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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빅뱅팬 때문에 3번 당황한 이야기

by 이방인 씨 2012. 10. 1.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틀전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실화입니다.
밖에 나갔다가 패스트 푸드점에서 점심을 사 먹고 있는데 혼자였기 때문에 2인용 테이블들이 나란히 있는 곳에 앉았습니다.
평소처럼 우적우적(?)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로 보이는 남녀의 시선이 조금 느껴지더라구요.
'헉! 내가 너무 추하게 먹고 있나?' 싶었는데 갑자기 커플 중 여자분이 저를 빤히 보며 묻습니다.

Are you Korean? 한국인이세요?

'어랏? 내 이마에 누가 한국인이라고 써 붙여놨나?' 싶어서 깜짝 놀랐죠.
동북아시아인이라면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로 한.중.일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 두 커플은 아무래도 Native 미국 인디언들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외모와 장신구를 하고 있었거든요.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아봤지?' 하고 당황하면서 일단 대답은 했죠.

네, 한국인 맞아요.

그랬더니 여자분이 눈을 반짝이며 또 한번 당황스런 질문을 하더라구요.

그럼 빅뱅 콘서트 가시겠네요??

엥? 빅뱅 콘서트요? 빅뱅이라면... 그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이요?

맞아요! 11월달에 미국에서 콘서트 하잖아요!

......아! 정말요?


사실 전 빅뱅이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식은땀이 한 방울 또르륵 흘렀죠.

 

 

그 여자분의 말씀을 들으니 빅뱅이 11월 초에 미국에서 빅뱅 얼라이브 갤럭시 투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다고 하는군요.
저는 모르고 있었다 했더니 안달을 하시면서 본인은 벌써 티켓까지 다 샀다고 저보고도 빨리 서두르랍니다.
그래서 콘서트 장소가 어디냐 물었더니, 뉴저지! 라고 하는게 아닙니까!

뉴저지라굽쇼??

비행기로는 6시간이고, 차로 가면 쉬지 않고 40시간, 쉬면서 가면 3일은 운전해야 되는 그 뉴저지 말인가요?!
역시 미국인들의 여행거리에 대한 스케일은 거대합니다. ㅎㄷㄷ
공연을 보기 위해 그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거겠죠.

어쨌든 빅뱅을 얼마나 좋아하면 길에서 만난 랜덤 한국인에게 이렇게 말을 거나 싶어서 귀엽기도 해서 어떻게 빅뱅을 알게 됐느냐 물었더니 K-POP 매니아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뉴저지까지 가기 좀 부담스럽지 않냐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한국이 아니라 뉴저지까지만 가도 되는게 얼마나 감사한데요!

이거야말로 우문현답이네요. ^^;;
그래서 공연 재밌게 보고, 안전하게 돌아오라는 말을 하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빅뱅 미국 투어를 검색해보고서 저는 또 한번, 크게 당황하고야 말았습니다!
빅뱅의 콘서트는 미국의 두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더군요.
한 곳은 여자분이 말해준 뉴저지가 맞고, 다른 한 곳은... 바로 여기 캘리포니아였습니다!!
아니, 가까운 캘리포니아에서도 콘서트를 하는데 뉴저지로 간다는 건 뭐하자는 예매일까???

그녀가 이렇게 언뜻 이해가 안되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요?

1. 공연 보러가는 김에 여행도 하고 싶어서?

2. 캘리포니아 공연은 시간이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서?

3. 캘리포니아 공연과 뉴저지 공연 두 곳 모두 가는건가?

4. 그냥 범상치 않은 정신세계를 가진 분이라서? 

그러고보면 버거킹에서 옆에 있는 동양여자에게 그냥 갑자기 한국인이냐고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빅뱅이 콘서트를 여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고백한 저에게 빨리 티켓을 사라고 종용한 것도 그렇고... 왠지 4번을 배제할 수 없을 것만 같아요. ㅠ.ㅠ

그.래.도 이렇게 밖에서 우연히 K-POP 매니아를 만난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뭐랄까 신기하고 엄청 기분이 좋더라구요.
문화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구나 싶기도 하고, 우리 한국의 아이돌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새삼 느꼈답니다.
PSY 의 엄청난 성공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인 것 같고, 암튼 요즘 여러모로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
여러분도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