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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코로나탓 요즘 미국인들 농담: "집에 화장지는 있고?"

즘 캘리포니아에서는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우스개로 하는 인사가 있습니다.


그래, 집에 화장지는 있고?


뉴스를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난리로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유사시에 화장지부터 챙긴다는 사실을요. 



며칠전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 빵 터졌습니다.


이방인: 요즘 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야. 우린 아시안이니까 쌀을 엄청 많이 먹잖아. 어머니가 평소처럼 마트가서 대용량 쌀을 사려고 했는데 진열대가 텅 비었더래. 마트를 세 군데나 돌았는데도 못 사셨다네.


미국인 동료1: 쌀만 없는 게 아니라 화장지도 없다구! 주말에 마트갔는데 하나도 못 구했다니까.


이방인: 나 너무 궁금한 게 있는데, 미국인들은 왜 그렇게 화장지를 사는 거야?


미국인 동료2: 나도 몰라. 그냥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될 것 같은데.


이방인: 그래.. 아시안들은 쌀을 사들였고, 미국인들은 화장지를 사들였구나. 


제가 심각한 어투로 여기까지 말하자 듣고 있던 미국인 동료 1,2,3이 다 빵 터지더라구요.


미국인 동료 1: 그래, 우린 우선순위가 다르구나.


이방인: 아이, 근데 정말 쌀 없어서 큰일 났네. 아니 우리 도시에 쌀 소비인구 많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미국인 동료 3: 왜 그들만 쌀을 샀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나도 지난 주에 쌀 50파운드 짜리 사다놨는데.


이방인: 네가 왜? 쌀 안 먹잖아.


미국인 동료 3: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잖아. 쌀만큼 효율적인 비상식량이 없지. 마른 곡식이라 상할 염려도 적고, 보관할 때는 부피가 적지만 음식을 하면 많이 불어나니까. 아시안만 산 게 아니라 우리도 많이들 샀을 걸.


이방인: 그래, 그랬구나.. 평상시엔 고기와 감자만 먹느라 쌀은 거들떠보지 않던 네 녀석들이 이제 쌀마저 먹어버리겠다해서 쌀이 주식인 우리가 쌀을 못 구하였구나. 


미국인 동료 3: 미국에 온 걸 다시 한 번 환영한다.


제 농담을 받아치는 미국인 동료의 넉살에 모두가 한 번 더 빵 터졌습니다.


평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마트마다 쌀이 품절되었을 때, 조금 황당했는데 의문이 풀렸네요. 누구할 것 없이 비상식량으로 보관하기 좋은 쌀을 많이들 샀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지금 먹다 남은 쌀 반 봉지가 전부랍니다. 뭐,, 2.2kg 짜리는 아직도 파는 것 같으니 그거라도 사려구요. 


그런데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미국인들이 화장지에 집착하는 이유 말입니다. 저는 느~어~무~ 궁금했어요. 아니 도대체 화장지가 정말 그토록 중요한 비상물품이란 말인가? 마트에서 화장지 서로 사려다 싸움났다는 미국인이 한 둘이 아니예요. 제 바로 옆에 앉아 근무하는 남자 직원의 부인도 지난 주에 마트에서 다른 여성과 한바탕했다더라구요.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여성이 있어서 딱 한 묶음만 양보하라고 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해서 말싸움이 붙었다네요. 아니, 대체 화장지가 뭐길래? 미국인들은 비상시에 식량 떨어지면 화장지라도 씹어먹는건가?? 미국에서 20년을 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미국인 친구들한테 대놓고 물어봤어요.


아니, 왜 그렇게 화장지에 목숨거는건데?


했더니 다들 발뺌합니다.


"아니, 난 화장지 사들이지 않았는데?"

"우리도 그냥 평상시에 사는 만큼 샀는데?"

"난 집에 화장지 별로 없는데?"


훗, 이 녀석들, 뻥치고 있네.
마트마다 품절 품목이 다 말해주고 있구만. 


