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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과 아시아인, 서로의 부모가 매정하다네!

마전에 자신들도 “아시안”이라고 말했던 인도 출신 동료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저도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인도를 아시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죠. 그런데 참 놀랍게도 이 인도 동료 S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한국문화와 인도문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가장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인 것은 바로, 부모 자식간의 의무와 권리였답니다. 한국 문화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모 자식간의 상황이 그대로 보이더라구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전폭적으로 모든 것을 지원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부모의 희생을 자식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것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선택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의사 아니면 변호사.

부모는 자식이 장성한 후에도 가능한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한다.

부모야말로 자식을 가장 잘 알고, 걱정하는 존재로 간주되며 부모의 말은 곧 법이다.

쌍방간 갈등이 발생하면, 부모는 “내가 나 좋자고 이러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를 시전한다.


어찌나 비슷한 점이 많은지 저와 S는 항상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미국인들에 둘러싸인 직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그래서 간혹 저와 S는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들곤 하는데 언젠가 주변에 있던 미국인 동료들이 저희의 대화를 듣고 끄~암~짝~ 놀라더라구요. 저희가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냐면 말이죠.


S: 아, 집에서 요즘 난리야. 승진을 하던지 아니면 대학원을 가라고. 이도 저도 아니게 패배자처럼 살지 말라고.

이방인: 하하. 우리 엄마는 그건 포기하셨나 봐. 근데 요즘 나 살쪘다고 얼굴이 달덩이가 됐다고 빨리 살 빼라고 잔소리 장난 아니셔. 


아무렇지도 않고 여기까지 말을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아니면 목소리가 컸는지 미국인 동료가 갑자기 끼어들더라구요.

아니, 너희들 부모님은 자식한테 그런 비판한단 말이야?


S와 저는 그건 비판이 아니라 건.설.적. 충고 (constructive criticism)이며, 이 정도는 우리 문화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러자 미국 동료는 깜짝 놀라면서,

그게 별 거 아니라고? 진짜로? 완전 상처받는 말들인데?


S와 저는 외모에 관한 건설적 충고는 레벨 2정도이고, 학업, 취직, 결혼에 관한 건설적 충고는 레벨 측정불가라고 웃으며 덧붙여 주었습니다. 아시안계 부모는 "너는 너 자체로 아름답고, 미래는 밝으니 아무 걱정말라"는 식의 Sugar coating은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듣고난 미국인 동료의 반응이 가관입니다.


와… 정말 자비없는 부모로구나.
자비없는...

자비없는...

이야기를 듣고 저랑S는 빵 터졌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18세가 되면 자녀에게 경제적 원조를 끊고, 학비조차 내주지 않아도 (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매몰차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고 난 내 인생 산다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

자식의 홀로서기는 아무리 아파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부모.


밑에서 자란 미국인이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해주고 싶어하는 아시안 부모한테 “자비없는 부모”라고 놀라니 저희 입장에서는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지요.


미국인들은 정서적 지원 Emotional Support를 해주는 것이 부모의 최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지나치게 솔직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식에게 관철시키는 아시안 부모는 자비없는 부모로 비춰질 수도 있겠죠. 미국 부모들은 자식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건 최고로 잘하거든요. 저도 어릴 때는 그런 점이 부럽기도 했는데 다 커서 사회에 나와 보니 아시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더라구요.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게 다 부모님 덕분이다.
미국인들처럼 말로만 “사랑한다. 우리가 항상 널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마렴” 하는 것보다
Tiger Mom이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부모가 훨씬 낫다.



미국인 동료가 아시안 부모의 매정함에 고개를 저으며 돌아간 후, 저와 S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답니다.


우리 눈에는 너희들 부모님이야말로 매정하기 짝이 없단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겠지만 여러분 모두 기운찬 하루 유후~

  • Wooms 2020.03.06 09:00

    이 글이 너무 공감가는게, 얼마 전 레이비버드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혹시 방인님도 보셨나요?) 여튼 거기서 뉴욕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에게 그냥 지역 대학이나 가라는 엄마를 보고 저고 똑같이 매정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글 보니까 그 미국 엄마가 좀 이해가 가요. ㅎㅎ

    • 이방인 씨 2020.03.10 08:41 신고

      네. 저도 그 영화 재밌게 봤답니다. 보편적 아시안 부모 같으면 더 좋은 뉴욕 사립 명문으로 가라고 지지해줬을텐데, 미국 부모들 참 현실적이죠? ^^

