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단신(短信)

더위와 피로에 지친 어느 저녁, 엄마 때문에 빵 터졌네!

by 이방인 씨 2014. 9. 25.

친절한 방인 씨의 선량한 독자 여러분,

 어찌들 지내십니까?

불시에 생존신고하러 나타난 방인 씨올시다~


저는 요즘 아침에는 알람이 두 번 울려야 깨어나며, 저녁에는 집에 오자 마자 밥 먹고, 침대에 눕자 마자 곯아떨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혓바늘이 돋고 눈이 침침할 정도로 피곤한 것 같.은.데. 살은 전~혀 빠지지 않고 있으니 아마도 몸이 힘들다는 건 저만의 느낌적 느낌인가 봅니다.

달력 상으로는 이미 9월 말이지만, 이곳 캘리포니아는 지난 주까지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답니다. (다행히 이번 주부터는 선선하네요.) 며칠 전 저녁에도 더위와 피로에 항복하여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데 어머니께서 수박을 내오셨습니다. 수박도 좋지만 그 때 저는 더 달콤하고 더 시원한 무언가가 먹고 싶었죠.

방인 씨: 엄마, 수박 말고 다른 건 없어요?

어머니: 음...  아! 그거 있잖아, 너 먹는 거.

방인 씨: 제가 먹는 거라니, 그게 뭔데요?

어머니: 왜 있잖아, 그거 말야, 그거... 살얼음!


에~엥~?!


살얼음???
아니, 내가 언제부터 살얼음을 좋아했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요!

 

방인 씨: 엄마, 살얼음이라니요? 뭐 냉면 위에 뜬 살얼음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아니, 아니,

답답하셨는지 어머니는 직접 주방으로 가셔서 무언가를 꺼내오셨는데 어머니 손에 들려 있는 그 살얼음은 바로...

 

!!!!!!!!!!!!!!!!!!!!!!!


뜨~어~억~

살얼음 = 설레임

이었구나...!

트... 틀렸지만 절.묘.하.다.
이걸 알아듣지 못한 나의 센스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도다!


완전히 빵 터져서 소파에서 끅끅거리고 웃다가 간신히 말했습니다.

방인 씨: 엄마, 설레임보다 더 훌륭합니다. "살얼음"이라니, "더위사냥"을 단숨에 몰아낼 시원~한 이름이네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우리집 박여사, 멋쩍은 웃음을 지으시더니 "아, 으응~ 이거였구나~ " 하십니다. 어머니 덕분에 실컷 웃고 났더니 어쩐히 더위도, 피로도 가시는 듯했답니다. ← 물론 이것이야말로 진정 느낌적 느낌일 뿐으로 다음 날 아침에도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 못하여 박여사께서 직접 방문을 벌~컥 열고, 엄.마. 알.람.을 시전해 주셨지요.

여러분도 살얼음처럼 청량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