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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내 시름을 덜어준 미국 도서관의 서비스, 최고야!

by 이방인 씨 2014. 3. 11.

뭐든 크고 많은 나라라 그런지 미국에는 도서관이 참 많습니다.
학교 도서관 뿐만 아니라 곳곳에 공공 도서관이 있는데 제가 사는 도시에도 28개의 Public Library가 있습니다.
시립 도서관들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28개 중 한 곳에서 회원 카드를 발급받으면 나머지 27개 도서관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죠.
여기까지는 특별한 것 없는 이야기지만 제가 십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된 공공 도서관의 편리한 서비스가 하나 있답니다.

이방인 씨가 공부하는 을 하던 학생 시절, 과제를 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은 물론이고 공공 도서관에서도 이런 저런 책들을 빌려야 했습니다.
이런 도서관 순회는 대학 시절 내내 반복되었는데, 학교 도서관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같은 과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니 한 발 늦었다가는 필요한 책은 이미 대여중이라는 화면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십 년 전 어느 날에도 한 발이 아니라 대여섯 발 쯤 늦게 도착한 이방인 씨는 15장 짜리 학기말 페이퍼 과제를 하기 위해 필요한 책들 중 고작 1권만 빌릴 수 있었을 뿐입니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두 곳의 공공 도서관에서 나머지 6-7권을 빌릴 수 있었고 무사히 과제를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학교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 두 곳에서 빌린 많은 책들을 기한 내에 반납하는 것이죠.
총 세 군데 도서관에서 빌린 8권의 책을 똑.바.로. 원래 장소에 돌려보내야 합니다.

 
자아~ 이제 스멀~스멀~ 허당의 스멜이 풍기기 시작하죠?

아니나 다를까...
이방인 씨는 8권 중 1권을 엉뚱한 곳으로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도서 번호를 붙인 스티커와 앞 장에 찍혀 있는 학교 도서관 도장으로 제대로 구분했지만 두 군데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찍힌 도장이 비슷해서 착각했던 것이죠.
분명 빠짐없이 기한 내에 반납한 것 같은데 한 권의 책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안내 이메일을 받고 패닉한 이방인 씨는 혹시 책을 집에 두고 깜빡 잊었거나 분실한 건 아닌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모든 책을 반납했다는 확신이 들자 남은 가능성은 하나 뿐이었죠.

아이고~ 너 이 자식... 한 권을 잘못 돌려줬구나!!!


제가 사는 도시의 공공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릴 때는 직원에게 체크 아웃을 해야 하지만 반납할 때는 그냥 Return Box에 넣고 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바로 알아채지 못한 것입니다.
'아... 또 얼빠진 짓을 하고 말았구나.' 싶어 시름에 잠긴 이방인 씨는 책 한 권을 덤으로 돌려받은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직원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하길,

"걱정하지 말아요. 같은 시립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잘못 반납해도 원래 주소로 보내져요."

아하~!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립 도서관 28곳은 잘못 반납된 (물론 일부러가 아니라 실수로) 도서를 제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우왕~ 굳! 도서관에 가서 잘못 반납한 책을 찾아 다른 도서관에 돌려주는 수고와 기한을 넘긴 벌금까지 (아주 소액이지만) 낼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방인 씨는 운.수.대.통.한 기분이었어요.
기분이 좋아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는 뭐 그런 일로 호들갑을 떠냐면서 이런 말을!

"난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학교 도서관 return box에 투척한 적도 있는데 그것도 제 주소로 돌아간 모양이던데?"

이 사연을 전해 들은 저는 세 가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 아니 시스템이 다른 학교 도서관에 잘못 들어온 책도 돌려보내준단 말이야?!

2. 유유상종이라더니... 나란 녀석과 너란 녀석이 친구인 건 운명이구나!

3. "제 주소로 돌아간 모양"이라고?!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그런 실수를 하고도 제대로 수습이 되었는지 아닌지 확인도 안 했다는 거냐?!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존경한다

내가 넘을 수 없는 산이로다~


친구가 학교로 잘못 반납한 시 소유의 책이 정말 제대로 돌아갔는지는 오직 도서관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 후로 친구에게 그 일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걸 보면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1. 정말로 학교 도서관에서 시립 도서관으로 돌려보내줬거나
2.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책이었거나

어쨌든 친구가 그 일로 곤경을 겪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네요.

여러분, 오늘도 신~나는 하루 유후~!


 공공 도서관의 제도는 미국 지역마다 다를 것으로 짐작합니다. 다만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이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인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보아, 비단 저희 시의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아울러 저는 한국의 공공 도서관 사정을 잘 모르니 혹시 한국에도 동일한 서비스가 있다면 제 글은 살~짝 넘기시면 좋겠네요. ^-^

※※ 댓글란에 vision2real님께서 한국의 공공 도서관에서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서비스들을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들도 읽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