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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이라크 전쟁 10주년의 통계, 후회하는 미국?

by 이방인 씨 2013. 3. 20.

최근의 일인 것만 같은 이라크 전쟁이 벌써 발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2003년 3월 20일 미군의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길고도 지리한 전쟁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당시 조지 부시와 미 국방부, 그리고 미국인들은 그 전쟁이 8년이상 지속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겠죠.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은 2011년 12월 15일에 종전되었으니 무려 8년 9개월의 기간이었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하여 미국에서는 이 전쟁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인지 되돌아 보고 있습니다.

 


(theweek.com)

 

브라운 대학에서 발표한 Costs of War 라는 리포트에는 다음과 같은 통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전쟁중 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70%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약 134,000명) 전쟁으로 인한 간접적 피해로 사망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수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미국 납세자들의 부담액은 2.2조 달러 (한화 약 2천5백조원) 가량이다. 이 비용은 미국의 미래 예산에서 빌린 것이기 때문에 2053년까지의 이자를 포함하면 총액은 3.9조 달러 (4천4백조원)로 예상된다.

- 이 2.2조 달러에는 참전 군인들에 대한 지원금도 포함되어 있는데, 2053년까지 5천억 달러 (560조원)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 전쟁중 사망한 미군은 4,488명이며, 군인 외 미군 관련자도 3,400명 사망했다고 보고 됐으나 실제로는 더 많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 미군의 침공으로 이라크의 테러리즘이 더 증가했으며 이들은 시리아와 인접 국가들로 퍼져 나갔다.

- 이라크 의료시설은 파괴된 채로 남겨졌으며 전체 의사의 절반 이상이 전쟁중 나라를 떠났다. 수만명의 이라크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야만 한다.

- 67조원의 이라크 재건비용은 도시를 재정비하고 의료 시설과 급수 시설을 회복하는데 쓰이는 대신 대부분 군부와 경찰로 흘러 들어갔다. 감사관은 재건비용의 사용에 있어 수많은 비리와 낭비, 횡령을 발견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과연 전쟁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결과죠.
전쟁 발발 당시와 그 후 몇년까지도 미국인들의 과반 이상이 이라크 전쟁에 찬성한다는 통계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전쟁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2:1로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당시 이라크 전쟁을 결정했던 국가 수뇌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왔죠.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Weapons of Massive Destruction)를 쌓아놓고 있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확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의 밀착관계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We were all wrong. Clearly the situation got away from us.

우리는 잘못 알고 있었어요. 상황이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확실했죠.

 

부시 행정부의 안보수석이었던 Stephen Hadley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더군요.
하지만 당시 부통령이었던 Dick Cheney는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다." 라며 아직도 이라크 전쟁 결정이 옳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네요.
부통령씩이나 했던 사람이니 행정부의 결정이 실수였다고 생각할 수도, 시인할 수도 없겠죠.
오바마 행정부 역시 전임을 비난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건지 아니면 실제로 전쟁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브라운 대학의 리포트에 대해서 국무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 미국과 이라크는 양방향 안전협정으로 맺어졌습니다. 또한 경제적 협력에도 큰 관심이 있습니다. 양국은 이제 Political relationship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2천5백조원을 쏟아붓고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얻은 것이 이라크와의 정치적 관계라니...

그랬구나 이런 눈부시다 못해 눈물나는 성과를 보았나!

 

국민들은 2:1 비율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정부는 계속 의미있는 전쟁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때,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전직 장군 Peter Chiarelli가 최근 abc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2004년 4월, 지휘하던 부대가 폭격을 당하던 날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며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교전이 벌어져서 부대원들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상부의 지시사항이 전달되기 전까지 작전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군규정 때문에 그는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라크에 주둔해 있던 2년 동안 그와 부대원들은 매일 아침 패트롤을 할 때마다 시체를 발견했는데 어느 아침에는 바그다드 거리에서 수백명의 시신을 목격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something no one should ever see.  그 누구도 그런 걸 봐서는 안돼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뜻이죠.)

 

그는 소속 부대원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그들의 부모나 배우자에게 사망을 알리는 공식 편지를 썼는데 2006년에 이르자 그 수가 무려 500명 이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어가 그 때 어떤 심정이었냐고 묻자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네요.
인터뷰 말미에 "과연 이 전쟁이 가치가 있었습니까?" 하고 묻자 이런 대답을 합니다.

 

I've got to believe it's worth it. 나는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만 해요.

 

이 수많은 희생이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 참전한 군인들은 버틸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뭐라고 하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직접 참전해서 그 비극을 일으키고 목격한 군인들은 진정으로 이 전쟁이 조국을 위해 평화를 위해 가치가 있었다고 믿어야만 견딜 수 있다는 것이죠.

2006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은퇴후 이라크 전쟁 참전 군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군인들이나 외상후 스트레스나 심각한 심리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군인들을 위해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며 민간의 도움을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은퇴한 노장군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슬프더라구요.
그의 말처럼 참전 군인들에게 그들이 겪은 지옥이 결국 무의미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모든 통계와 정황이 이 전쟁은 거대한 실수였다고 결론내리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합니까...

 

모든 국가에는 멍청한 순간이 있다. 
미국에는 2000년, 2004년 두번이나 있었지... -.-

 

여러분, 부디 평화로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