아마 솔직히 인정하기엔 자기들도 어딘지 모르게 창피했나 봅니다. 미국인들에게 캐물으며 돌아다녀보니 그냥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남들이 사들인다는 뉴스가 자꾸 나오니, 불안감에 자기도 사는 거죠. 화장지 전쟁 사태가 심화되면서 여기저기서 사회학자들이며 심리학자들이 이유를 분석한 기사도 나오는데 다들 비슷합니다. 비상시에 누군가 화장지를 많이 사는 걸 보면 자기도 따라 사고 싶어진다고 하네요. 그런 사재기 행위를 통해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요. 아마 사태 초반에 화장지를 사재기한 일부 사람들이 이 행위를 부추긴 거라고도 볼 수 있겠죠. 하기야 화장지 뿐만 아니라 모든 사재기가 그렇죠. 남들이 하도 사니까 나중에 내가 정말 필요할 때 물건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에 같이 사재기에 동참하게 되는 거잖아요. 저도 처음 1-2주간은 사재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빵 터져서 웃기만 했는데 이젠 저도 슬슬 불안해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참...
얻어걸리는 운이라는 것이 말이죠
.
.
.


저는 코로나바이러스 시작도 전, 한 5개월 전 쯤, 클릭 실수로 아마존에서 화장지를 어마무지하게 구매한 적이 있어요. 아마존에서 24개 묶음을 샀는데, 24개 묶음이라고 쓴 제목 뒤에 3팩이라고 쓴 걸 못 보고 그냥 샀거든요. 참 이상하죠.. 24개 묶음 3팩이면 가격이 이상하게 비싸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그냥 샀나봐요 제가. 당시 핫딜이었을까요...? (남일인냥 말하죠? ^^) 그래서 전 혼자 사는 집에 화장지가 무려 72롤이나 생겨버린 거예요! 당시에 배달된 화장지 산더미를 보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속으로 혼자 "야이~ 이건 낯 팔려서 어디다 말도 못하겠다." 했는데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될 줄이야...!


덕분에 저희 집에 쌀은 없지만 화장지는 빵빵하게 구비되어 있답니다. 저야말로 유사시에 화장지 뜯어먹게 될런지도요...


여러분 오늘도 건강한 하루 유후~

  • 송가지가지 2020.03.18 13:24 신고

    정말 휴지 사재기의 이유가 남들이사서 사는거였다니..!.ㅋㅋㅋㅋㅋ 그래도 휴지는 없는 것보단 있는게 나을것같아요 ㅎㅎ

    • 이방인 씨 2020.03.20 03:08 신고

      그렇죠. 비상시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물품은 아닌 것 같지만 있으면 좋은 건 분명하죠. ^^ 저도 실수로 사들인 휴지가 많아서 다행이에요. 어쩐지 부자가 된 느낌!

  • 봄약사 2020.03.18 19:41 신고

    휴지를 대체...ㅋㅋㅋ 우리나라빼고 다 사재기로 난리에요

    • 이방인 씨 2020.03.20 03:09 신고

      난리도 난리도 아주 그냥 생난리네요. 이젠 마트마다 물품을 1인당 2개씩만 살 수 있게 하고, 아예 재고를 창고에 넣어두고 손님이 요청하면 몇 개씩만 꺼내다 주더라구요. 아니 왜들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 들꽃처럼 2020.03.18 23:11

    저두...
    화장지 30롤짜리 두개 쟁여놨는데...
    ㅋㅋㅋ
    시어머니가 주신 40키로 쌀도 있고~~
    냉동실엔 각종 볶음밥이 가득 해요.

    미국 코로나 기사 보고
    방인님 걱정을 그리 했다는!
    괜찮으시죠?

    • 이방인 씨 2020.03.20 03:12 신고

      저는 건강하게 잘 있답니다. 저는 사실 새로 이직한 회사의 보스가 코로나 보다 더한 위협이랍니다. 특히 요즘 살얼음판인 것이, 코로나 탓에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방팔방 화풀이를 하고 다니신답니다. 저는 재택근무의 "ㅈ"자도 못 꺼내보고 그냥 회사에 나와 일하는데, 와우~ 이 분 아주 그냥 놀부심보가 장난 아니셔서 직원들 재택근무하는 꼴이 그렇게 못 마땅하신가 봐요.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분들 중 이런 분들을 "꼰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미국 꼰대가 더 악질인 것 같아요. 우하하하하하.

