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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그대의 블로그 7월] 이방인씨 근황과 무슨 말이든 해 보아요~

by 이방인 씨 2013. 7. 24.

여러분, 어느새 7월도 다 갔네요.
2013년의 절반이 지났다니 요즘은 정말 하룻밤 자고 나면 이틀씩 지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빠르네요.

이게 나이 먹어가는 징조일까요...  담배2


오늘은 7월의 <무슨 말이든 해 보아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달간 여러분께 일어난 일을 털어놓으셔도 좋고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셔도 좋구요. ^^

저는 오랜만에 제 가족들의 근황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은 역시 흥할 인간이겠죠?

제가 뉴욕 여행을 다녀온 직후의 일입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서 희귀 동물인 설표를 보고 온 것 기억하시나요?
설표가 티베트 동물이라 그런지 설표 우리 앞에 산스크리트어로 뭐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이것을 '옴 마니 반메 훔' 이라고 읽는다고 하는데요.
불교의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말씀이랍니다.

티베트인들이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주문인데
"옴, 연꽃 속의 보석이여, 훔" 이라는 뜻이래요.

 

이 사진을 어머니께 보여드리면서 어머니와 저는 아주 오래된 추억 속으로 빠져 들었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태조왕건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배우 김영철씨가 궁예 역으로 나왔는데 극 중 궁예가 승려출신이었기 때문에 늘 이 구절을 읊었답니다.
그 당시 제 귀에 들리기에는 오옴 마니 반메 홈~ 오옴 마니 반네 홈~ 이렇게 들렸었는데 흥할 인간 귀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왕건을 보고 있는데 그 날도 궁예가 관심법~ 어쩌고 하면서 오옴 마니 반메 홈~ 하더라구요.
그 때 나타난 흥할 인간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 무슨 일인데 그래?

무슨 일은 뭐가 무슨 일이야?

저 사람이 방금 "오억만이 반대요~" 했잖아? 무슨 일인데?

!!!!!!!!!!!!!!!!!!!!!!!!!!!!!!!!!!!!!!!!!!!!!!!!!!!!!!!!!!!!!!!!!!!!!!!!!!!!!!!!!!

헐 오옴 마니 반메 훔을 어떻게 5억만이 반대를 한다고 들어?? 당신의 청각이야 말로 정말 무슨 일인데 그러니?!! 게다가 5억이면 5억이고 5만이면 5만이지 5억만이라는 단위가 어떤 상식에서 나온 거여...

까맣게 잊고 있다가 뉴욕에서 저 안내판을 보고 다시 생각나서 깔깔깔 웃고 사진까지 찍은 뒤 집에 돌아와서 흥할 인간에게 기억나냐고 물었더니 펄쩍 뛰며 오리발을 내밀더라구요.
그래, 창피한 줄은 아는 걸 보니 기본적인 수치심은 있는 게로구나... 다행이다.  하하


그리고 한 두달쯤 전에는 저희 외조부모님이 저희집에 다녀가셨는데요.
제 글을 예전부터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쩌~는 영어실력을 자랑하시는 분들이죠?

2012/03/23 - [방인씨 이야기/미국 이야기] - 여든넷 우리 할아버지, 미국서 우쭐하신 사연

두 분 다 여든을 훌쩍 넘기셨는데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시는지 날이면 날마다 투닥투닥 다투십니다. ^^;;
저희 외갓집 식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투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늘 두 분은 100세를 충분히 넘기실 거라는 농담도 하죠.
저희집에 오신 날은 할아버지께서 목감기 기운이 있으셔서 숨소리가 거칠고 간혹 가래 끓는 소리도 나시더라구요.
저희 어머니가 걱정스러워서 "아버지, 약 가지고 오셨어요? 안 가지고 오셨으면 사올게요." 했더니 아침부터 할아버지께 심통이 나신 듯한 저희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냥 둬라~ 너희 아버지는 뭐가 그리 아까운지 가래도 안 뱉고 아껴둔단다!  흥

느낌표 할...할머니, 아무리 6.25세대라 근검절약이 몸에 배셨다지만 설마 할아버지가 가래를 아끼려고 안 뱉으실까요...


괜히 그러시는 할머니 말씀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저희 어머니랑 제가 빵 터지셔서 말을 잇지 못했답니다.
할아버지는 그 정도 타박은 익숙하시다는 듯 So So Cool~ 하게 분홍색 물약을 들이키셨지요.
아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제 얘기는 여기서 멈추고 이제 여러분께 바톤 터치합니다.
무슨 얘기든 하시고 싶은대로 털어놓으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