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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이방인 씨, 3년 만에 돌아온 이유를 적어봅니다.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독자들이 일부러 글을 읽으러 주신 분들인지, 아니면 우연히 구글 검색을 하다 들어온 분들이신지 길이 없습니다. 미국이야기도 아닌, 저의 사소한 잡담을 읽는 분들이 계시는지는 더욱  없구요. 그럼에도 이렇게 작은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제가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를 기록해두기 위해서입니다.

이방인 씨의 블로그는 2011 가을에 문을 열었답니다. 당시에는 티스토리도 아니고 "다음 블로그"였죠. 시작한 이유는... 익숙해지다 못해 무료해진 이민생활에 지친 마음을 취미생활로 달래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누가 거라는 기대도 없이 그냥 머리속에 떠오른 재미난 생각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어딘가에 모아두자 취지였죠. 저는 스스로 생각해도 ....이었거든요. 종종 머리속에 근원을 없는 재미진 생각, 웃긴 말들이 마구 떠오르기도 했구요.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는 어찌된 일인지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음 포털 메인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후로는 고정적으로 찾아주시는 방문객들도 늘어나서 초보 블로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방문자수가 많은 날도 있었죠.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좋기만 했답니다. 그러다 맛을 ~ 날은, 한국의 아이돌에 대한 글을 작성했을 때였습니다. 맹세코 말하지만 저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아이돌 팬이 아닙니다. 당시 글은 미국에서도 통할 같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냥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생각을 , 특정 아이돌 그룹을 칭찬하고 다른 그룹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죠. 그러나 아뿔사! 한국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글이 발행된 , 1 방문자가 무려 10만명을 달성했는데 전에도, 후에도 블로그가 그토록 흥한 날은 손에 꼽습니다. 그리고 달린 악플이 ~~, ~~ 했죠

처음 악플의 맛을 이후로, 아마 꾸준히 시달렸던 같습니다. 의미없는 시비, 의도적인 비방,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들. 매일이 날처럼 폭탄은 아니었으나 블로그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시달림도 커져갔죠. 안정기에 접어든 후로 3년간  블로그는 일방문자 7,000-10,000명을 오가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뻤죠. 맛도 났죠. 인기인이라도 마냥 들뜨기도 했구요. 그러나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돌멩이 때문에요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격렬하 느낀다죠? 10, 100개의 좋은 댓글이 있어도 1개의 심한 악플이 달리면 가슴이 순식간에 서늘해집니다. 일부러 상처주려고 모멸감이 들게 작성한 악플을 보면 불쾌함은 말로 표현할 없을 정도고, 심지어 며칠씩 생각나기도 한답니다. 사실 이건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 없는 감정이예요. ", 그냥 어디서 베베 꼬인 사람 하나 나타났구나. 이런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 상책이지.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이런 생활이 이어지다보면 자학에 빠지게 된답니다. ' 나는 악플에 담대해지지 못하는 걸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지? 내가 마음이 넒지 못한 인간이구나! 내가 컨트롤할 없는 일에 마음을 쓰지? 못났구나!' 하며 그들에게 지지말고 버티라며, 피해자인 자신을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악플러들에 대한 원망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마음이 거칠어지지요.

그래서 어느 하루 글을 쓰지 않기로 합니다. 오늘 쓰기로 날이지만 어쩐지 내일로 미루어 싶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내일이 옵니다. 하루 미루고 싶어지네요. 다음날이 옵니다. 이젠 아예 주를 건너뛰고 싶어집니다. 다음주가 옵니다. 글을 쓰는 아니라 로그인을 미루고 싶어집니다. 달이 지납니다. 그런 과정을 12번 거치면 한 해가 갑니다. 아이디는 기억이 나는데 비밀번호는 가물가물하네요. 핑계로 또  해 갑니다. 이런, 휴면계정 안내메일을 받았습니다. 휴면계정 해제하기가 귀찮아집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휴면계정을 해제하지 않아 블로그에 로그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URL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굳이 기억해내려하지 않고 시간이 흐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왜인지 URL 기억났습니다. 마치 타인의 블로그인냥 방문해봅니다. 처음인 것처럼 이것 저것 클릭해 보고 둘러봅니다. 오호라~ 어쩐지 구미가 당깁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약이 되긴 모양입니다.

이렇게~하여 이방인 씨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길고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의 1/10 줄어든 방문자수를 확인하니 이곳은 다시 " 생각을 잊기 전에 기록하는 공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저기 메일을 보내 휴면해제를 다시 돌아와 보니 제가 자취를 감춘 후로도 오랫동안 들러서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코끝이 찡해지는 한편 송구스럽기도 했죠. 그리고는 천천히 그간 제가 글들을 몇 개 읽어 보았는데, 데!!

그래, 역시!
웃긴 녀석이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유머만은 완.전.  취향인 것이다!



우흠하하핫!


라며... 뻔뻔하게도 이성을 잃고 제가 글들을 읽으며 빵빵 터졌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죠. 고백하건데 다시 쓰기 시작한 글들은 예전만큼 웃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가 감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요즘 조금 바쁘기 때문입니다.
(죽어도 내 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구차함)


그냥 번에 글을 ~ , 대충 맞춤법만 보고 발행할 밖에 없는 현실이랍니다 바쁘냐 물으시면... 3년간 제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먼저 설명해야 하니까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사연도 차근차근 전해드릴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은 넘어가지요.