  • 단발머리♥ 2020.03.19 08:23

    아 진짜 왜 다들 화장지를 사재기하지 항상 궁금했어요. 비상시 화장지 없으면 불편하기는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식량이나 물처럼 없으면 생명에 위협가는 물품도 아니고 ㅋㅋㅋ 위기의식으로 그냥 사고 보는 걸까요^^

    한국은 막 사재기는 없는데 마스크가 귀하죠. 우리아빠도 1시간 기다렸다가 마스크 2장 구매했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넷 구매는 비싸서 그렇지 그래도 요즘 구매 할 순 있는데, 인터넷이 어려운 어르신들는 오프라인 매장만 이용해야하닌깐 어르신들이 마스크 구하는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약국에 줄서서 기다리는 분들보면 어르신들이 더 많더라구요. 코로나로 이게 무슨 세계가 난리인지...ㅠㅠㅠ한국은 오늘 강풍주의보가 내려서 아침부터 날씨가 저녁 같아요. 어디있든지 서로 몸조심해요 ^^

    • 이방인 씨 2020.03.20 03:21 신고

      주변 미국인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이유를 모르겠대요. 그런데 분명히 사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들 나 몰라라 하네요? ㅋㅋㅋ
      얼마전에 차도남 본부장님께 농담으로 "집에 화장지 충분히 구비해두셨어요?" 했더니 웃음기 하나 없는 궁서체 얼굴로 "아껴쓰고 있는 중입니다."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웃기던지 빵 터졌어요. 어떻게 아껴쓰시고 계신지 궁금해서요. ㅋㅋ
      단발머리님도 항상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 vision2real 2020.03.19 19:03 신고

    휴지는 쌀과 바꾸는데 쓰셔야겠어요~ㅋ

  • 똘이어뭉 2020.03.20 13:21

    휴지야말로 유사시엔 비상연료, 방한용품, 생리대, 기저귀, 필터, 의료용 처치용품, 심지어 베개로도 쓸 수 있으니까 진정한 대비품목이 아닐까요ㅎㅎㅎ나름 고도의 치밀한 미국인들의 미래계획?

    • 이방인 씨 2020.04.10 06:23 신고

      듣고 보니 그러네요. ^^ 요즘 미국인들 농담으로는 "집 밖에 못 나가고 하루 종일 집에서 생활하니까 많이 먹게 되고, 많이 먹으니 자연히 휴지 쓸 일이 많아진다"고들 하네요. ㅎㅎㅎ

  • 사랑열매 2020.03.26 17:37

    왜 유럽에 화장지 사재기가 나타나는지 고찰한 기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말하길
    유럽은 뒷처리에 선택지가 화장지밖에 없어서 그렇다더라구요.
    우린 비데가 많이 보급되어 있고 화장실이 습식인데다 샤워기가 줄로 연결되어 있어서 화장지를 조금 써서 뒷처리가 가능하고 정말 유사시엔 옛날에 종이 비벼서 써 본 경험들이 있어서 화장지에 목숨걸 필요를 못느낀다고 하더라구요 ㅎㅎㅎㅎ

    • 이방인 씨 2020.04.10 06:25 신고

      진짜 맞는 말이예요! 여기는 비데 없는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옵션이 없는 용품 중 하나죠. 그런 와중에 뉴스에서는 자꾸 마트마다 휴지가 동이 났다고 하니 너도 나도 사려고 안달이 난 거죠.

  • 남산토끼 2020.03.29 00:27 신고

    그래서 앞일은 알수가 없나봅니다. 잘못주문한 화장지가 행운이 되었네요^^;

    • 이방인 씨 2020.04.10 06:30 신고

      정말 그렇죠? 저도 속으로 '앗, 이런 시국에 눈 먼 행운이라니..' 하며 휴지를 사러 5시간이나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사실에 감사했답니다.

  • 파파델레 2020.04.27 17:59

    아!! 저도 당했(?)어요!! 아마존 24 X3팩!! 세팩 배달된거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죠... 저는 비자만료기간이랑 서스펜션 기간이 공교롭게 걸려서 어쩔수 없이 귀국해서 무한 대기중인데 지인들 다 나눠주고 왔답니다....

    • 이방인 씨 2020.04.28 01:06 신고

      와하하하하하. 저랑 똑같은 휴지 구매하셨나봅니다! 배달되었을 때는 정말 황당했는데 요즘은 전화위복이란 것이 바로 이거구나! 하며 잘 쓰고 있어요. ^^ 파파델레님의 주변인들도 운 좋았네요. 파파델레님 덕분에 휴지 많이들 생겼잖아요. 이 시국에 좋은 일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