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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이 생각하는 미국내 아시안들의 성공비결

by 이방인 씨 2014. 1. 14.

지난 번에 중국계 미국인인 Amy Chua의 신간 소식을 전해 드렸었죠?
그녀의 주장에 다르면 미국내의 여덟 개 민족은 태생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요인들을 가지고 태어난다구요.

2014/01/09 - [말 많은 방인 씨/미국 이야기] - 요즘 미국인들을 열받게 만든 한 권의 책

객관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이론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정작 네이티브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민족 리스트에 끼지 못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국인들은 그 주장을 수긍할 수 없나 봅니다.
한 친구는 제게 이런 분석(?)을 들려 주었지요.

미쿡인 친구: Amy Chua가 말한 여덟 민족 전부 다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중 몇몇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

이방인 씨: 말하다니, 뭘?

미쿡인 친구: 그들이 미국인들보다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이유 말야.

이방인 씨: (아마 그들이 더 치열하게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 이유가 뭔데?

미쿡인 친구: 부모들이 그게 가능하게 해 주니까.

이방인 씨: 응? 부모들이 뭘 어떻게 한다고???

온갖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란 그 미쿡인은 어릴 때부터 지금껏 수많은 외국계 이민자들을 보며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눈치챈 사실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아시안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인도)와 몇몇 중동계 문화권에서 부모의 원조가 자녀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죠.
그가 말하는 "원조"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인이 된 자녀도 부모와 함께 산다 

만 18세를 넘기면 법적으로 성인이지만 기껏해야 대학교 신입생입니다.
한국에서는 집과 떨어진 곳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통학하는 것이 당연하죠.
대학생은 물론이고 취직을 한 뒤에도 굳~이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지내구요.
아니, 심지어 결혼을 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교포들도 마찬가지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제가 본 바로는 여타 아시안들과 중동계 중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특히 동남아시아계와 인도계 사람들 중에는 3대가 한 집에 사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미국도 세상이 많이 변해서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사는 부모가 갈수록 늘고, 심지어 결혼한 자녀가 가족을 이끌고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도 많다지만 여전히 이들의 기본적 생각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만 18세를 넘기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입니다. 
대학 시절을 돌이켜 봐도 만 20세도 안 된 미국인 학생들 중에 혼자 일을 해서 생활을 영위하며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한 번은 학교 신문기자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깜짝 놀랐는데 대학교 3학년이던 그 여학생이 말하길, "요즘 시험 기간이라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였더니 생활비가 모자라서 근 2주간을 오로지 컵라면으로 연명해서 살이 4파운드 빠졌다." 하더군요.
돈이 없어서 2주 동안 컵라면만 먹어도 부모님에게 용돈 달라는 소리는 안 했던 모양입니다.
대학생만 돼도 그런데 졸업을 한 뒤에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 때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되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숙박비 = 내 방에서 자는 건데 한 푼도 들지 않겠죠.
식비 = 돈 내고 밥 먹으라는 어머니, 아마 안 계시겠죠.
수도세, 전기세 및 각종 공과금 = 아마 부모님이 내시겠죠.
전액을 부모님이 부담하시거나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거나 하시겠지만 어쨌든 자녀가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들겠죠?
이 밖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밥하기, 빨래하기 등등도 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집도 많을 테구요.

같은 시절에 대학을 다닌 저와 그 학교 신문기자의 삶을 비교해 보면 공부에 투자할 시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 경제적 여유, 심리적 안정, 등등 제가 그녀보다 월등히 좋은 여건을 갖춘 셈입니다.
이런데도 제 학교 성적이 그녀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면 그녀가 어마어마하거나 제가 한심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2. 대학 졸업 후에도 가능하다면 지속되는 경제적 원조 

미국내 아시안계 중에도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가진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크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
미국인들이라면 이렇게 말할 테지만요.

"직업이 있고 돈을 버는 성인이 부모와 함께 산다면 문제 있는 거 아냐???"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따로 있죠?

"돈 벌기 시작했다고 집 떠나서 혼자 살면 돈 못 모은다. 집에서 해 주는 밥 먹고 착실히 다니면서 알뜰하게 돈 모아야지."

가치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확.실.히.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
제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미쿡인 친구가 바로 그 점을 역설했거든요.


나랑 내 베트남 친구는 거의 비슷한 돈을 벌어.
내 차는 그 친구 차보다 어마무지하게 후지고, 난 그 친구보다 적은 돈을 소비해.
그런데도 내 예금은 그 친구의 절반 밖에 안 될 걸!!

흥4

나랑 그 친구의 다른 점이 뭐냐고???

나는 독립해 혼자 살고 있고 그 친구는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산다는 거야.

내 생각에...
미국인들은 독립적이긴 하지만 요즘 미국의 경제나 현대사회의 경쟁구조를 생각하면
우린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3. 부모들은 그것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는다 

미국인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내가 목격한 외국계 이민자들의 부모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어.
그들의 헌신적 자녀사랑!
미국 부모들을 나쁘게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들이 우리보다 좋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어.

(I think they make better parents than we do.)

아니 내 말은... 우리 부모님도 날 사랑하셔!


날 사랑하시지만 그 사랑이 "희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거든.
그건 우리식 (American) 문화가 아니라구.
하지만 아시안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헌신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들은 그걸 희생이라 생각조차 안 한다는 거야.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말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긴 하지만
만약 미국인들에게도 이런 부모가 있다면 우리 삶의 모습이 지금과 다를 것 같아.


이 친구의 말을 듣고 저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공부를 잘 하는 것, 더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것을 단순히 '우리가 더 열심히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사실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죠.
아시안들의 성공 비결이 전적으로 부모들에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들이 자녀들의 교육이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건 분명하니까요.
비록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난을 듣긴 했지만 Tiger Mom인 Amy Chua가 딸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들인 그 엄청난 수고를 과연 미국 엄마들 중 몇이나 해낼 수 있을런지요....

여담이지만 저는 23살 짜리 아들이 사정이 생겨 집을 구할 때까지만 받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미국 엄마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엄마는 궁핍하지도 않았고 직업도, 집도 있었는데 말이죠.
딱 일주일인가 재워주더니 "각자의 삶의 패턴을 무너뜨리지 말자"며 아들에게 나가라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스물 셋 먹은 아들은 거의 3주 동안 자신의 차.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답니다.
저희 부모님과 저는 놀랐지만 그 미국인 모자는 그 후로도 잘 지내더군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는 각자의 삶의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문화니까요. ^^

부모님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도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가끔은 너희들이 부럽다"고 한 미국인 친구를 보니 저는 어쩐지 애처로운 느낌도 들었답니다.

가진 자의 여유였을까요... ^^;;

한국 부모님들의 자녀사랑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잖아요.
그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못 가진 자의 말을 들어 보니 부모님께 새삼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우리 모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신나는 하루, 유후~

이 글은 미국인, 미국내 아시안계, 한국인을 일반화할 수 없으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