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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복장 도착자 (Cross Dresser) 만났을 때의 실수담

by 이방인 씨 2012. 9. 16.

미국은 인구가 많기도 하고 사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유연해서인지 한국에서 잘 접하지 못하던 성소수자들을 종종 봅니다.
특히나 제가 처음 이민와서 살았던 샌프란시스코는 게이들의 중심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만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 중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Cross Dresser 라고 불리는 복장 도착자랍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이야기는 REAL 실화랍니다.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거나, 반대로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는 것을 Cross Dressing 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히 Unisex 라 하여 남녀공용의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반대 성의 옷을 입고 꾸미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로스 드레서들은 굳이 반대 성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을 즐기는 취향의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오래전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런 용어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었습니다.



(출처: 구글이미지)


그런데 미국에 온 지 한 3년쯤 지났을 무렵, 크로스 드레서를 바로 코 앞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답니다.
때는 제가 미국에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뛰던 시절이죠.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고 간헐적으로 손님이 들어오는 3시쯤이었는데, 덩치가 어마어마한 여성분이 들어오시더라구요.
'여성분이신데 보통 거구가 아니시네...' 하고 있는데 그 손님이 점점 가까이 오는 순간 딱 알았습니다.

'이 사람 남자다. 1200% 남자다......

누가 봐도 잘못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남자인 것이 확실했습니다.
일단 키는 적어도 185는 되보였고, 몸무게도 한 100킬로는 족히 나가겠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설픈 메이크업 밑으로 수염과 구렛나루를 면도한 자국이 남아있었거든요.
그 때 번뜩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주의사항이 떠올랐어요.
평범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평범하게 대해야한다는 말이었죠.
특히 영업을 하는 곳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고객이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누누히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코 앞에서 난생 처음 그런 사람을 보니 이상하다는 느낌보다 조금 무섭더라구요.
제가 어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런 거구의 남성분이 원피스를 입고, 금발 가발에다가 손에 매니큐어까지 칠하고 나타나니까 두려움이 먼저 드는 게 아닙니까....
속으로는 덜덜 떨렸지만 포장주문을 받고 나름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계산까지 마쳤습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받아서 건네드리는 것까지 완벽했죠.
그리고 그 분이 제게 Thank you. 하시기에 저도 그 식당에서 늘 하는 끝인사를 했습니다.

Thank you, Sir. Have a good day.

헉!!!!!!!!!!!!!!!!!!!!!!!!!!!!!!!!!!!!!!!!!!!!!!!!!!!!!!
제가 마음속으로 계속 '이 사람 분명 남자야. 백번을 다시 봐도 남자맞지?...' 하며 유체이탈 상태였는지라 정신이 없어서 남성한테만 쓰는 호칭 Sir 이 나와버린거죠. ㅠ.ㅠ
남성이지만 여성의 모습을 하고 왔으니 호칭을 붙이려거든 Ma'am 이나 Ms. 를 쓰던지 아니면 아예 호칭을 생략했으면 되는 거였는데 말입니다.
얼굴보면 1200% 남자니까 자연스레 Sir 이라 튀어나와버린 것 같아요.
내뱉은 순간 저는 스스로 너무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그 분도 조금 당황했는지 그냥 Okay 하고 빨리 나가버리셨죠. ^^;;
저는 한동안 그냥 계산대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구요.

나중에 미국 친구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친구는 웃겨서 쓰러지더라구요.
남들은 듣고 웃을지 몰라도 그 당시 제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나이도 들었고, 미국에 많이 익숙해지기도 해서 그 때처럼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은 아니죠. ^-^

잊지 못할 제 실수담,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이 포스트는 절대 크로스 드레서들을 비하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저 저의 문화충격 경험담일 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