어쨌든 이리하여 다시 한 번 블로그가 제 취미생활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록하려 이 글을 씁니다. 오늘 미국 이야기를 읽기 위해 오신 분들에게는 죄송하게 되었네요. 다음 글은 미국인들의 호들갑에 관한 이야기이니 기대해주세요.

여러분 오늘도 신나는 하루 유후~

  • 2020.01.16 05:26

    비밀댓글입니다

    • 이방인 씨 2020.01.17 03:05 신고

      너무 오래 무심히 버려두다 돌아왔는데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니진리체님. 티스토리도 많이 바뀌고, 글쓰기 에디터마저 바뀌어버려서 아직 손에 익진 않았는데 다시 가열차게! 해볼게요. ^^

  • Wooms 2020.01.16 08:51

    방인님, 제가 그 3년 전에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독자에요. 저도 왜 갑자기 사라지셨는지(?) 궁금했는데, 다시 돌아와주셨을 때 너무 반가웠고 또 새로 올리시는 글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답니다.
    그리고 방인님의 유머와 글솜씨 완전 인정해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을테니 꾸준히 글 올려주세요. ^_^
    -한국에 있는 어느 팬이-

    • 이방인 씨 2020.01.17 03:07 신고

      반갑습니다 Wooms님. ^^ 그렇게 오래 떠나 있었는데도 잊지 않고 블로그 확인차 들러주시는 분들이 계신 걸 알고 정말 찡했답니다. 왜 그간 짧은 글이라도 올려 생존신고라도 하지 못했나 후회도 많이 했구요. 앞으로는 부담없이 편하게 써보려구요. 그래야 개그감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요. ^^;; 응원감사드려요!

  • 단발머리♥ 2020.01.16 10:02

    역시 악플 때문에 블로그와 멀어지셨군요. 저는 예전부터 블로그 해보고 싶어도 소심해서 누가 너 그 말 틀렸는데? 그거 아닌데? 이렇게만 글 달려도 너무 신경 쓰일 것 같고. 두근두근 할 것 같아서 못하는 이유 도 있긴해요.
    왜 우리는 글 너머에 사람있다고 생각을 못할까요. 최근에 유명 연예인들이 악플로 세상을 달리해서 악플 쓰지말자라고 자정의 목소리가 높은데 악플 다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악플 때문에 언제든 방인님이 블로그 글을 중단하신다고 해도 이해해요. 저는 블로그 악플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회사 업무 때문에 종종 고객 컴플레인을 제가 다루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감정의 쓰레기통 될 때 그 분노는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그 날은 하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거려요.

    그들은 나한테 한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지 모를텐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어야하나. 잊어 버리자 이까짓껀 내 인생에 1도 영향을 줄 수 없다 되뇌이지만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 이방인 씨 2020.01.17 03:12 신고

      맞아요. 머리로는 그냥 잊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정말 마음이 그렇게 안돼요. 억울하기도 하고, 약오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얽혀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응어리가 되어버리거든요. 3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또 3년이 필요했네요. 이제는 또 그런 일이 닥쳐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이왕이면 아무일 없이 살고 싶네요.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시는 업무 스트레스도 알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직장에도 직원들을 자기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상사분이 한 분 계시거든요. 분통 터지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고 있어야 하는 그 심정, 저도 잘 알죠. 우리 함께 손잡고 힘내요!! ^^

  • 2020.01.17 06:14

    비밀댓글입니다

    • 이방인 씨 2020.01.18 08:42 신고

      다시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친철한 댓글 달아주시면 큰 힘이 된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말 공감해요. 아무도 아닌 사람들한테 신경쓰면서 정작 주변인들에게 소홀해지는 거요. 저도 다시 다짐해봅니다! ^^

  • 골드미즈 2020.01.17 10:17 신고

    아 그런일이 있었군요. 저는 열혈 싸이월드유저였는데, 그때는 일촌들과만 소통했던터라 진짜 내 감정을 속이지 않고 하고싶은말 다 했는데,
    싸이가 망해가고 티스토리나 인스타를 해보니 글 하나 올리는데도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네요. 내가 아는 일촌들이야 나에게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느낌인데, ,, 오픈된 전체공개글을 올리는데 신경쓸게 이래저래 많네요~
    그래도 인생 살아가는데 기록은 반드시 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살아가는이유가 되죠.
    앞으로도 재미난 글 많이 기대할게요^^

    • 이방인 씨 2020.01.18 08:44 신고

      아, 추억의 싸이월드 그리워요. ㅎㅎ 아기자기한 맛은 싸이월드가 최고였는데 말입니다. 요즘 sns는 뭐랄까 양산형 느낌이에요.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가열차게 써볼게요!

  • 철목진 2020.01.18 05:25

    유쾌하고 또 유익한 글 다시 맛볼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감사합니다.
    이방인님 오빠의 안부가 이방인님 안부 만큼이나 무척 궁금합니다.^^

    • 이방인 씨 2020.01.18 08:47 신고

      저도 다시 만나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감사해요. 게다가 와우 저희집 흥할 인간을 아직도 기억해주시는군요! 오빠에게 꼭 전해주겠습니다. 저희 흥할인간과 박여사님은 여전히 둘만의 세계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자식편애 법으로 금지해야돼요. -_-^ 흥할 인간 이야기 앞으로 서서히 다시 들려드릴게요. ^^

  • 크리스틴 2020.01.18 14:26

    정말 오래간만이네요...복귀 축하드립니다...저도 생각나네요...이방인님 글 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 2020.01.19 14:14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