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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 우리동네는 이미 10년전에 한류열풍이었다.

by 이방인 씨 2011. 9. 24.

오늘 미주판 중앙일보를 보니, 10페이지가 넘는 특집으로 Korea in USA 라는 한류특집 섹션을 마련했더군요.
K-POP을 위시하여 한식, 한국미술, 한국식 카페, 한국자동차, 한국가전제품 등등 미국에 한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며 참 요란스럽게도 기사를 썼네요.

미주판인데도 한국 미디어의 과장된 보도법을 그대로 따라하네...

하고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헤드라인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것입니다.

탈 것, 볼 것, 먹을 것, 미 가정은 온통 한국산

정말 기자들이란 비약의 귀재들이 아닌가 합니다.

본국인 한국조차 탈 것, 볼 것, 먹을 것이 온통 한국산이 아닌데, 무슨 수로 미국 가정이 온통 한국 제품과 문화투성이가 된 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미디어에서 K-POP 열풍이 대단하다고 보도하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아시아계를 제외하면 K-POP을 좋아하는 주류사회 미국인들은 아주 소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각종 뉴스에서 집단 플래시몹이니 어쩌니 하면서 타인종의 모습을 많이 비춰줍니다만, 미국의 인구가 자그마치 3억명이 넘습니다.
그 중 못되도 1/3은 좋아해야 열풍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최근 빌보드에 K-POP차트가 생긴 일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무척 반갑게도, 열풍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한류가 있는데, 바로 자동차입니다.
얼마전 현대와 기아의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국내 시장 점유율 9.3%를 기록하며 GM, Ford, Chrysler, Toyota 에 이어 4위를 차지했습니다.
겨우 4위냐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미주 진출 25주년의 현대, 17년의 기아가 사상 처음으로 Honda 를 제친 기록이랍니다.

 

굳이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로에 나가보면 지나가는 현대와 기아차를 수도 없이 볼 수 있습니다.
12년전 이민왔을 무렵 저희 어머니가 도로에서 현대차를 한대라도 발견할라치면 반가워하면서 "저 사람 혹시 한국인이라서 현대차 산걸까?" 라며 신기해하셨는데, 이젠 지나다니는 현대차를 일일히 셀 엄두가 안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끔 자동차 정비소에 갈 때면 정비공들이 요즘 한국차 너무 좋아졌다는 말도 종종 합니다.
솔직히 일제차 전성시대이던 90년대에는 현대차는 싸구려 고물자동차의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미국 시트콤에서 조롱할 적도 있는 정도의 형편없는 품질이라는 소리를 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미국인들도 GM이나 Ford 보다 현대차가 더 좋다고들 합니다.
그 밖에 삼성이나 LG의 가전제품의 명성이야 뭐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죠.

그런데 오늘 포스팅 제목에 써 놓은 이미 10년전에 우리동네에 불어닥친 한류는 자동차도 핸드폰도 아닙니다.

바로......감.자.깡. 이랍니다.

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맛 좋은 감자깡 과자 말입니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보고 있는 광경이 하나 있습니다.
근처 공립학교의 하교시간에 쏟아져나오는 아이들이 저마다 들고 있는 감자깡 봉지입니다.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이 학교 앞 슈퍼마켓에서 하나같이 사 먹는게 바로 감자깡이랍니다.
감자깡뿐만이 아닙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초코파이나 메로나같은 한국 간식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것은 비단 이 학교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즘 한국 마켓에 가면 외국인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90%이상 한국인이었다면, 요즘엔 각종 아시아인들과 흑,백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러시아인들까지 많이들 오더군요. 
아시아인들은 김치를 비롯한 주식류도 사지만, 타인종들은 스낵이나 음료같은 간식류를 많이 삽니다.

캘리포니아는 이민자들이 일구어낸 주라고 할만큼 전세계의 이민자들이 몰려있는 탓에 다양한 문화의 음식들을 저도 맛보고 살고 있지만, 역시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한국 것처럼 맛있는것이 없더군요.
물론 감자깡이나 메로나를 먹는 모두가 그것이 한국제품이라는걸 알고 있지는 않겠겠만, 식문화만큼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게 또 있을까요?
더디게 가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견고한 한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