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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olleges

한국에서 문제 유출되는 미국 수능 SAT 시험과 그 심각성

by 이방인 씨 2013. 5. 26.

오늘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 6월에 예정되었던 미국의 수능인 SAT 시험이 취소되었다고 하네요.
5월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번이나 한국 어학원에서 SAT 문제가 유출되는 바람에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멍2 그것 참... 문제네요.

문제 유출이 올해만 불거진 것도 아니고 SAT가 외국에서 치러지기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 여러번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피해 보는 건 결국 같은 한국 학생들이거든요.

SBS 뉴스 페이지에 게재된 한미교육위원단 심재옥 단장의 인터뷰를 보면 "한 국가 전체적으로 시험이 취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런 나라가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미국 대학 입학심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SAT 점수는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는다" 는 말까지 나온다네요.
인터뷰 전문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800864

에이구~ 정말이지 그 놈의 SAT가 뭐길래 이런 망신살이 뻗쳤을까요...


SAT란 무엇인가?

미국의 대입 수능인 SAT는 Scholastic Assessment Test의 약자로 (처음에는 Aptitude였다가 Assessment로 바뀌었습니다.) 번역하면 '학업능력 평가시험' 정도가 됩니다.
College Board라는 비영리 기구에서 출제하고 주관하는 시험으로 미국에서는 1926년에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고등학교마다 수준과 기준이 다르다 보니 학교 성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기에는 변별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표준화된 시험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죠.

흔히 말하는 SAT는 SAT I, II로 나눌 수 있는데요.
SAT I은 SAT Reasoning 이라고 해서 심층독해, 수학, 작문의 세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과목당 800점 만점으로 총 2400점이 됩니다.
모든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학생들은 물론이고 미국 대학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외국 학생들은 필수로 보는 시험이죠.

표준점수 산정 방식은 상대평가로, 시험을 친 전체 학생들의 백분율로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점수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다 맞춰야만 만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틀린 문제가 있어도 percentile에 따라 800점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SAT II는 SAT Subject 테스트라고 하는데 '과목별' 시험입니다.
SAT Reasoning 시험에는 없는 고교 과목들을 학생이 선택해서 치를 수 있는 시험으로 역사, 과학, 외국어 등의 과목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SAT II는 대입에 필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입학 심사에 유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 있는 과목을 골라 치르곤 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수능시험은 고교학업 성취도 평가라 할 수 있고, SAT는 학업능력 평가시험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신문에서 읽었는데 한국의 수능은 고교 교과서 밖에서 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정의했더군요.)
한국의 수능이 학생이 고교학업에 얼마나 성실했는지 보는 성취도 평가라면 SAT는 학생이 과연 얼마만큼 공부할 능력이 있는가를 보는 일종의 학업 IQ 테스트라는 것이죠.
때문에 고교 학업 성적이 월등한 학생이라고 해도 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평상시 꾸준한 독서와 사고(思考) 및 상황 분석을 통해 논리력, 유추력, 판단력을 기른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험이기 때문이죠.


문제를 본 학생에게도 결국 득이 될 게 없는 문제 유출

문제 유출은 물론 윤리적으로도 해서는 안되는 짓이지만 문제 유출과 무관한 선량한 학생들까지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당장 올해 5월과 6월에 한국에서 예정되어 있던 시험이 전격 취소되면서 그 날짜에 맞춰 열심히 공부해 온 유학 준비생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한국출신 학생들의 SAT 성적을 믿지 못하고 있다니 성실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들에게는 너무 억울한 일 아닙니까.

문제 유출이 적발되지 않아 요행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도 결국은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
정당한 실력이 아니라 꼼수로 미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과연 대학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네이티브 미국인 학생들도 대학에 입학하면 (특히 명문대학이라면) 과도한 학업량과 고난도의 강의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전에 미국 명문 대학의 신입생들의 의외의 마약 복용률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어려운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대학 수업의 현실이 이러한데 과연 실력 없이 부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무사히 대학 공부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데일 정도의 교육열, 한 김 식혀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인들의 교육열, 두 말 하면 잔소리고 세 말하면 간첩일까요?
인적 자원밖에 없는 한국이 이 정도로 강국이 된 것도 그렇고, 한국계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의 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성공도 다 부모님들의 자녀 교육열과 뒷바라지 덕분이겠죠.
교육열 자체는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 교육열의 그릇된 발현은 결국 자녀에게 득이 될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야 자녀가 없으니 부모님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너무 뜨겁다 싶을 때는 한 김 식히시고 진정 자녀의 미래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셔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문제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좋은 성적을 만들어서까지(?) 유명세 타고 돈 많이 벌어보려는 어학원들의 욕심이겠죠.
그러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문제지를 받아드는 학부모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SBS 뉴스를 보니 문제를 유출한 학원이 그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 덕에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니 참... 무서운 일이죠?

이러다 교육열에 데이는 정도가 아니라 타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부글부글

 

오늘은 안타깝게도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여러분 모두 기분 좋은 일요일 보내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