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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생활

상사들은 곤란하고, 직원들은 고소한 미국 회사의 이벤트

by 이방인 씨 2019. 12. 20.

얼마전에 미국 직장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을 위해 딱히 돈을 쓰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2019/11/09 - [미국 직장생활] - 미국 직장 상사에게 밥 얻어먹기란 하늘의 별따기)


직원들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지만 속으로 사~알~짝 서운해하기는 합니다. 평소 좋아하지 않는 상사라면 더하겠죠. 그런데 이런 직원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입니다.


연말 불우이웃돕기는 한국에서도 매년 빼먹지 않는 겨울 행사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년 겨울, 상하지 않는 식품과 돈을 모금합니다. 참여여부는 물론 자발적이지만 유독 상사분들의 참여률이 높지요. 직급이 높을수록 연봉이 높으니, 받은 만큼 기부한다는 바람직한 마음일까요?


아닙니다.
(단호 단호)

상사분들의 높은 참여률의 비밀,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지요.


그거슨 바로! 사장님과 임원진들의 아침 모금 시간입니다. 불우이웃돕기는 11월부터 한달간 진행되는데 그 중 딱 하루, 사장님과 고위 임원진이 모두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본사 정문 앞에 양렬로 줄지어 서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반기며 이렇게 묻습니다.


"기부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장님을 필두로 줄줄이 늘어선 이사님과 전무님의 얼굴을 보며 "No"라고 말할 수 있는 매니저급 직원들은 많지 않습니다. 일반 사원들은 자유롭게 패스해버리지만, 팀장급 이상되는 상사들은 도무지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추운 날 그 아침부터 모금하고 있는 사장님 눈치가 보이니까요.


진심으로 내고 싶어 내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 믿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장님이 내민 모금함에 돈을 넣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요. 작년 행사때 저희 부서의 한 차장님은 출근길 주머니에 현금이 없어서 사장님을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후 빛의 속도로 사무실로 올라와 (정말입니다. 제가 목격했는데 엄청나게 빨리 뛰셨어요.) 과장님에게 현금을 빌려서 다시 뛰어내려가 사장님의 모금함에 넣으셨답니다. 


이 아침 모금 행사가 끝나면 사장님 비서실에서는 사장님과 임원진들이 모금함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을 총기부금액 보고서와 함께 전직원 메일로 보낸답니다. 그리고 이런 메세지로 화룡정점.


"사장님은 많은 분들의 참여에 매우 기뻐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연유로 상사들의 참여률과 기부금이 빵~빵~한 것이랍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일반 사원들은 이 행사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부하는 상사분들을 (평소 돈 한 푼 안 쓰는) 보며 연말연시에 따스~한 웃음이 만면에 가득하네요. 


아 참,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더라...?


그러니까 그게... 그게...


아 맞다!



아이코~ 꿀맛





여러분, 따뜻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