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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인이 말한 "너무나 한국적인 행동" 은 과연...?

by 이방인 씨 2012. 8. 21.

오늘은 제가 비행기 안에서 만난 미국인과 나눴던 대화 한 토막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 때 새삼스레 깨달은 사실이라, 여러분 중에도 '오호...!' 하실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요!!

때는 바야흐로~~ 2003년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이민온 후 처음으로 한국 방문을 했었거든요.
친구들도 만나고, 친척들도 만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향의 향기에도 흠뻑 취하고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조금 서운한 비행기 안이었답니다.
티켓팅을 늦게해서 그런지, 비행기 가운데 5-6명씩 붙어 앉게 되는 좌석에 끼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옆자리에는 어디서 많이 보던 깔끔한 와이셔츠 차림을 한 젊은 백인 남성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비행기를 둘러보니 같은 옷차림을 한 젊은 남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구요.
자세히 봤더니, 이 사람들은 바로.... 이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인지 아시겠죠?
바로 몰몬교의 선교하는 분들이시죠.
그 비행기에는 한국 부산에서 선교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젊은 몰몬교도 분들이 타고 계셨던 겁니다.

이 분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친절한 웃음으로 무장하고 그 누구에게나 덥썩덥썩 말을 붙인다는 것이죠. ^---^
역시나 옆자리의 저에게도 본인을 제임스 와비 장로 (외국인이라고 실명토크 ㅋㅋ) 라고 밝힌 분이 상냥히 말을 거시더군요.
솔직히 저는 이런 선교 목적의 대화를 별로 반기지 않지만 앞으로 10시간 이상을 바로 옆자리에 끼인 채로 버텨야하는데 냉정하게 굴 수도 없어서 참고 계속 듣고 있었죠. ^^;;
그런데 다행히 나름 이것저것 한국 이야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대화로 전개되었답니다.
그 젊은 장로님은 한국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이 부산에서 김장을 담궜던 경험이라고 해요. ^^
그렇게 나름 화기애매(?) 하게 웃음꽃을 피우다 갑자기 그 분이 사탕을 꺼내시더니 "이거 먹을래요?" 합니다.
그 사탕을 안 좋아하는 저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방금 그거 진~짜 한국인의 행동이네요. 하하하하

그래서 제가 어리둥절하며 "뭐가 진~짜 한국인의 행동이에요?" 물었죠.

그거요. Yes 나 No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젓는 행동이요. 그거 정말 한국인다워요.

아하~! 그렇군요.
말 대신 고개를 움직이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한국적 행동이라는 뜻이었죠.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미국에서는 Yes 나 No를 소리내서 말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 내가 왜 고개를 저어서 의사표현을 했지?' 하고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그 분이 권한 사탕을 거절하는 것이 조금 미안해서 No, thank you. 라고 확실히 말하는 것보다 그냥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드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죠.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미안하거나 수줍을 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나요?
예를 들면 분명하게 싫다고 하기 미안할 때 고개를 젓는다던가, Yes 라고 대답하기 조금 수줍거나 부끄러울 때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던가 말이죠.
그래서 그 장로님에게 아마 이러이러해서 한국인들이 그런 제스쳐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다시 말하네요.

오, 나도 알아요. 무례하거나 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인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 거라는 걸요. 특히 외국인하고 말할 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수줍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같이 더워져요. ㅋㅋ

이렇게 흥미로운 수다를 떨다가 그 제임스 와비 장로님은 제게 몰몬교의 설교문 팜플렛과 명함을 주고 가셨답니다.
미안하게도 제가 그다지 소중하게 간직하지 못해서 지금 책상 서랍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물건들이죠. ^^;;

와비 장로님이 들려준 이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평소에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미국인에게 "진~짜 한국적인" 이라는 말을 듣고 재밌었네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문화마다 통용되는 제스쳐가 달라서 말 대신 고개를 사용하는 행동이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곳도 있지만, 이 미국인 장로님은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