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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친구와 싸우다 깨달은 한국과 미국의 생각 차이

by 이방인 씨 2012. 5. 23.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미국인 친구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시간에 옆 자리에 앉아 있다가 알게 된 캐서린이라는 여성 친구랑 말이죠.
말다툼이라고 해서 목소리를 높여서 누가 잘했네 못했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약간의 신경전이라고 할까요?
캐서린은 생글 생글 잘 웃고, 친절한 매너의 전형적 미국인이었는데 어떻게 저랑 말다툼을 하게 됐는지 그 사연을 오늘 소개하겠습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교내 카페에서 캐서린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인 유학생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저도 그 한국인 친구와는 한 두번 마주친 것이 다지만 혼자 밥을 먹길래 같이 먹자했더니 옆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 한국인 친구가 들고 있던 과자를 제게 권하길래 저는 괜찮다며 사양했습니다.
잘 모르는 사이에 뭔가 먹게 될 때 한 쪽은 권하고 다른 쪽은 사양하는 것,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죠.
그런데 캐서린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친구가 밥을 다 먹고 먼저 자리를 뜨니 기다렸다는 듯이 제게 묻습니다.

 

너 그 초코과자 좋아하잖아. 왜 안 먹어? 너 쟤 싫어하지?? 키득키득

 

그래서 제가 한국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데 권하고 사양하는 것도 그런 예의의 일종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캐서린 물론 당연히 이해를 못합니다.
제가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을 해 주면서 한국에는 사양하는 미덕이라는 것이 있어서 준다고 덥썩 받으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세 번 권해야지만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구. 후후후 ^-^

 

그 일이 있고 며칠 후에 캐서린과 다른 친구 2명까지 해서 네 명이서 둘러앉아 멕시칸 음식을 먹고 있었죠.
옆에 앉은 친구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권하길래 저는 괜찮다고 사양했는데요.
그 때 불쑥 캐서린이 말하길 "너 모르는구나? 쟤한테는 세 번씩이나 물어보면 그 때야 먹는단다."
농담이 아니라 비꼬는 말투여서 저는 좀 당황해서 그건 그저 미국과 다른 한국의 예절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캐서린이 또 다른 친구한테 이러는 겁니다.

 

그래, 한국인들은 대단한 대접을 해 줘야만 먹는가 봐.

 

갑자기 이런 전개가 되니 저도 살짝 당황스럽고 열이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대단한 대접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타인의 것을 거리낌 없이 취하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거절하는 한국의 예절일 뿐 대접받으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캐서린이 저를 비꼰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겁니다.

 

"얼마나 대단해서 다른 사람이 몇 번씩이나 권하게 만드느냐?"

 

그 때 깨달았습니다.
예의와 배려의 문화에도 동서양의 생각 차이가 있다는 것을요.
우리는 지극히 당연한 사양하는 예의를 지킨 거지만 캐서린은 상대방이 계속 권해야 하는 불편함을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나눠주려는 호의만으로도 고마운데 거기다 여러번 권하기까지 해야 한다니 캐서린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여기더라구요.

이런 생각 차이는 미국에서는 "예의상" 표면적으로만 권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국인이 무언가 권한다면 그건 통상적 예의라기 보다는 정말 나눠주고 싶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돈 관리에 철저해서 큰 것은 대체로 안 나눈다는 함정이 있습니다만 ㅋㅋ 소소한 음식이라던가 작은 것들은 진심으로 나눠주고 싶을 때 권합니다.
이런 문화는 제가 지난번에 쓴 2012/05/19 - 이민 초기, 미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옆집 미국인 커플 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잘 나타나 있죠.

권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권유받는 사람의 대응도 곧이 곧대로 심플해서 받고 싶으면 받고 아니면 거절하면 됩니다.
거절하면 상대방이 혹시 기분나빠 할까 하는 고민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거절당했다고 기뿐 나빠하는 일이 실제로 별로 없거든요.
저 역시 예전에 한 번 미국 친구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적이 있는데 고심 끝에 거절을 했거든요.
저는 호의를 거절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나중에 "그 때 내가 거절해서 기분 상하지 않았어?" 물었더니

 

응? 뭔소리야? 아아~ 그거? 아니 니가 혼자 할 수 있어서 괜찮다는데 기분이 상하긴 왜??

 

그래...나 혼자 고민했던 거구나...그랬구나...이제야 알겠다.
예전에 일본인 친구에게 "한국인들은 참 직설적이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아서 대단해~"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을 그대로 제가 미국인들에게 해 주고 싶답니다.

어쨌든 캐서린과의 약간의 신경전을 계기로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며 다시 한 번 미국과 한국의 생각 차이를 느꼈답니다.
제 미국인 친구들의 평에 의하면 한국식 예절은 때때로 답답할 때가 있긴 해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어른에 대한 공경이 참 보기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처음엔 지나치게 솔직하고 자유스러운 미국인들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우리처럼 정해진 격식은 없어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차고 넘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이래서 결국 사람 사는 본질은 어디서나 다 통한다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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