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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백색 가루로 미국 친구에게 신세계의 문을 열어주다!

by 이방인 씨 2013. 6. 2.

제목을 써 놓고 보니 애매~한데 영화에 자주 나오는 '코로 먹는 그 못된 가루' 아닙니다. ㅋㅋㅋ
오해하지 말고 들어 보세요~

여러분, 며칠 전에 제가 미국 풍물장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 중에 이거 기억나세요?

 

그 날 이 사진을 올리다가 잊고 있었던 깨알같은 에피소드가 하나 기억났습니다.

 

이 가게에서 팔고 있는 Corn Dog이라는 음식, 한국인들도 즐겨 먹는 간식 거리죠?
소세지를 둘러싼 튀김옷의 주재료가 옥수수 가루이기 때문에 corn dog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가게 간판에 그려진 그림을 봐도 알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corn dog에 머스타드나 케첩을 뿌려 먹습니다.

 


(grubgrade.com)

 

그런데 제가 어릴 때 한국에서 즐겨먹던, 그 시절에 핫도그라고 부르던 음식은 그 모양새가 조금 달랐죠.

 


(tour.interpark.com)

이것이 참트루 핫도그다!하트3

설탕으로 목욕하고 케첩으로 웨이브 좀 그려줘야 먹을 맛 나지 않습니까!!

 

이제 제목에 등장한 백색 가루가 뭔지 다들 아시겠죠?
한 4-5년쯤 된 것 같은데 미국 친구와 밖에서 가볍게 요기할 일이 있어서 간편한 corn dog를 사 먹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한 입 먹으려던 순간!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너 미국에서 평생 살며 요런 건 한번도 못 봤을 거다~  ㅎㅎㅎ


깜짝 놀랄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커피나 아이스티 마시는 사람을 위한 설탕 packet을 하나 들고 왔죠.

 


 

사실 이거 한 봉지로는 설탕 목욕을 시킬 수가 없지만 남의 가게 설탕 가지고 본격적으로 장난칠 수도 없어서 한 봉지를 뜯어놓고 corn dog를 설탕에 찍어 한 입 먹었습니다.
제 예상은 적중하여 친구는 먹던 손과 입을 동시에 멈추고 '너 지금 뭐하십니까???' 하는 눈으로 저를 쳐다 보네요.

 

(memegenerator.net)

 

속으로 낄낄 웃으면서 저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이렇게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너도 해 봐." 했죠.
하지만 낯선 음식을 경계하는 미국인답게 친구는 설탕 묻힌 corn dog을 마구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제가 다스 베이더의 빨간 광선검이라도 들고 있는 것 마냥 눈에 드리워지는 공포심!
저는 또 한번 웃음을 참고 설탕을 꾹꾹 찍어서 먹으며 "진짜 맛있어. 해 보라니까~" 하며 설탕 봉지를 앞으로 친구 앞으로 스~윽 밀었습니다.

외국생활을 전하는 블로그라면 한국 전통음식이나 한국식 요리법을 소개해서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이야기가 흔하게 올라오죠?
저도 예전에 식혜를 참 좋아했다는 미국 친구 이야기 해 드린 적이 있고 글로 쓰지는 않았지만 한국 음식 먹고 나서,

대박  오우 디스 이즈 판타스틱 딜리셔스 어메이징~ 

등등 '생애 첫 방언' 터진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오늘의 이야기는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있답니다.
왜냐구요?

이 친구는 안 먹었거든요.

미국인 중에서도 유독 새로운 음식에 대한 겁이 많은 친구더군요.
그저 corn dog에 설탕 좀 친 것 뿐인데 시도조차 못하는 친구를 보며 '하여간 미국인들은 겁이 많아 귀여워. 후후훗' 하고 웃었답니다.
언젠가 제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저한테 '감 먹으면 죽는 거 아니냐' 고 물은 미국인도 있었고, 또 예전에 스마일 엘리님도 라면에 계란 넣어 먹는 걸 처음 접하고 경악한 미국인들 이야기 해 주신 적이 있죠?
그 중 최고봉은 어느 한국 유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로, 미국 친구와 그 가족들이 난생 처음 키위를 보게 됐는데 거칠고 흙색인 키위의 겉모습을 보더니 온 식구가 겁에 질렸더랍니다. ㅋㅋㅋ

제가 살면서 느끼는 것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음식에 대한 모험심이 없는 것도 미국인들의 민족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전통적으로 워낙 음식 문화가 빈약하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접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잖아요.  ㅋㅋㅋ

그것을 가엽게 여기고 제가 설탕 corn dog라는 환상적 신세계의 문을 열어주었으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문으로 들어오지 못한 제 친구, 언젠가 corn dog의 신께서 구원해 주시길 비나이다~

식문화의 차이라는 것도 문화충격의 요소 중 하나인데 거침없이 다가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작은 변화에도 겁을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세계의 문화 뿐 아니라 한 명 한 명 사람도 참 다양하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타민족에게 내 민족의 문화를, 타인에게 나의 문화를 강요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분 신나는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