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는 받아쓰기를 잘하면 대통령을 만나게 됩니다

by 이방인 씨 2013. 4. 11.

한국인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받아쓰기에 대한 추억을 모두 가지고 계실 텐데요.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급수 카드' 라는 게 있어서 빳빳하게 코팅된 핑크색 단어장을 들고 다녔었어요.

참잘했어요이런 도장은 필수죠. 아~ 간만에 아련 돋네요.... ㅠ_ㅠ

 

미국에서도 물론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합니다.
한국처럼 선생님께서 불러주는 단어를 공책에 쓰기도 하지만 미국에는 다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Spelling Bee 라고 하는 건데요.

 

쉽게 설명하면 단어의 스펠링을 쓰는 대신 말로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Contest 라는 단어를 부르면 손으로 Contest 라고 쓰는 대신 입으로 "Contest. C.O.N.T.E.S.T." 라고 말을 하는 거죠.
그러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받아쓰기가 아니라 받아말하기쯤 될까요? ^^

미국의 Spelling Bee는 한국처럼 학급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 단위, 동네 단위, 시 단위, 주 단위, 전국 단위 대회가 있고 또한 어린 아이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성인 레벨까지 있습니다.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워낙 많아서 규모는 저마다 다르지만 미국에서 굉장히 자주 열리는 행사 중의 하나죠.

Bee 라는 단어가 '벌' 을 뜻하기 때문에 벌이 상징처럼 등장하기는 하지만 원래 오래된 미국식 영어로 Bee는 '지역 사회의 이웃들이 모두 모여 하는 행사' 를 뜻한다고 합니다.
벌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는 것에서 나온 단어라는 설이 있으니 벌과도 실제 연관이 있는 셈이지요. ^^

최초의 공식 Spelling Bee는 1825년에 열렸지만 비공식 대회는 그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니 미국의 Spelling Bee는 그 역사가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외국에서도 많이들 한다고 하네요.
알파벳은 한글처럼 편리한 문자 체계가 아니라서 단어의 발음만 듣고 철자를 유추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대회가 활성화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장 규모가 크고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은 역시 전국 레벨의 National Spelling Bee 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마련된 무대에서 진행되고 중계 방송을 할 때도 있더라구요.

 

 매릴랜드에서 온 꼬꼬마도 있고

 

오하이오주의 훈남 학생도 참가하고

 

 애리조나주의 어른도 있습니다.

 

입으로 바로 철자를 말하기가 버거울 때는 손에 써 보기도 하죠.

 

이 학생도 손에 쓰고 있네요. ^^

 

얼마나 어렵기에 이렇게 손에 써 보기까지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National Spelling Bee의 최종 라운드의 문제들을 맛보기로 조금 알려 드릴게요.

Antediluvian (an-ti-də-ˈlü-vē-ən)
Xanthosis (zān-thō'sĭs)
Chiaroscurist (kē-ˌär-ə-ˈskyur-ist)
Logorrhea (lo-gə-ˈrē-ə, ˌlä-)
Succedaneum (sək-sə-ˈdā-nē-əm)
Pococurante (pō-kō-kyu-ˈran-tē)
Autochthonous (o-ˈtäk-thə-nəs)
Appoggiatura (ə-ˌpä-jə-ˈtur-ə)
Ursprache (oor-shprah-khuh)
Laodicean (lā-ˌä-də-ˈsē-ən)

이런 레벨의 단어들이 최종 라운드의 문제들이랍니다.
소리만 듣고 철자를 맞추기 까다로운 단어들이죠?

이렇게 험난한 받아말하기 대회를 위해 선수(?)들은 몇 개월 내내 National 대회를 준비하기도 한다네요.
그렇게 고생해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는 모든 참가자들은....

백악관에 초청되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박

 

1925년에 제 30대 대통령이었던 Calvin Coolidge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이후 이 행사는 미국의 전통으로 지켜지고 있답니다.
사실 미국처럼 넒은 나라에서는 평생 대통령과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텐데 철자공부를 열~심히기를 쓰고 하면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니 꽤 괜찮은 방법이죠? ㅋㅋ

오늘은 미국의 본격적! 받아말하기 대회 Spelling Bee를 소개했는데 재밌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