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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우리 문화재 '백제금동좌불상'의 사연

by 이방인 씨 2013. 2. 3.

며칠 전, 저희 어머니께서 "이것 좀 봐봐. 가슴 아프다." 하시며 신문 한 장을 삐쭉 내미셨습니다.
미주판 중앙일보에서 특별기획으로 '코리안 아트 보고서' 라는 탐사보도를 진행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메인을 장식한 사진은 한국인이라면 꽤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에 잠긴 보살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반가사유상' 이라고 하죠?
이 작품 역시 반가사유상으로 정식 이름은 '백제금동좌불상' 입니다.

 

이름 앞에 백제가 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1300년전 삼국시대의 한 장인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3년까지 일본인 수집가가 가지고 있다가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팔았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새롭게 추가된 이름이 영문명이 'Pensive Bodhisattva' 입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2003년에 222번째로 박물관에 도착했다는 뜻으로 '2003.222' 라고 불리고 있다는군요.

이 반가사유상처럼 미국에 산재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 놀랐습니다.

 

신문 자료를 보니 미국은 42293점의 한국 유물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66295점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 이은 두번째였습니다.

 

이것은 주별 분포도입니다.
캘리포니아가 10162점으로 가장 많았고 워싱턴 D.C., 메사추세츠, 뉴욕이 뒤를 잇고 있네요.

 

미주 중앙일보에서 미국내 19개 박물관/미술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보급' 문화재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아래가 바로 대표적 유물들입니다.

 

문정왕후 금보

중종의 왕비였던 문정왕후가 사용했던 왕실의 어보(옥새) 입니다.
현재 L.A의 LACMA 박물관에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찾으려고 조사했더니 세상에나...!
이 어보는 원래 종묘에 봉안되어 있었는데 한국전 당시 불법으로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유출 문화제 중 가장 '우선환수대상' 으로 꼽히는 왕실의 보물이라고 합니다.

 

오백나한도 덕세위

문정왕후가 발원한 나한도 200점 중 유일하게 남은 불화로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 걸작이라고 하네요.
역시 LACMA 박물관 소장입니다.

 

금동불입상

8세기에 제작된 이 금동불입상은 통일신라 절정기의 불교조각 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소장입니다.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

한 눈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 작품은 13세기 고려시대 작품입니다.
현재 워싱턴 D.C. 의 Freer and Sackler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의 리움 미술관에 있는 국보 133호와 한 쌍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나전칠국당초문경함

13세기 고려시대 작품으로 전 세계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 20점 중 하나입니다.
이 희귀한 작품은 현재 보스턴 미술관 소장입니다.

 

은제금도주자와 받침

이 역시 세계적으로 희귀한 12세기 고려시대 작품으로 은 주전자와 그 받침입니다.
보스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해학반도도

조선후기에 제작된 12폭 왕실병풍으로 십장생 병풍의 진수라고 하네요.
또한 궁중장식화 연구의 중요한 자료인 국보급 문화재입니다.
현재 하와이의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입니다.

 

십장생도

이 작품은 2010년 보존처리 과정에서 작품 왼쪽의 '발문' 이 발견되면서 연원이 확실히 파악되었습니다.
1879년의 작품으로 이처럼 발문이 있는 십장생도는 한국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현재 오레곤 대학교에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국보 취급을 받아 마땅한 문화재들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죠.
더욱 슬픈 건 한국 미술 전문가가 없는 외국 미술관들에서 우리 문화재가 일본이나 중국 작품으로 둔갑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메트로폴리탄이 수집한 14세기 고려불화 '지장보살도'는 일본 카마쿠라 시대 작품으로 오인됐었고, 고려 후기의 '아미타불 지장보살도' 역시 중국미술품으로 소개되었다가 정정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고려청자중 12세기 작품 청자음각연화수금문매병은 중국 원나라 청자로 여겨지고 있다가 나중에야 고려청자로 제 이름을 찾았습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그리스나 이집트처럼 약탈당하거나 유출된 문화재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나라들이 있지만 돌려받을 법적 근거가 부족해 환수에 난항을 겪고 있죠.
이런 사태도 결국 국가간 '힘의 논리' 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씁쓸함은 어쩔 수 없네요.
국가에서 쓸데 없는 일에 돈 쓰지 말고 (무슨 무슨 사업 어쩌고 말이죠...) 해외유출 문화제 환수작업에나 신경을 더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 자료 사진들은 구글 검색이나 해당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