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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은 고민하지만 한국인들은 할 필요 없는 한 가지

by 이방인 씨 2013. 6. 15.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이 한 나라의 미래를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바로 그 때문에 미국인들에게는 고민이 한 가지 있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고민거리죠.
바로 이겁니다!


 

(typefacefont.com)

또아리 튼 뱀 마냥 한껏 꼬부라진 알파벳들!
필기체 (Cursive)입니다.
 

한글은 쓰는 사람의 필체는 드러나도 '필기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영어 알파벳은 아예 모양이 정해진 필기체가 따로 있죠.
인쇄체 알파벳을 줄줄이 이어쓰기만 한다고 필기체가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때문에 아무리 영미권 네이티브라도 필기체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우선 '배워야 한다'는 복병이 있는데요.
미국인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멍2 과연 아이들에게 필기체 교육이 필요한가?


아시겠지만 미국인들은 글씨 못 쓰는 민족이 틀림없죠.
그들의 천인공노할(?!) Handwriting에 대해서는 제가 몇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살짝 보여 드린다면 뭐 이 정도예요.

 



(subtraction.com)
  짱나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글씨만으로 내게 불쾌함을 주었다.

 


 
 

(blog.bikeleague.org)

 안습 이거 왜 때문에 그래요??


 
 


(w0ql.com)
부글부글 이런 엽서는 우체부 아저씨의 분노조절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제요~
 
 

물론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미국인들도 많지만 대체적으로 미국인의 필체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인쇄체도 이 따위로 쓰는 마당에 필기체를 가르칠 여유나 있을까 싶을 지경이죠.

본래 필기체란 '속기'를 위해 생겨났죠.
인쇄체보다 빨리 쓰기 위해 고안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에도 좋은 필체를 추구했기 때문에 오래전에 쓰여진 필기체를 보면 인쇄체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newyorker.com)

우아하고 고풍스럽죠?
  어머, 있어 보인다~  커피한잔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1800년대의 가장 뛰어난 속기사가 돌아온다해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키보드의 속도를 따라갈 순 없죠.
빨리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사라진 요즘, 필기체가 굳이 필요한 걸까요??
이제 대해 지난 4월 뉴욕 타임즈는 Opinion 코너를 통해 Is Cursive Dead? (필기체는 사라졌나?)라는 제목의 토론을 열기도 했습니다.
필기체를 지켜야 한다는 쪽과 요즘 같은 세상에 필기체는 더 이상 쓸모없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죠.
효용성을 떠나서 문화적 전통이니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그걸 가르칠 바에야 차라리 인쇄체 글씨라도 똑바로 쓰게 교육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냥 쓸 사람은 쓰고 말 사람은 말면 되는데 말이죠. ^^;;
그런데 오늘 필기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전 한 방문객께서 질문을 남겨주셨기 때문입니다.

 

영어에는 필기체가 있잖아요. 미국인들은 학교에서 필기체를 배우나요? 이방인님도 필기체를 쓰시나요?

 

대답을 해드리자면 아마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제 사촌동생 2명과 초등학교 때 이민 온 사촌 2명은 다들 스무살이 넘었는데 학교에서 필기체를 배우지 않아 쓰지 않거든요.
그런데 가장 늦게 미국에 온 저는 필기체를 쓴답니다.
어찌된 일이냐구요?

제가 강원도 소도시의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영어 선생님께서는 이미 정년 퇴임을 바라보시는 고령이셨는데, 연세가 연세이신 만큼 고전적 학습방법을 선호하셨는지라 필기체를 가르쳐 주셨거든요.
덕분에 저는 미국에 오기도 전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필기체를 깨쳤답니다. ^-^v
미국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외국에서 갓 온 아이가 필기체를 쓰는 것을 놀라워하셔서 칭찬 받는 재미에 자주 썼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참 어렸었죠. 후후후~

죄송스럽게도 이제 함자도 기억이 안 나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영어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무튼 어떤 분야던지 교육에 관해서라면 한국인들은 대단해요.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죠. ^^)

황금 토요일 반짝반짝 즐기며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