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영화배우같은 흑인 할아버지한테 완전 환상 깨진 사연

by 이방인 씨 2012. 12. 7.

한 일주일전인가 우연히 멋쟁이 흑인 할아버님을 한 분 만났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들하고도 수다를 잘 떠는 나라니까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만남이었는데요.
할아버님이 엄청나게 미남이신데다가 키도 훤칠하시고 꼭 헐리웃의 원로배우 같은 분위기시더라구요.
게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티끌하나 없이 정돈된 옷차림에 행동도 품위 있으셨죠.

 

와~ 정말 멋지시네요.

 

했더니 가지런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으시더니만 "내가 비결을 알려줄까?" 하시네요.

 

응응  네! 네! 알고 싶어요~~!

 

그러자 할아버님 오른속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말씀하셨습니다.

 

Because I know someone up there.  하늘에 있는 어떤 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이거 혹시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요??
하늘에 있는 어떤 분을 알고 지낸다는 건.... 바로 Jesus를 믿는 기독교인이라는 의미였죠.
그래서 "아~ 그러시군요. ^^ "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Let me tell you why you should meet him.  왜 그 분(예수님)을 만나야되는지 내가 말해줄게.

 

어-오~!
음성지원이 되면 좋을텐데 말이죠.

 

그 후로 저는 약 30분간 할아버님의 인생사 곳곳에 숨어있는 Jesus의 은총에 대해 듣고 있었습니다.
할아버님의 일생을 간신히 다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의사가 되었다는 큰 아드님의 인생 스토리가 시작되네요.

 

Oh... Jesus Christ.... 제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꿋꿋하게 4남매의 이야기를 다 하시고  제게도 "꼭 예수님을 만나라" 고 당부하고 가셨습니다.

이 할아버님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굉장히 열성적인 흑인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종교의 자유를 위해 민족의 대이동까지 감수한 청교도의 후예들인 백인들이 더 독실할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며 백인들의 신앙심이 조금씩 흐려진 반면, 노예해방이 되어서야 자유롭게 교회를 갈 수 있었던 흑인들의 신앙은 여전히 강하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흑인들의 교회를 상징적으로 Black Church 라고 하는데요.
최초의 Black Church는 1700년대 후반 해방노예들이 세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세운 교회는 물론 백인과 섞일 수 없는 흑인들만의 교회였죠.
흑인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전통 문화와 혼을 신앙에도 반영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흑인교회하면 떠올리는 열정적인 기도광경과 몸이 절로 들썩거리는 가스펠을 만들어냈답니다.

 

 

흑인교회에서 성가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입이 떠~억 벌어집니다.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잘할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고인이 된 전설의 디바 Whitney Houston도 원래 어릴 적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노래를 시작하여 가스펠 싱어로 이름을 날렸었죠.
또한 그녀는 신앙심이 깊은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Bad Boy 바비 브라운을 만나기 전까지는 얌전하고 종교적인 여성이었다고 해요.
제 주변의 흑인들을 봐도 일요일에 교회를 안 가면 부모님께 엄청난 꾸중을 듣는다는 친구도 있고 대화 중간에 꼭 한번씩은 Jesus가 나오는 친구도 있죠.

많은 흑인들이 이렇게 신앙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들의 고달픈 역사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머나먼 미국대륙까지 쇠사슬에 묶인 채로 노예수송선에 실려 끌려온 최초의 African American부터 노예해방을 거쳐 지금까지도 이들은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죠.
노예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이들의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합법적인 노예 신분으로 가축이나 마찬가지로 재산 취급을 당하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만인은 평등하고 하느님은 모두를 사랑하신다" 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거부할 수 없는 희망의 메세지였습니다.
그 누구도 흑인인 그들에게 "우리는 평등한 존재" 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존엄함을 확인하고 가혹한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종교가 거의 유일했던 것이죠.

이렇게 이어져 온 흑인들의 강한 신앙심 덕분에 저는 그 할아버님 같은 분들을 간혹 만난답니다. ^^;;
그런데 그 할아버님은 정말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멋진 노신사분이셔서 한 순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와장창~ 하고 환상이 깨져버렸네요. ㅋㅋㅋ
기독교인이시라 환상이 깨진 것이 아니라, 제 의사는 묻지도 않으시고 열심히 전도만 하시기에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래도 그렇게 멋진 할아버님을 본 게 처음이라 좋은 경험이긴 했어요.
과연 미남자는 늙어도 미노년이 되는구나!!! 깨달았거든요. ㅋㅋㅋㅋㅋ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