  • Arabella Kim 2020.03.06 19:55

    나라 별로 대체적인 성향이라는게 있겠지만 그런 성향과 다른 경우도 꽤 많아서 뭐라 딱 집어 말하긴 어려운거 같아요.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본 세계가 다인거 같은 착각속에 많이 살지요.지휘자 정명훈씨는 워낙 자식들한테 헌신적인 부모 밑에 살아서 그런가 입만 열면 한국 엄마들은 다들 자식 사랑이 대단하다 그말을 자주 하던데 저 같은 경우는 자신들 살기 바쁘고 자식에게 애정과 관심이 없는 부모밑에 자라 그런지..근데 주변을 돌아보면 대체적으로 한국 부모들이 자식들한테 잘 하긴 하고 부모 사랑과 관심 만큼 자식도 대체적으로 잘 풀리긴 하더군요.근데 미국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국 부모 저리 가라 자식들 일에 열정적이고 경제적 도움도 많이 준다고 들었어요.대체적인 성향이란게 있지만 예외는 항상 있으니까요.그나저나 저희 엄마도 제 외모 지적을 무척 많이 합니다.ㅋㅋ제 인생에 관심이 별로 없는데 외모 지적질은 평생 하네요.ㅋㅋ

    • 이방인 씨 2020.03.10 08:43 신고

      그렇죠. ^^ 어느 것에나 100%란 있을 수 없고, 보편을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아시안 부모 중에도 자식과 나의 인생을 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미국 부모중에도 자식은 물론이고 손자들까지 대대로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문화적 차이외에도 각자의 성향 차이라는 것도 있지요. ^^
      그나저나 저희 어머니 박여사도 제 외모지적하는 게 취미세요. 아하하하. 특히 단발을 제외한 헤어스타일을 싫어하셔서 제가 머리 기르는 꼴을 못 보세요. 근데 재밌는 건 박여사 젊은 시절에는 항상 긴 생머리를 고수하셨다는 사실이죠. 이건 뭐 엄마가 딸 상대로 내로남불 시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ㅋㅋㅋㅋ

  • 아싸라비야 2020.03.07 00:12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봐요ㅋㅋ 이방인님의 말에 100% 동의합니다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love you란 표현을 자주 하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딱 선긋는거 보면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 이런건가 싶긴해요 동양에서 사랑은 기본적으로 “희생”을 기반으로 하잖아요 자식들이 부모세대보다 좋은 삶을 살기 원하기에 훨씬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희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릴때부터 보고 자랐으니 그 부채감이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고 그렇기에 어딜가든 동양인들의 향상심이 지금의 위치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하거든요 분명 우리 부모님의 기대가 지칠때도 있지만 적절한 pressure는 동기부여가 되어 좀 더 좋은 내가 될 수 있게 하는것 같아요

    • 이방인 씨 2020.03.10 08:47 신고

      미국인들은 모든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표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마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나는 나, 너는 너"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더라구요. 근데 저는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그 방식에 딱히 동의할 수 없더라구요. 아시아의 집단주의 문화도 단점이 많지만, 서양인들의 개인주의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다들 문제를 안고 사는 거죠 뭐. ^^

  • 스피드 2020.03.07 03:50

    정말 공감합니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배우자와 수없이 대화(싸움에 가까운) 합니다. 보편화할 순 없지만 미국적인 사고 방식과 한국적인 마인드로 감정적인 교류가 안 된다고 서로 외롭다 외쳐요. 자녀들은 지원 받아서 싫다고 한 적도 없고 일찍 자리도 잡았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정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 이방인 씨 2020.03.10 08:52 신고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지만, 누구와 결혼하든 자식에게 할 수 있는 한 지원하고 싶어요. 저 역시 그런 한국문화의 수혜자거든요. 제가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이 학비 내주시고, 차도 사주시고 해서 (여긴 차 없이 학교에 갈 수 가 없으니까요.) 아무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국 친구들 중에는 학비 벌랴, 차 마련하랴 알바 뛰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이 진짜 많았어요. 결국 졸업도 늦어지고 자연히 취직도 늦어지고, 더욱이 졸업하고 나면 학자금 빚에 시달리더라구요. 물론 친구들에 대한 존경심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비례했답니다.

