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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유치찬란 요란한 미국인들의 애칭사랑!

by 이방인 씨 2013. 12. 20.

서양 사람들은 '애칭'을 참 좋아합니다.
애칭 (pet name)은 가까운 사이의 사람끼리 친근하게 부르는 이름인데 미국인들의 애칭사랑이 대단하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애칭에도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 멋대로 나눈 기준이지만 한 번 들어보세요.


 1. 이름 줄이기 

가장 흔한 방식은 정식 이름을 짧게 줄여 부르는 것으로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Daniel → Danny, Elizabeth → Liz, William → Bill 등등으로 부르죠.
처음 만나는 미국인과 인사를 할 때 이런 상황도 간혹 벌어집니다.

이방인 씨: Hello, I am OOO. Nice to meet you.

William: Nice to meet you, too. I'm William. Call me "Bill".
            만나서 반가워요. 난 윌리엄인데 그냥 "빌"이라고 불러요.

워낙 사람에게 친근한 미국인들이라 그런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편한대로 애칭을 불러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반대로 편하게 생각하고 멋대로 이름을 줄여 부르다간 정중하게 It's William. (윌리엄이예요.)이라고 고쳐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 상대가 먼저 편하게 불러도 된다고 하기 전에는 예의를 갖추는 게 좋죠.


 2. 과일이나 채소의 이름 

귀여운 과일이나 채소의 이름도 여성/아이들의 애칭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서 와서 크게 놀란 적이 한 번 있는데 여자 아이에게 pumpkin이라는 애칭을 쓰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예요.
아니, pumpkin이라면 한국어로 "호박"이잖아요!

아무리 아이라도 그렇지 여자에게 호박이라니!!!

석고대죄감이렷다!

 

그런데 호박의 종류가 무척 다양한 미국에서 pumpkin이란 가을에 많이 나는 동그랗고 귀여운 호박을 부르는 말입니다.

 

가을에 장식용으로 쓸 만큼 예쁜 호박이죠?

 

펌프킨 파이, 펌프킨 푸딩으로 먹는 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채소라 그런지 귀여운 여자 아이 혹은 예쁜 여성에게도 pumpkin이라는 애칭을 많이 붙인답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 식물 애칭은 ginger (생강)입니다.
"생강"이라니... 성격이 쌉싸름하고 톡 쏘는 사람에게 붙이는 애칭이라 짐작할 수도 있지만 ginger붉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들을 부를 때 씁니다.
우리가 음식에 사용하는 생강은 뿌리 부분으로 노란색을 띄지만 이 식물의 가장 윗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꽃은 빨갛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들을 ginger라는 애칭으로 불러요.

 

영국의 해리 왕자도 붉은 머리칼을 가졌는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형인 윌리엄 왕자는 집안에서는 동생을 꼭 ginger라고 부른다는군요.

 

 

이 밖에 제가 들어본 애칭들만 해도 peach (복숭아), plum (자두) anjou (유럽산 배) pepper (후추 ← 이것도 꽃이 예쁘다던가 뭐 그런 이유가 있을까요... 없다면 심한데??) 등등 채소나 과일 이름이 많았답니다.


 3. 유치짬뽕 

1,2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3번은 듣고 있자면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답니다.
제가 들어본 사랑스러움이 지나친 애칭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Sweetie Pie: 단어의 끝에 -ie가 오는 rhyme이 있네요.
                        직역하면 "달콤한 파이"군요.

Cutie Pie: "깜찍한 파이"

Fruit Cake: "과일 케이크"

Honey Bunch: 이것은 번역하면 "꿀 덩어리"네요.

Honey Bunny: 역시 라임이 있는 애칭으로 "꿀토끼"

Dumpling: "만두" "경단"

Pudding Pop: "푸딩"

Sugar Puff: "설탕 퍼프"

Munchkin: 이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난쟁이족인데 '귀여운 꼬마'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것보다 훨씬 많지만 제 귀로 들어본 건 이 정도네요.
서양인들이 디저트를 좋아해서 그런지 달콤한 음식의 이름이 많죠?

지금이야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지만 처음에 미국인들이 연인 사이에 저런 말을 할 때는 어우~ 느끼해서 참기 힘들더라구요. (아기들에게 하는 건 귀여워서 좋지만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유치찬란한 애칭으로 부르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겠죠?
언젠가 한국 남자 분이 "얘기야~"라고 부르자 한국 여자 분이 진.짜. 애.기.말.투.로. 대답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미국인들의 요란한 애칭은 저리 가라할 정도로 두려움마저 느꼈답니다.

여러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