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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의 애도 문화 - 당신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자리

by 이방인 씨 2014. 2. 18.

제가 자주 운전하며 다니는 길에 못 보던 풍경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요량으로 사진을 두어 장 찍었죠.

 

길가에 꽃으로 장식된 양초들이 한 무더기 놓여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꽃다발이 보이구요.

 

그 옆에도 켰던 흔적이 선명한 초들이 즐비하네요.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 곳에서 초를 켰던 것일까요?


Roadside Memorial
이 곳에서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애도하기 위한 작은 기념비입니다.



Roadside Memorial은 미국의 도로 곳곳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애도 문화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처럼 꽃다발과 양초 등으로 소박하게 차려지기도 하고 다른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sign이 함께 세워지기도 합니다.

 

(Wikipedia.org)

안전운전하세요.
토니 포터를 기리며...


보통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소담한 기념비를 만들지만 경찰관이 길에서 순직하면 당국에서 기념비를 세웁니다.
주 별로 다르리라 예상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순직한 경찰의 이름을 도로명에 넣어 애도합니다.

 

CHP (California Highway Patrol)의
경찰관 네 명이 순직한 곳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네요.
그들을 기리는 Memorial Highway라고 쓰여 있죠.

 

이 곳은 interchange에 기념비가 세워졌네요.


제가 사는 도시에도 이런 도로가 한두 개 있답니다.
경찰들이 용의자의 차량을 추격하다가 교통사고 혹은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간혹 터지는 나라니까요.
이렇게라도 그들의 순직을 기리고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국가가 지켜야 할 예의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 와서 십 수년간 다양한 형태의 roadside memorial을 봤지만 예나 지금이나 저는 이런 걸 볼 때 가장 애잔하더라구요.

 

(flickriver)

나만은 너를 기억할게
언제까지나...

이런 느낌이 들지 않나요?

마치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한 하워드 카터가 무덤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보물들보다
어린 왕의 가슴에 놓여져 있던, 마찬가지로 어린 왕비가 놓아둔 듯 보이는
작고 시들은 꽃다발에 더 감동했다고 일기에 적은 것처럼요.


여러분, 소중한 오늘을 신나게!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