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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동방예의지국 출신이 미국에 살려니 난감해요

by 이방인 씨 2013. 8. 4.

여러분 똑똑일요일인데 뭐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제 마켓에서 못 볼 걸 봐버렸어요.
누가 봐도 마흔은 족히 되어보이는 백인 여성이 이런 차림으로 마켓에 왔더라구요.

 

이 분은 이 옷차림으로 엄청난 핫이슈가 됐었죠?

 

제가 어제 마켓에서 본 여자분은 이 사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답니다.
그 분은 아예 어깨 끈도 없는 오프숄더 탑을 입으셨는데 속옷을 안 입은 것은 물론이고 가슴의 절반 이상이 훤히 보이는 걸 전혀 신경도 안쓰시더라구요.
당시 술이 취했다거나 혹은 가끔 볼 수 있는 마약 중독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여자분은 너무 멀쩡하게 장을 보고 계셨을 뿐더러 더 기함할 일은 글쎄 옆에는 어머니도 같이 계시지 뭡니까.
"Mom~" 하고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더라면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아무리 요즘 이 동네 날씨가 뜨겁기로소니 아휴~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합니다.
저는 국적이 미국이긴 하지만 민족성 정체성은 한국인에 더 가까워서인지 어제도 그 여성분을 보며 속으로 '왠만하면 나이값 좀 하시지요~' 했거든요.
물론 그 분의 옷차림이 공익에 해가 된 건 아니니 쓸데없는 간섭은 입 밖에 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되지만요.

한창 젊음과 육체적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싶을 나이인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는 건 '저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일이겠거니...'하면 그만인데 어제는 솔직히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은발을 곱게 빗으시고 아래 위로 연두색 옷을 맞춰 입으신 노모(老母)셨는데 아무리 미국인이라지만 딸의 옷차림이 정말 아무렇지 않으셨을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간 여러번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에도 한국인들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일례로 저스틴 비버가 유행시킨 팬티 다~ 보이는 바지 (saggy pants)를 입지 못하게 법으로 지정한 지역도 있고 그 선례를 따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newsasylum.com)


또한 여대생들의 자유로운 옷차림이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며 캠퍼스내 특정 노출 옷차림을 금지하는 학칙을 통과시킨 학교도 있고 말이죠.

십념 넘게 미국에서 살면서 이들이 말하는 '최대한의 자유 보장'이라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답니다.
제게 아직 '동방예의지국' 출신의 정서가 남아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단순히 피부보호의 목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로 옷을 입고 사는 동물이라면 옷차림이 사람의 격을 내보이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옷, 비싼 옷, 우아한 옷이 문제가 아니라 때와 장소, 상황에 맞춘 옷차림이 필요하다는 거죠.
온 가족이 장 보러 나오기도 하는 식료품 마트에 가슴이 거의 다 보이는 옷을 입고 오는 건 삼가는 게 좋잖습니까.

얼마전 한국을 방문하셨던 블로그 이웃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몇 년 만에 나간 한국의 거리에는 하의를 안 걸친 듯한 모습으로 다니는 여성분들이 많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이른바 요즘 유행한다는 '하의실종'이라죠?

 


저는 젊은이들의 유행에 특별히 반대하는 쪽은 아니지만 적정선을 넘기는 건 썩 좋아 보이진 않더라구요.
요즘 세상에 속살 보이지 않게 가리고 다니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 하의실종이든 상의실종이든 옷차림을 통한 개성 표현이 중요하죠.
그래도 '실종의 정도'(?)를 지켜면 더 좋을 것도 같은데요. ^^
40대 여성이 가슴 다 내놓고 다니는 일은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나이에 비해 너무 고리타분한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제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으니 해치지 않습니다. 

오케이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