.
다양한 성향과 재능을 가진 인재를 두루 뽑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어디서나 리더가 되어야하는 이런 사회... 어려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명절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분들이 많으실텐데,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글은 모든 미국인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미국인들 본인들도 이런 리더쉽 강요문화에 짜증이 많이 나나봐요. ㅋㅋ
이런 이미지를 발견했습니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리더쉽 스킬이 필수죠."
"엿 먹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