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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블로그에 뜨는 광고가 왜 그리 꼴보기 싫으세요?

by 이방인 씨 2014. 5. 16.

달 전에 한 방문객이 남긴 댓글을 보고 '이때다!' 싶어 저장해 두었습니다.

 


블로그에 구글 광고가 게재되는 걸 심히 못마땅해하시는 분이군요. 저는 이 댓글을 보고 적잖이 반가웠답니다. 그동안 종종 쓰고 싶었던 글을 쓸 계기를 마련해 주었거든요. 이런 류의 댓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닐 뿐더러 "수치스럽다"는 약과로, "천박"하다는 등의 꽤 과격한 언사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제 글 첫머리의 저작권 관련 문구를 보고,


"블로그에 광고나 단 주제에 저작권 좋아한다. 뻔뻔하기는!"


제 머리로는 저작권과 광고의 연계성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그런 질타를 남기고 간 방문객도 있었답니다. 가끔씩 듣는 풍문에 따르면 저만 이러한 비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며, 직접 비판의 댓글을 남기지 않더라도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블로거에게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독자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블로그 초창기에 방문하시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오신 어느 독자는 제게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블로그에 광고를 단 걸 보고 실망스럽다'는 요지의 댓글을 남기고 가신 적이 있습니다. 광고게재가 어째서 저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기에 묻고 싶었죠.


도대체 블로그에 게재되는 광고가 왜 그리 꼴보기 싫으세요?



1. 글 읽기가 불편하신가요?


그럴 리 없죠. 이 블로그에서 광고는 모두 본문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는 첫 단어부터 끝맺는 마지막 단어까지 광고의 방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으며 스크롤 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floating 광고도 없고 클릭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는 징~한 광고도 없습니다. 첫 페이지에 광고가 뜨는 것은 사실이나, 글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은 얼마든지 무시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광고를 꼴보기 싫어하시는 건 (적어도 제 블로그에서) 글의 가독성 저하 때문이 아니겠지요.

 

2. 광고를 보기만 해도 자신의 돈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구글의 광고는 클릭시에 수익이 발생하는 CPC (Cost Per Click) 형태로 시야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클릭을 한다 해도 클릭하는 사람의 돈이 아니라 구글에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의 돈이 제게 지급되는 것입니다. 고로 여러분이 광고를 무시하든, 유심히 보든, 클릭하든, 국 끓여 먹든, 엿 바꿔 먹든, 뭘. 어.떻.게. 해.도. 제가 여러분의 돈을 받는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자명한 사실을 모르는 방문객은 없을 듯 한데요. 그렇다면?!

광고를 꼴보기 싫어하시는 건 자신의 돈이 아까워서도 아니겠지요.

 

3. 제가 특정 상품이나 업체를 홍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만 오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더군요. 저는 블로그에 게재되는 광고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구글에 광고를 의뢰한 업체들의 광고 중 랜덤으로 노출될 뿐 제가 광고를 선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여 저는 제 블로그에 어떤 광고가 나오는지 모릅니다. 물론 옵션을 통해 성인광고를 금지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러나 구글 측에서는,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본문에 등장하는 텍스트와 연관이 있을 듯 싶은 광고를 보여주는 매우 구.글.다.운. 집요함을 보이기 때문에 마치 제가 의도적으로 광고에 맞춘 글을 쓴다고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일례로 예전에 미국 영어에 대한 글을 썼더니 아마도 영어학원 광고가 매치되었나 봅니다. 그 때 제게 "이딴 식으로 영어학원 광고하는 게 한심하다"며 비난하신 분이 계신데... 저는 그 날 영어학원 광고가 떴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글 속 텍스트와 관련 있는 광고가 매치된 적은 있어도 제.쪽.에.서. 광고를 의식한 글을 쓴 적은 없으니 오해 마시길...

 

4. 광고를 달았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블로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이것이 최대의 쟁점이 아닐까 합니다. 무릇 블로거라 하면, 오로지 독자와의 소통만을 신성시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독자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전업(傳業)을 천명하지 않은 블로거라면 '소통과 교류'가 주목적인 것이 분명하겠고, 독자들은 그것만이 블로거의 알파요, 오메가이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모든 일에는 플러스 알파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얻겠노라 공표한 블로거가 아니라더라도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법적 손해 또는 도의적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플러스 알파를 원.할. 권.리.가 있습니다. 방문자들에게 광고클릭을 강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광고수익 또한 독자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 아니니 "수치스럽"지도, "뻔뻔하"지도, "한심하"지도 않은 행위라고 생각하는 제 가치관이 타락한 건가요?

그 플러스 알파는 어느 블로거에게는 그야말로 글값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느 블로거에게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쓸 때 마시는 커피값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블로거에게는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썩 대수롭지 않게 묘사하는 이유는... 광고수익이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금액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 광고를 내걸면 금세라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블로그에 1만 명이 들어와도 클릭율은 [0.]으로 시작한답니다. 클릭율 [1%]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또한 광고마다 편차가 심하기는 하나 한 번 클릭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100원 내외입니다. 아예 상업용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은 클릭율도 높고 클릭 한 번에 몇 만원을 번다고도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광고 타겟팅을 하는 블로거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블로거들의 수익은 기대할 만할 것도 못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정도 금액에 순수함을 (사실 독자들이 원하는 순수함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팔 정도의 블로거라고 생각하는 방문자라면 이 블로그에 발길 끊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속시원한 일입니다.

 

5. 설령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해도!


행인지 불행인지, 순수함을 냉~큼 팔고 싶을 만큼의 금액이 절.대. 못 된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 블로그에 행운벼락이라도 내려서 1일 방문자가 2-3만명씩 되어 큰 돈을 벌게 된다면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저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위로부터 1,2,3,4번을 종합하면 본 블로그의 광고는

글을 읽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독자들의 금전을 갈취하지 않으며,
특정 업체를 일부러 홍보하지도 않고
이수일과 심순애를 갈라 놓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도 아닌데,


어째서 수치심을 느껴야 하나요? 오히려 반문하고 싶네요.

광고를 단 블로거가 꼴보기 싫어 굳~이 도.덕.성.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심리는???


남이 단 돈 백 원 번다는 소리만 들어도 배 아파 뒹굴뒹굴 구르며 '땅을 사는 순간 너는 이미 내 사촌이 아니'라는 '사촌이하 부동산소유불허의 원칙'을 가진 분들이 계신 건 아닐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


혹 광고에 대해 오해를 품고, 제가 블로그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더 계실까 봐 이번 기회에 광고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자 글을 썼습니다. 위 댓글 때문에 제가 상심한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 기분이 좋을 것까지야 없지만 이제 이 정도는 뭐... 훗~ 오히려 짚고 넘어갈 기회가 되어 속시원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