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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골프팬들이 진심으로 기뻐한 미쉘 위의 우승

by 이방인 씨 2014. 6. 25.

드컵 조별 경기에서 한국이 알제리에게 대패를 당하여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던 그 날, 저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LPGA U.S. Women's Open 골프 중계를 보고 있었답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듯 한국계 미국인 미쉘 위 선수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했죠.

 


미국인들이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그녀가 겨우 열 살의 나이에 최연소로 U.S. Women's' Amateur Public Links 챔피언쉽 출전 자격을 얻었을 때입니다. 그렇게 신동의 출현을 예고한 3년 뒤에는 또 한 번 최연소로 LPGA 대회 컷을 통과하여 미 전역의 뉴스에 올랐습니다. 그 후 16번째 생일을 얼마 앞둔 2005년 말, 그녀가 전격 프로 입문 선언을 하고 나이키와 맺은 어마어마한 후원 계약 덕분에 한국에서도 "천만 달러 소녀"라는 별칭과 함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죠?

하지만... 그 후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부모님의 지나친 개입으로 한미 양국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미국 골프계에서 논란이 된 남자 대회 출전 등으로 미디어와 대중의 많은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골프계 역사상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로 데뷔했지만 "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의 초라한 성적 탓에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지난 8년을 보낸 미쉘 위 선수이지만 미국의 골프팬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선수'였답니다. LPGA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LPGA 투어가 흥하려면 미쉘 위 같은 스타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화제성을 갖춘 플레이어이기 때문이죠.

이번 U.S. Open 기간 동안에도 언론에서는 미쉘 위를 두고 "여자 골프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녀의 인기 비결은 다음의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번째 - 부인할 수 없는 천재성


마의 16세부터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기록을 보면 누구도 미쉘 위의 천재적 재능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1989년 생인 그녀가 만으로 13세이던 2003년에 LPGA의 메이저 대회인 U.S. Women's Open 컷을 통과한 최연소 플레이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죠. 또한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력을 바탕으로 PGA 투어에 여러번 초청받기도 했구요. (물론 컷 통과는 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도 Youtube에는 그녀가 16세이던 2006년에 LPGA 투어에서 단 2번의 샷으로 무려 596야드를 친 전설의 영상이 남아 있답니다. 장타력에 못 미치는 그녀의 퍼팅 실력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세간의 과도한 관심과 비판 때문인지 골프 말고도 나이에 맞게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스탠포드에 진학했지만 교내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조차 언론에 보도가 되는 등 "천재 소녀"의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는 것을 보니 가엽기도 하더라구요. 이래서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좋다고 하는 걸까요?


두번째 - 재능만큼 출중한 미모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인 야후에서 "Michelle Wie"까지 치면 다음과 같은 자동완성 화면이 보입니다.

 

섹시하고 매혹적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hot이라는 단어가 단연 눈에 띄죠?
수영복이나 비키니 등의 검색어가 나오는 걸로 판단하건데
그녀의 외모에 (특히 몸매) 관심을 가지는 남성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길고 쭉- 뻗은, 흔치 않은 몸매의 소유자죠?
게다가 얼굴도 예쁘구요.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여성 골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수"로 뽑힌 적도 있더라구요.


미국 웹에서 미쉘 위 선수의 기사를 클릭해 보면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는 댓글이 기사마다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읽은 단 하나의 기사에서도 남성 팬들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몇 개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그녀의 골프 스윙에 감탄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녀의 다리에도 감탄하게 되네...
내가 나쁜 사람인 건가...!

 

 진짜 예쁘고 섹시한 골퍼야!

 

 완전 핫하다~

 

정~~~~말 예뻐~


연예인이든 운동 선수든 이성(異性) 팬심을 얻어야 SUPER STAR가 되는 법이죠. PGA에 비해 흥행력이 부족한 LPGA가 살아나려면 미쉘 위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말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답니다.


여성골프계의 타이거 우즈가 될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침을 많이 겪는 바람에 '빛바랜 재능' 취급을 하던 미국 언론과 대중은 미쉘 위의 이번 우승을 두고 인생의 드라마라며 다시 떠들썩하더라구요.

"누구도 그처럼 어린 나이에 많은 ups and downs를 경험하지 못했다!"
"2003년, 13세의 나이로 U.S. Open에 출전했었지만 10년이 넘은 2014년에야 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등등 중계방송 해설자나 리포터들이 미쉘 위의 우승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듣고 웃었답니다. 골프계 사람들은 물론이고 미국 골프팬들도 모두 미쉘 위 선수가 그간 어떤 롤러코스터를 탔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습니다. 혼돈의 시기를 잘 버텨내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했다며 기특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인터넷에서 이번 U.S. Women's Open 관계자의 인터뷰 방송을 봤는데 "미쉘 위는 LPGA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 라며 그녀의 우승이 투어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하네요. 또한 미쉘 위가 너무 어렸을 때부터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오랜 기다림'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녀는 이제 겨우 24세이고, 여제로 군림한 애니카 소렌스탐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우승했을 때와 같은 나이라며 미쉘 위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 말이 정답이네요. 24세라니, 앞길이 구만리 아닙니까?!

힘든 일들을 겪으며 많이 성숙했기에 오늘이 더 뜻깊다고 말한 미쉘 위 선수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


여담이지만, 미국 웹에서 간혹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미국인들이 미쉘 위 선수가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더라구요. 한국인들은 미쉘 위 선수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 좋아하는 것일 테고, 미국인들은 그들대로 그녀가 미국인이라 더 좋아하는 것일 테니... 서로 뺏고 싶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