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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 대학 다닐 때 강의 서적에서 읽은 한국 이야기

by 이방인 씨 2014. 1. 21.

같은 재미교포라고 해도 사는 지역에 따라 한인들끼리의 교류 정도가 다릅니다.
L.A나 뉴욕처럼 대규모 한인 타운이 있는 곳에 사는 교포들은 한국과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저처럼 한인 인구가 적은 지역에 사는 교포는 한인 교회가 거의 유일한 교류의 수단입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저는 평소 집안 친척들을 제외하고는 한인들과 만난 일이 거의 없죠.
그래도 가끔씩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과 만나는 일이 생기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은근히 눈치채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골프
 

한인 중년 남성 분들이 모이시면 빠질 수 없는 대화 소재가 바로 골프입니다.
골프를 치지 않는 저는 모르는 매력이 분명 있겠지만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가 골프인가 봅니다.
골프 엘보우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공은 쳐야 한다는 그 굳은 의지에 감탄하다가 문뜩 대학교 졸업반 때 들었던 세미나 강의가 떠오르더군요.
정확한 강의명은 기억할 수 없지만 '동 아시아의 경제·사회 변화' 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중일을 비롯하여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등의 경제발전상과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강의 주제였는데 당시 강의 서적에 나왔던 한국 이야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급속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인들, 특히 경제를 이끄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중년 남성들에게 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라 상징이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증명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런 요지로 한국 남성들의 골프 문화에 관해 기술하는데 한 문단을 할애하고 있었답니다.

땅이 넓고 골프장이 많은 미국에서 골프는 돈이 드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고급 장비의 가격이 비싼 건 한국과 마찬가지죠.
남자는 골프를 쳐야 한다며, 고급 드라이버 세트인지 뭐시기인지를 얼마 주고 사셨다고 자랑하는 한인 남성 분들을 보면 그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분들은 무엇을 증명하고 싶으신 것일까나...?


 명품 선글라스와 핸드백 

한국 마켓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두꺼운 안경 다리에 브랜드 로고가 박혀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특정 알파벳들이 반복해서 박혀 있는 백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요.
자주 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좋습니다.
다만 '진품일까?'하는 생각도 잠시 스치네요.

2006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거리에 굴러다닌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루이 XX 가방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와... 한국 사람들 진~짜 부자구나.
이런 명품 가방의 물결은 미국에서는 구경도 못 해 봤는데...
저 가방들 다 합치면 돈이 얼마야... 히유~~~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에게 그런 말을 늘어놓으니 친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백을 하나 하나 가리키며 이렇게 말합니다.

"가짜, 짜가, 짝퉁, 이미테이션, 플리카"

으잉? 그것들이 상징하는 바는 또 무엇일까나...?


"미국에서는 캐다나 구스 점퍼 얼마에 구할 수 있냐?"는 문의가 (그런 걸 묻는 사람들이 있다는 풍문만 들었었는데!) 제게도 들어왔길래 드는 생각이 있어 몇 자 적어 봅니다.

한겨울이지만 날이 너무 따뜻해서 "북쪽 얼굴"이든 "캐나다 거위"든 간에 점퍼가 필요 없는 캘리포니아 주민 이방인 씨였습니다. (그래서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