  • 들꽃처럼 2020.03.08 04:08

    타이거맘.. 저예요...
    헬리콥터맘이기도 하지요 ^^;;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답니다.
    그렇다고 학원에 뺑뺑 돌리고 사교육 만땅하고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학원을 못믿어서 제가 직접 봐줍니당 ㅎㅎ
    끼고 가르치진 않구요
    공부할때 옆에 같이 있어요.
    제가 자리 비우면 어이구...
    아무것도 안하더라구요 .
    옆에 지키고 있는거... 죽겠어요... ㅠㅠ

    우리 엄마가 집에서 애들 보라고 저 대학까지 가르치신건 아닌데 말이죠.
    제자신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들 학원비라도 건진다 생각하고
    걍 옆에 지키고 있답니다~

    박여사님은 잘 지내시나요?
    흥할 오빠는요?
    그때 핑크빛 기류가 보인다 하셨는데 그거는요?
    궁금한게 겁나 많아요!

    • 이방인 씨 2020.03.10 08:59 신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말이죠. 제가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지만, 만.약.에. 있다면 타이거까지는 못되더라도 그 언저리까지는 갈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역시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건 스펙이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더라구요.
      근데 엄마가 공부할 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생각보다 효과적인 것 같아요. 한국에 사시는 저희 이모 한 분도 공교롭게도 딸만 둘이었는데, 직접 가르치진 않았어도 딸들이 공부할 때 그냥 근처에 항상 있는 것을 습관화했는데 아이들이 둘 다 S대에 갔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잘 먹히나 봐요. ^^

  • 단발머리♥ 2020.03.12 10:31

    방인님 부모님 대단하시네용 미국 학비 후덜덜한 걸로 아는데 등록금 지원하시고...이민가셔서 경제적 자리잡기 힘드셨을텐데. 정말 대단하세요!!저는 대학때 집이 급 어려워져서 일부는 학자금 대출 받았거든요. 받을때는 취업해서 갚지뭐 했는데...생각보다 빨리 안갚아지더라구요. 늘 마음 한구석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런데 지난해 다 갚았답니다 ㅎㅎㅎ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ㅋㅋ

    저도 만약에 자식을 키우게 된다면 다 지원해주고 싶어요. 사회 생활시작에 빚을 가지고 있다는 건 큰 장애가 되더라구요. 물론 대다수 그러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서 지원을 못해주시겠죠 ㅠㅠ 대학때 알바해보면서 돈버는 건 좋은 경험이 될 순 있지만 돈버느라 급급해서 학교생활 몰입못하는 건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요즘 공부도 많이 해둬야 취업도 잘 하닌깐요.

    앗 그리고 방인님 의외로 타이거맘 가능성이 있다니 ㅎㅎㅎ 저는 아이 학업에 열정적인 엄마들이 너무 신기하더라구용 ㅋ 저는 제가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없을 것 같거든용ㅋㅋㅋ근데 제가 나는 아이 프리하게 키울 것 같다고 하닌깐 다들 코웃음쳐요 ㅋㅋㅋ니가 퍽이나 프리하게 놔두겠다고 니 성격에 ㅋㅋㅋㅋㅋ저는 갠적으로 공부는 본인이 하는거고 억지로 시키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ㅋㅋㅋ다들 안믿어용. 우리엄마는 공부하라고 잔소리안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러고 싶은데 솔직히 저도 안낳아봐서 모르겠요 ㅋㅋㅋ이래놓고 타이거맘 저리가라 할수도 있으닌깐 ㅋㅋㅋ

    • 이방인 씨 2020.03.13 02:56 신고

      단발머리님, 정말 장하세요! 학자금 갚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거든요. 주변에서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들었구요. 다 갚으셨다니 정말 축하드리고, 대견하십니다! ^-^

      아 참, 물론 저희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은 변함 없지만 한가지 말씀드리자면요. 제 대학 시절 학비는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았답니다. ㅎㅎ 운이 좋게도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에는 등록금의 드라마틱한 인상 전이라 여러모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이었고,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주는 학비지원금이 잘 나올 때였어요. 게다가 저는 캘리포니아 주민으로 University of California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다른 주 혹은 타국에서 온 유학생들보다 훨~씬 낮은 등록금을 냈거든요. 학비지원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부모님이 내주신 것은 사실이나 제 생각에는...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박여사 들으시면 "이런 배은망덕한 딸 같으니!" 하실지도요.)

      타이거맘... 저도 사실 저 말고 다른 존재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쓸 마음이 없어서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했는데요. 만.약.에. 미래에 아이가 생긴다면 솔직히 살쾡이맘 정도는 될 것 같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