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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미국 치과 과잉치료의 피해자가 되다니!

by 이방인 씨 2020. 1. 22.

근 정말 빡치는 열받는 일이 있었어요. 사실, 아직도 마음이 다 풀리지 않았답니다. 미국 치과에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사연, 한 번 들어보세요.

두어달 전, 제 오른쪽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있어도 욱씬욱씬 쑤시고, 음식을 씹을 때도 통증이 있어서 충치가 생긴 줄 알았죠. 그래서 치과에 갔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치과는 이제 너무 멀어서 집 근처에 평점이 괜찮은 치과에 한 번 가봤습니다. 새로운 환자라 모든 치아 엑스레이를 찍고 상담을 했죠. 치과의사 말이, 어금니는 빼지 않은 사랑니 때문에 아픈 것이라더군요. 매복사랑니라서 발치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Oral Surgeon에게 자료 넘겨주겠다고 했습니다. 매복사랑니 발치수술이라... 오 마이 갓, 얘기만 들어도 고통이 느껴집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그것말고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도 깨끗하고, 충치도 하나 없고, 별다른 주의사항도 없다구요.

그런데 치아에 문제는 없지만, 오래된 필링은 보기 안 좋으니 바꾸는 게 좋겠네요.

꽤 오래전에 충치 치료 후 아말감으로 필링을 한 치아가 2개 있는데 그걸 하얀색 필링으로 바꾸자는 얘기였습니다. 사실 저는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고, 또 충치도 없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게다가 어금니라 남한테 보이지도 않구요. 그래서 '굳이 해야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의사는 계속 권하네요.

지금 하는 게 좋아요. 하얀색이 보기도 좋고, 아말감 때문에 맞닿는 어금니도 착색될 수 있어요. 달리 치료할 것 없이 필링만 갈면 되니까 오늘 금방 할 수 있어요.

지금 필링을 교체하는 게 나중을 위해도 좋다고, 아주 간단하다고 계속 권하는데 딱 자르기도 민망해서 그 날 바로 필링 2개를 교체했습니다. 의사 말대로 별다른 치료 없이 그냥 새로운 충전재를 넣은 것 뿐이라 그런지 한 30분 만에 두 개를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습니다. 두 개 중 하나가 아프기 시작한 거예요. 찬 물, 뜨거운 물에 닿으면 너무 시리고 아픈 건 물론이고 씹을 때도 예민해서 그 쪽으로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똑똑한 친구 구글에 물어보니 치료 후 2주 정도는 아플 수 있다기에 2주를 기다려보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어서 다시 치과에 방문했습니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이를 살짝 들여다 보더니 교합이 안 맞아서 그럴 수 있다며 필링을 조금 갈아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아마 괜찮을 거라기에 다시 집에 왔죠. 그런데 웬걸요.. 이젠 전보다 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찬 공기만 닿아도 깜짝 놀라고, 손으로 눌러도 아프고, 물 마실 때 살짝 닿기라도 하면 자지러지게 시린 거예요. 이번에도 3주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되겠기에 다시 치과에 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의사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이렇게 말하네요.

아, 신경이 바뀐 필링을 안 좋아하나 봐요. 스페셜리스트한테 가서 신경치료 해야겠네요.

네에~???!!!
신.경.치.료.요?


기가 막혀서 물을 수 밖에 없었죠. 

신경치료라니요?
이 치아는 멀쩡하던 이였어요.
필링 바꾸기 전에 분명 아무 문제 없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랬더니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네요.

"아, 멀쩡하지 않았어요. 충치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 치료한 거예요."

"무슨 소리예요? 그 때 분명 모든 치아에 아무 문제 없고, 충치도 없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는데요." 

'아, 내가 말 안했나보네. 충치 있어서 치료한 거예요."

"아니요. 충치 아니었어요. 그냥 하얀 게 보기 좋다고 바꾸자고 하신 거죠."

"아니, 충치 있어서 치료한 거라니까요."

"충치가 있었는데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아... 뭐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아는 Endodontist (치과보존과 전문의)한테 연계해 줄 테니까, 다 해결될 거예요.'

"어떻게 걱정을 안할까요? 멀쩡하던 이를 신경치료해야 된다는데요."

'여기 엑스레이를 보면, 환자분 신경이 되게 이상하게 자리 잡았어요. 이렇게 신경이 안 좋은 위치에 있어서 필링이 건드릴 수가 있는 거에요."

"그럼 필링 바꾸자고 하셨을 때 왜 그런 말씀 한마디도 안 하셨어요? 신경 위치니 뭐니 전 오늘 처음 듣는 얘긴데요. 그리고 엑스레이상 신경 위치가 이상했는데, 왜 아무말도 없이 필링 바꾸자고 하셨어요?"

"아니, 원래 환자 열에 아홉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환자 분이 그 나머지 10%네요. 걱정마요. 내가 잘 아는 Endo 소개해 줄 테니까."


