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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우리동네에서 마주치는 작지만 무서운 야생동물들

by 이방인 씨 2014. 8. 4.

이 넓고 나무와 수풀이 많은 북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저는 간혹 야생동물들과 조우하곤 합니다. "야생"이라고 해도 인간을 위협할 정도의 맹수가 아니라서 사람들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작은 동물들인데요. 한국에 있을 때는 만화 속이나 동물원에서 보던 생명체들을 산책하는 도중에 맞닥뜨리게 되니 처음에는 식.겁.했었답니다. 꽤 익숙해진 지금도 여전히 순간 움~찔~! 하게 되는 세 종을 소개합니다.


무서운 녀석 하나 - Skunk 스컹크

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방귀쟁이 스컹크입니다.

 


(Wikipedia.org)

저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스컹크는
일반적인 Striped Skunk입니다.


어릴 때 보던 만화 속에서 스컹크가 방귀를 한 번 끼면 다른 동물들이 모두 얼굴이 노~랗게 질려 쓰러지곤 했었죠. 막연히 '인간의 방귀 냄새보다 몇 곱절 강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미국에 와서 실제로 스컹크를 보고, 냄새도 맡아 보니 방귀 냄새와는 다르더라구요. 구린내가 아니라,


시큼한 냄새가 나요.


스컹크 냄새의 근원은 위험을 느꼈을 때 분비하는 Chemical이라고 하죠? 냄새로 곰조차 쫒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고약한데요. 직접 맡아 봐야 느낄 수 있는 이 공.격.적. 냄새! 굳이 말로 설명하자면 고무를 태울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달까요. 코를 찌르는 시큼한 화학 성분의 냄새 말입니다.

냄새가 강한 것도 그렇지만 오~래 가는 것도 문제예요. 우거진 수풀 근처 도로에서 로드킬 당하는 스컹크들이 가끔 있는데, 사체를 정리한 후에도 몇 시간이나 냄새가 지속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 여기 스컹크 있었나 보다.' 하고 느낄 수 있답니다. 오죽하면 구글에 Skunk smell 이라고 치면 제일 먼저 뜨는 내용들이 "스컹크 냄새 제거하는 법"이겠어요.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는 주변이 온통 수풀이라 한 달에 2-3번 쯤은 스컹크 냄새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대규모 주택가로 이사온 후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서류를 떼러 예전 동네에 있는 공공기관에 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컹크 냄새와 더불어 과거를 시큼하게 추억하다 돌아왔지요.


무서운 녀석 둘 - Raccoon 미국 너구리

한국의 OO랜드의 상징이기도 한 귀여운 동물이 너구리죠?

 


(Wikipedia.org)

생김새는 요로코롬(?) 귀엽지만...


제게는 Raccoon 트라우마가 있답니다. 이것도 전에 살던 동네에서 겪은 일이죠. (새삼 궁금해지는 "그 동네"의 정체...)

신록이 푸르른 계절의 어느 날, 방인 씨는 한적한 수풀 옆 길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트랄랄랄라~ 트랄랄랄라~ 트랄랄~라라~ ♪♬♩ 하며 분위기 좋았죠.

그런데!!!

노래를 부르며 가느라 미처 못 본 것인지, 아니면 너구리 쉐이가 무림고수처럼 기척도 없이 나타난 건지 어느 순간 제 눈 앞에 Raccoon이 버티고 앉아 있더라구요.

오~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위의 사진에서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귀여운 놈이 아니었어요. 칠흑 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는 동굴 같은 시커먼 두 눈동자, 네일 아트 전문가의 의욕을 자극할 것 같은 길고 날카로운 발톱들, 게다가 언제든지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미리 마중나와 있는 뾰족한 주둥이!

호젓한 곳에서 급작스레 야생 너구리와 일대일로 마주선 저는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식은땀이 또르르~ 흐르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가 곧 생각했죠.


호랑이를 만나면 정신차리면 된다고 했고,
곰을 만나면 죽은 척하면 된다고 했지...
그런데 너구리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다시마 넣고 끓이면 되냐??!!!  
오동통통~ 쫄깃쫄깃~


동물에게는 섣불리 등을 보이면 안된다는 얄팍한 상식만 주워 들었던 방인 씨, 등을 보이지 않은 채 살며서 뒷걸음질 치려는데 너구리가! 너구리...!!! 먼저 등을 보이며 도망가버렸습니다.


우흠하하하하하하하

이런 하룻너구리 같으니라고...
다른 동물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고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든??


휴우~ 어쨌든 너구리의 발빠른 대처(?)로 다행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만, 그 이후로 저는 왠지 Raccoon을 좋아할 수 없었어요. 엉엉엉.


무서운 녀석 셋 - 야생 토끼

"토끼"라고 하니 혹시 이런 아가들을 떠올리셨나요?

 


(Wikipedia.org)

이렇게 사랑스러운 토끼(Bunny)들이라면
동네 사람들 모두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지마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말하는 야생 토끼는 바로 이런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랍니다.

 


(Wikipedia.org)

장~난~ 아니죠?
아주 그냥 살~벌~하죠?


미국 야생 토끼의 일종인 Jackrabbit인데 귀가 크~고, 기~인 것이 특징입니다. 성체는 60cm까지도 자란다는데 덩치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껑충껑충 뛸 때 보면 마치 캥거루 같아요. (제가 캥거루 뛰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는 스컹크와 라쿤은 없지만 Jackrabbit들이 있습니다. 물론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이 녀석들이 사는 곳에 가야 눈에 띄지만요. 저희 동네에는 산책 코스가 두 개인데 그 중 한 곳은 이 야생 토끼들 서식지와 가깝기 때문에 간혹 출몰한답니다. 이 녀석들이 그래도 명색이 토끼라 겁이 많아서 멀리 사람 기척만 있어도 부리나케 도망치기 때문에 걱정할 건 없어요. 사실 저도 멀리서 껑충껑충 뛰어 도망가는 것만 봤지 클로즈업은 자료사진으로 처음 봤네요. 하지만 저 덩치로 펑펑 뛰는 모습을 보면,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저한테 달려올까 봐 심장이 쫄깃해집니다.

얼마나 잘 뛰는지 한 번 보실래요?

 

심지어 자동차를 뒤쫒아 뛰는 녀석들도 있다고 해요.
여기 사람들도 Jackrabbit은 "Crazy"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녀석들이 출몰하는 산책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지요. 대신 야생 거위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는데... 애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예전에 제가 거위한테 쫒겨 달아난 적이 있...죠??

야생 동물들과 한 동네에서 살기, 달콤살벌하답니다.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