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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나는 때때로 미국인들이 참 사랑스럽다

by 이방인 씨 2013. 12. 16.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내 조국과 민족에게 정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다른 민족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저는 아주 가끔은 미국인들 얼굴만 봐도 징글징글하답니다.
하지만 반대로 뒷통수만 봐도 사랑스러운 때도 있기에 결국 웃고 마는데요.

오늘도 그렇게 못 견디게(?) 사랑스러운 어떤 미국인 덕분에 아침을 웃으며 시작했답니다.
주인공은 올해 만으로 꽉 채운 환갑을 맞이한 주 핀란드 미국 대사 Bruce Oreck입니다.
친절한 Oreck 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크리스마스 카드가 여기 있습니다.

 

가운데 셔츠와 타이 차림을 한 사람이 Oreck 대사이고 상의를 벗은 네 명의 사내들은
화씨 230도의 핀란드 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는군요.

카드 위쪽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작년에 내가 재밌자고 올린 크리스마스 카드가 악명 높았답니다.
내가 벗은 팔로 이두박근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그 때 교훈을 얻었네요!"

 

작년에 Oreck 대사는 자신의 이두박근을 내보이는 카드를 공개했는데 그 때 반응이 몹시 뜨거웠답니다.
팔뚝을 공개한 사진으로 "악명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속살을 보이지 않으려고 사우나에서도 셔츠와 타이 차림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농담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악명"이라는 건 농담이고 사실 작년에 공개한 Oreck 대사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보시죠.

 

이게 바로 Oreck 대사가 만 59세였던 작년에 공개한 크리스마스 카드랍니다.
포토샵을 전혀 하지 않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팔뚝이...


슈퍼맨


이두박근만 파격적인 것이 아니라 왼쪽 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 또한
우리가 떠올리는 '외교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죠?

주 핀란드 미대사관 마크 위에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a different take on the elder statesman"
원로 정치인에 대한 다른 시각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요.

 

자국을 대표하는 고위 관료의 이런 사진을 본 미국인들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THEY LOVED IT!
신나2


유머를 인간의 덕목 중 하나라고까지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외교관이 나타났다'며 몹시 즐거워했답니다.
카드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의 즐거운 기분이 살아났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심지어, 물론 농담이겠지만, "Oreck for President!" 라고 추켜세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못마땅해하는 미국인들도 분명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덕분에 Oreck 대사는 핀란드의 보디 빌딩 잡지의 표지에도 등장했답니다.

 

이름이 브루스인데 생김새도 브루스 윌리스랑 닮았죠?

 

익살스런 표정으로 핀란드 잡지에 등장한 대사를 보고 미국인들은 또 한 번 웃었죠.
미국인들의 진가(眞價)라면 역시 이런 사고의 유연함입니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외교관이 (그것도 60세의) 고정관념과 권위주의를 벗어던지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품위 없다' 여기는 대신 '재기발랄한 유머'라고 받아들이죠.
저런 표지 찍을 시간에 외교나 하라고 핀잔주기보다, 미국 대사가 그 무슨 가벼운 짓이냐며 욕하기보다 하하호호 낄낄깔깔하며 Holiday Spirit을 느낄 수 있는 카드라며 벌써부터 내년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한다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하여간 미국인들은 못 말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사랑하는 저는 때때로 이런 미국인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여러분, 웃음이 가득한 한 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