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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헐리웃이 심어놓은 미국 남자들에 대한 환상

by 이방인 씨 2013. 2. 6.

오늘은 여성분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수도 있는 '미국 남자' 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ㅎㅎㅎ
제가 한국에 있었던 시절에는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탓인지, 외국인을 보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그 당시에 본 유일한 미국인도 시내의 한 어학원에 근무 중이던 원어민 선생님뿐이셨죠.
그런 제게는 오로지 헐리웃 영화만이 미국인들의 단면이나마 알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저나 친구들이나 다 앳된 여학생들이었으니 영화 속 멋진 남자들을 열렬히 사모했었죠. 부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남성에 대한 몇 가지 환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보다 외화 (거의 대부분 미국 영화)가 훨씬 잘 나가던 그 시절에는 많은 여성분들이 저와 비슷한 환상을 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환상이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진리의 말처럼, 미국에 와보니 영화는 그냥 영화더라구요. 
평소 음침한 옆집 아저씨가 머리만 깎으면 원빈님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죠.
영화버전과 실제버전의 차이점, 한번 들어보세요.

 

첫번째 - 미국 남자들은 로맨틱하다?

미국 남자들의 로맨틱함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무릎 꿇고 반지를 내밀며 진심어린 눈으로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우선 이건 환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현실입니다.
무릎꿇기는 옵션이지만 분위기 잡고 감동스런 말과 함께 반지를 내미는 건 상당히 보편화된 프로포즈 방식으로, 왠만~하면 지키는 전통이죠.

그런데 그냥 그것만으로 끝인 남자들도 많습니다.
매일 매일이 달콤한 로맨스의 향연이라던가, 꽃과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수시로 찾아온다던가 하는 건 영화 속 이야기죠.
제가 볼 때는 오히려 한국 남성들이 때되면 이벤트나 선물 주는 걸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미국 남자들도 생일,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정도는 챙기는 편이지만 한국처럼 100일이다 1000일이다 이런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은 드문 것 같거든요.
여기서는 결혼기념일을 챙길 뿐, 사귀면서 연애 기간을 기념하는 커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하루는 제 미국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정말 예쁜 하트 모양 Locket을 선물 받았더라구요.

제가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친구가 흐응~ 하고 웃으며 Locket 을 열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이 안을 한번 들여다 봐봐...  

 


장난하냐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보통 연인의 사진을 넣는 Locket 안을 텅텅 비워둔 채 선물한 모양입니다.
그 남자친구, 한 끝 차이로 무심한 남자가 되어버린 거죠.
하지만....
빈 걸 줬다고 계속 빈 채로 걸고 다니는 너도 대단하다, 얘! 참잘했어요

 

여기서는 친구 남자친구의 한 예를 언급한 것 뿐이지만, 보통 미국 남자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 한국 남자들처럼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여자들에 비해 무심하고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영화는 영화죠. ㅋㅋㅋ

앗, 그런데 한 가지!
미국 남자들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엄청나게 잘하긴 하더라구요. ^^;;
한국 남성들은 쑥쓰러워서 못하는 말들을 여기 남자들은 잘도 합니다.
예를 들면 뭐, "세상에 너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어." 라던지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 신께 감사해." 뭐 이런 말들 있잖아요.
여기 사람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전화할 때마다 I love you 남발하는 걸 보면 별로 남사스러울 것도 없는 멘트들인가 봐요. ㅋㅋㅋ

 

두번째 - 미국 남자들은 기사도 정신이 있다?

서양 남성들의 기사도/신사도 정신 역시 남존여비 사상에 한 맺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겠지만요.) 한국여성들에게 달콤한 환상을 품게 하기 충분하죠.
하지만... 이건 아마도 유럽 남성들의 이야기였나 봐요.
(하긴 기사도는 중세 유럽의 문화였다고 하죠?)

미국 사람들에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매너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매너이지 특별히 여자라고 더 귀한 대접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째로,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론 남성보다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이상은 오히려 상대방의 독립심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는 지나가다가 노약자분들을 발견하고 도와드리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미국 문화에서는 어르신들에게도 독립심이 곧 자존심이기 때문이죠.
제 사촌동생이 노인 요양원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했는데 들어가서 가장 먼저 교육받은 주의사항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도와드릴 때는 반드시 먼저 물어보고 어르신들이 도움을 원할 때만 도와주라는 것이었답니다.

둘째는, 남녀평등과 여성인권신장을 주장하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특별배려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죠.
"남성이 해내는 일은 여성도 모두 해낼 수 있다." 는 것이 그런 여성들의 주장이니까 특별한 배려나 도움을 받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겠죠.

한 가지 오해하시면 안되는 것은, 미국남자들도 신체적·물리적 위험 앞에서는 당연히 여성들을 먼저 보호하고 배려한다는 겁니다.
또한 Lady First 같은 일상 속 깨알같은 매너도 대부분 잘 지키구요.
다만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자라서, 여자니까" 남자와 다른 대우를 해 주는 일이 없다는 것 뿐이죠.

이상 두 가지가 제가 어린 시절에 헐리웃 영화를 보고 품었다가 미국에 와서 내다버린, 미국 남성에 대한 환상들이랍니다.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글에 나오는 '미국 남자' 라는 단어가 미국 모든 남성들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실제로도 영화 주인공 같은 남자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