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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방인 씨861

미국에서 바바리맨 만난 최악의 경험 연말에 세일을 많이 한다는 핑계로 며칠 전에 의류매장에 친구랑 쇼핑을 갔었습니다. 한국에서 일명 "바바리코트"라고 부르는 트렌치코트가 많이 걸려 있더라고요.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한~창 추운 1-2월에도 섭씨 3-4도일 정도로 온난해서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트렌치코트 정도만 입어도 겨울을 날 수 있거든요. 제가 열심히 트렌치코트를 보고 있자니, 친구가 스~윽~ 눈길 한 번 주더니 이렇게 말하고 가버립니다. "그거 너무 Flasher 같지 않아?" 으윽! 그 말을 들으니 작년에 겪었던 어떤 사건이 떠오르면서 옷을 사고 싶은 욕구가 뚝 떨어집니다. Flasher란 다름 아닌 "바바리맨"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공공장소에서 신체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것을 영어로 flash라고 하는데 단어 뒤에 "-er".. 2020. 1. 1.
미국 동료들과 한식당에서 밥 먹은 이야기: 맨밥은 힘들어~ 오늘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말이죠,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한국 음식점에 갔습니다. 세 명중 두 명은 캘리포니아 출신 미국인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인도계 미국인이었죠. 저희 넷은 사무실에서 같은 쪽에 줄지어 앉아 일하는데다가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방 친해져서 자주 붙어 다니곤 합니다. 그런데 미국인 중 한 명이 LA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나 김치를 어마 무지하게 좋아하죠. 그래서 틈만 나면 한국 음식점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네요. LA 출신 동료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베지테리언인 데다가 한국음식을 한 번도 안 먹어봤다기에 약간 걱정이 됐는데 정 먹을 게 없으면 비빔밥이라도 추천하자 싶어 그냥 데리고 갔습니다. 제가 고른 한식당은 반찬.. 2019. 12. 28.
"나 때는 말이야" 시전하는 미국 부모들, 내가 다 답답하네 제 주변에는 저보다 연배가 높은 미국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friend"가 될 수 있는 나라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제 또래중에는 현재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친구가 대다수라 자연스레 멀어진 것도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만나서 육아에 관해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친구가 필요한데 그런 분야는 영~ 제 관심사가 아니라 만나면 서로 답답하거든요. 하여 어쩌다 보니 저보다 한 세대쯤 앞선 분들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한달에 한 번씩 점심 모임을 갖습니다. 어제가 바로 그 모임 날이었는데 모두 네 명이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세 명에게는 모두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있기 때문인지 어쩌다 보니 대학진학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의 .. 2019. 12. 25.
상사들은 곤란하고, 직원들은 고소한 미국 회사의 이벤트 얼마전에 미국 직장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을 위해 딱히 돈을 쓰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2019/11/09 - [미국 직장생활] - 미국 직장 상사에게 밥 얻어먹기란 하늘의 별따기) 직원들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지만 속으로 사~알~짝 서운해하기는 합니다. 평소 좋아하지 않는 상사라면 더하겠죠. 그런데 이런 직원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입니다. 연말 불우이웃돕기는 한국에서도 매년 빼먹지 않는 겨울 행사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년 겨울, 상하지 않는 식품과 돈을 모금합니다. 참여여부는 물론 자발적이지만 유독 상사분들의 참여률이 높지요. 직급이 높을수록 연봉이 높으니, 받은 만큼 기부한다는 바람직한 마음.. 2019. 12. 20.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미국인들 미국 최대의 명절은 분명 추수감사절이지만, 체감상 가장 요란한 holiday는 누가 뭐래도 크리스마스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가족, 연인, 친지를 비롯하여 직장 동료 및 이웃들에게도 크고 작은 선물을 하는 미국인들답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들 선물을 해야 할 사람들 리스트를 작성하여 하나하나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고 포장한답니다. 갤럽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인 1명당 선물 쇼핑에 $885를 썼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증가한 $942가 소비금액이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저도 요즘 회사 동료들에게 돌릴 작은 선물 꾸러미를 구성하고 포장하는데 매일 저녁 여가시간을 할애하고 있답니다. 소박한 선물이지만 줄 사람이 20명이 넘다 보니 거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답니다. 미국인들이 크.. 2019. 12. 18.
미국에서 살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자유로워진 습관 한국에서 가장 자유를 억압받고 살고 있는 집단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고등학생들 아닐까요? 정규수업이 끝나도 야간 자율학습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붙잡혀 있어야 하고, 교복도 입어야 하고, 두발 단속이 있는 학교도 있으니까요. 저도 굉장히 규율이 센 학교에 다니다가 이민을 왔는데... 미국 고등학교는 다들 아시겠지만 학칙이 참으로 너그럽더군요. 무단결석이나 학교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만 않으면 별달리 제재를 받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소소한 자유의 단맛에 빠져든 것이 말이죠. 미국에 살며 이 나라의 자유로움에 익숙해져 마음도 몸도 (특히 몸무게가) 무척 편안해졌습니다. 범죄를 제외한 행동이라면, 하지 말라는 사람도 남일에 관심 가지는 사람도 딱히 없어서 행동을 제약하는 사회적 압박이 적다고.. 2019.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