여기까지 들으니 진짜 열받는 겁니다. 필링 바꾸는 게 좋다고~ 좋다고~ 해서 바꾼 건데, 이제 와서 충치가 있어서 그랬다느니 어쨌느니 하며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던 치아로 둔갑을 시키는 거예요. 하지만 맹세하건데, 처음 진료받은 날 분명히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치과에 오래 방문하지 않았는데 관리 잘 했다고까지 말해서 분명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 날 필링을 교체한 후에도 그런 말 한마디 없었구요.

저는 기가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필링을 바꾸느라 이미 비용이 들었는데 거기다 이젠 신경치료에 크라운 비용까지 내야 되잖아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경치료하고 크라운하는데 드는 번거로움과 고통은 또 어떻구요. 이 의사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왜 "NO"소리를 못해서 이 꼴을 당하나 싶어 제 자신에게까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더 말해봤자 이미 의사는 제 치아와 신경 탓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얘기가 될 리 없지요. 막무가내로 자기가 아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다 된다고만 합니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니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없지요. 저는 그냥 듣고만 있다 입이 써서 더 말하기도 싫어서 소개해 줄 필요 없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온 후, 인터넷을 뒤져보니 불필요한 필링을 권하거나 오래된 필링을 교체하자고 하는 게 미국 치과계에서 가장 흔한 과잉진료라고 하는군요. 미국의 높은 의료수가 덕분에 의사는 보험사에서 큰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자꾸 권하는 거고, 의사가 강권하면 많은 환자들이 딱히 내키지 않아도, 자기 부담금이 크지 않은 치료라면 그냥 동의하는 거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개의 오래된 필링을 교체하는데 제가 낸 돈은 한화로 약 4만원 정도지만, 제 보험사에서 치과에 지불한 금액은 약 50만원이었습니다. 이러니 보험이 있는 환자에게 과잉진료하기가 쉬운 구조인 것이지요.

게다가 인터넷에는 이런 주의사항도 있더라구요.

"당신의 치과의사가 크게 문제가 없는 치아에 그 날 당장 새 필링 치료를 하자고 하면 절대 동의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1군데의 다른 치과에 가서 소견을 받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

제 발등을 찍을 일이네요.
저는 하지 말란 짓을 고.대.로. 하지 않았겠습니까? 

당장하자는 의사 말에 거절을 못하고 그 날 바로 필링을 교체 했으니까요. 의사 말이라고 의심도 안 하고 그대로 믿은 제 자신이 한심하다가도, 의사 말도 검색해 보고 믿어야 하다니 씁쓸합니다. 누굴 믿고 어느 병원에 가야하는지 말이지요... 어쨌든 속은 어마무지하게 상했지만 어쩌겠어요. 금새 말 바꾸며 책임전가하는 의사한테 오만정이 다 떨어져서 더 말 섞기도 싫어서 그냥 다른 치과에 한 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한인 치과에 갔었는데 거기 선생님 말씀이 필링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원래 필링 크기보다 더 건드린 것 같다며, 신경치료는 불가피하다 하셨습니다. 

신경치료를 해야한다는 현실은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화는 납니다. 그리고 보험사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과잉진료 남발하며 열에 아홉은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그 의사가 정말 소양이 있나 의심스럽구요. 억울하기도 하고, 더 이상 같은 피해를 보는 환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리뷰를 남겼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썼다가는 명예훼손이니 어쩌니 할 거 같아 어떤 이유로 어떤 치료를 했고 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쓰고, 마지막에 한 줄 덧붙였죠.

이 치과에서 큰 이유없이 필링 교체하자고 하면, 바로 동의하지 말고 다른 치과에도 한 번 방문하여 상담하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득달 같이 다음날 그 치과에서 전화오네요. 전화한 프론트 데스트 직원 말이, 선생님이 그 리뷰 읽고 "화가 많이 나셨어요." 랍니다. 

네?
뭐가 어쨌다고요?
화낼 사람이 누군데 누가 화가 나요?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나셨으니 리뷰를 지워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그럴 생각 없다고 끊어버렸습니다. 참, 양심도 없는 의사분이 뻔뻔하시기까지 하네요. 저는 속상함을 간신히 떨쳐버리려고 하다가 또 기분이 상했답니다. 게다가 이제 신경치료하러 갈 생각을 하면 짜증이 치미네요. 10년 전에 신경치료 한 번 했었는데, 원래 신경치료가 다 그런건지 아니면 그 치과 선생님이 조금 터프하셔서 그랬는지 정말 엄청나게 아팠거든요. 그 후로 치과공포증이 생겨서 클리닝도 가기 싫어질 정도로요. 그걸 또 한 번 해야한다니... 게다가 그 뒤에는 매복사랑니 발치수술이 기다리고 있다니... 눈 앞에 펼쳐진 고행의 길입니다. 

2020년, 시작부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엉엉엉


여러분도 과잉진료 조심하시고, 의심스러우면 꼭 다른 병원에도 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