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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보스턴 폭탄테러: 난리난 미국인들과 평온한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3. 4. 21.

아마도 요즘 전세계 미디어는 미국의 사건 사고 소식을 전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요.
미국이 아주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모두 알고 계시겠죠?
저도 어제 거의 하루 종일 폭파범을 찾는 Manhunt를 Live 뉴스로 봤답니다.
반나절 정도를 Searching이라고 나오더니 저녁 무렵에야 In Custody (신병 확보)로 바뀌더군요.
곧바로 Boston Police의 브리핑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의 담화로 이어졌습니다.
한눈에도 지쳐 보이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보스턴에 큰 빚을 졌다"며 보스턴 경찰당국과 시민들에게 감사하고 MIT 총격전 당시 사망한 학교 경찰관을 애도했습니다.

폭파범 두 형제 중 형은 MIT에서 벌어진 경찰과의 총격전 중에 사망하고, 홀로 도망다니던 동생이 잡혔으니 이 테러 사건은 이제 일단락이 된 셈입니다.
요 며칠간 사건이 발생한 보스턴과 범인이 숨어 들었던 Watertown 주민들이 어떤 악몽 속에 지냈는지는 다음의 사진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Shawna_England/Twitter)

이건 범인이 은닉했던 주택가 주민이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완전 무장한 요원들이 (아마도 SWAT?) 바로 내 집 앞에 저러고 있다고 한번 상상해 보세요.

 

(Ron Corning/Twitter)

역시 Watertown으로 들어간 작전 차량의 모습입니다.

 

(Knicolegillette/Twitter)

사진만 봐도 후덜덜하죠?
아침에 출근하는데 거리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면...

 

(Tomuky/Twitter)

watertown 주민이 자기 집에서 창 밖을 내다 봤더니 이렇더래요..........

 

(StephenMcAlpin/Twitter)

이건 경찰과 어지러운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이웃집의 벽을 뚫고 TV를 통과한 총알 자국이라네요.
총알은 TV속 영화로나 보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 뚫고 나올 줄이야...

물론 경찰이 생포작전을 개시하면서 모든 주민들에게 경고를 하고 범인이 숨어있던 집에서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웃의 집으로 이동을 시켰기 때문에 시민 부상자는 없었습니다.

 

마침내 범인이 잡혔을 때 시민들이 얼마나 안도했는지 말 안해도 짐작하시겠죠.

 

범인이 후송되고 있는 앰뷸런스와 경찰 차량들을 보며 박수치며 기뻐하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작전에 참여했던 경찰이 환한 얼굴로 웃고 있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네요.

 

Watertown에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보스턴 시민들도 모두 거리로 나와 축하했답니다.

 

메사추세츠에서는 이 난리가 벌어졌다는데 캘리포니아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평온한 일상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가슴으로 크게 와 닿지는 않은 거죠.
제가 사는 동네에도 벌써 Boston의 피해자들을 돕자는 모금이 시작이 되었지만 이 일로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질 정도로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공기 속에서 저는 한반도의 정세에 관한 내/외국인의 시선 차이가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몇번 전해 드렸지만 미국인들은 한반도에서 오늘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처럼 위험한 줄 알거든요.
북한을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 불안해서 어찌 사냐고 묻죠.
그런데 정작 한국에 계신 분들은 평온하지 않습니까.
연평도 포격이 있었을 때도 물론 한국 전역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일상의 위협을 느끼실 정도는 아니었겠죠.

미국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일단 저부터도 놀랍고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겁이 나거나 내가 사는 곳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거든요.
Manhunt가 생생하게 중계되는 와중에 만난 주변 사람들도 평소와 전혀 다름 없는 모습이었어요.
제 자신을 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평온한 일상' 이란 의외로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역시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그리 뜨거워지지 않는구나' 싶기도 했답니다.

아직은 별 일 없는 캘리포니아의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방인씨였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