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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이민생활 13년, 이럴 때 미국인이 싫어진다

by 이방인 씨 2012. 10. 11.

어제는 미국인들의 좋은 점을 써 놓고, 오늘은 싫은 점을 쓰다니...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 후후훗~
좋았다가 싫었다가... 저에게 미국인들은 애증의 대상인가봅니다. ^^;;
오늘은 다른 무엇보다 제일 정 떨어지는 상황 딱! 세 가지만 이야기 해볼게요.

 

첫번째 - 토론중에 양보하면 항복하는 거라고 생각할 때

미국인들은 애나 어른이나 토론의 달인들이라고 쓴 적이 있죠?
어릴 때부터 적극적인 토론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말싸움,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말 의견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이건 아직 우리가 배워야하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들은 토론에 지나치게 몰입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말싸움, 감정싸움이 아니라 논리싸움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존심을 걸고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사실 아무리 진지한 토론이라해도 과하게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면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가 종종 있죠.
제 입장에서는 이야기할수록 원점으로 돌아오는 끝 없는 토론이니 그냥 좋게 넘어가자는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제가 본인들의 의견에 설득당했다고 멋대로 믿더라구요. ^^;;
한번은 미국 아주머니랑 한 40분여를 이야기하다가 제가 너무 피곤해서 "네,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했더니 그 아주머니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게 한국식 항복방법이니??

 

"동의한다" 고 말하는게 토론의 패배선언이냐고 묻는 말씀이셨죠.
한 마디 받아칠려다가 더해봤자 좋게 끝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한국식이 아니라 제 방식이예요."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아주머니는 유독 집요한 분이시긴 했지만, 미국인들 중에는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곧 굴복시키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답니다.
그나마 토론 뒤끝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두번째 - 시도때도 없이 가운데 손가락 들어올릴 때

 

자네, 웃으면서 이러는 거 그만두지 않겠나?

 

가운데 손가락 욕설은 뭐 전 세계적인 제스쳐니까 모르시는 분들이 없겠죠.
미국인들은 가만보면 습관화된 매너는 좋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매너를 안 지키는 것 같으면 참지를 못해요.
특히 욱하는 성격의 사람들은 뭐 손가락을 가만히 둘 틈이 없죠.
근데 이거 당해 보면 정말 기분 나쁘답니다. -.-^

어느 날 저녁에 제가 집 주변의 좁은 오솔길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어깨를 치길래 돌아봤더니 왠 중년 아저씨가 뜬금없이 얼굴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가는 게 아닙니까?
한 몇 초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하고 멍하니 있다가 열받아서 앞으로 뛰어가서 말했죠.

 

이봐요.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니가 이 길 소유자냐? 길도 좁은데 왜 앞에서 혼자 천천히 가고 난리냐고?!!

 

사연인즉, 제가 오솔길 가운데로 천천히 걷고 있자, 뒤에서 오던 그 아저씨는 저 때문에 자기가 빨리 못 지나간것에 화가 난 겁니다.
저는 뒤에서 사람이 오는 걸 몰랐으니 소리를 내거나 말로 하면 당연히 피해줬을 것을 굳이 남한테 손가락 길이 자랑하는 그 아저씨 같은 미국인들이 종종 있답니다.

 

세번째 - 미국와서 좋지? 하는 표정 지을 때

이건 은~근히 신경 거슬리는 일입니다. -.-;;
전 세계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답게, 이민의 이유도 다양합니다.
학업을 위해서, 일자리를 위해서, 도전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죠.
그들 모두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왔지만, 정작 미국에 와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견디지 못하고 다시 역이민 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독일에서 25살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와서 38살이 된 친구가 있는데 왜 미국에 왔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25살이였어..... 내가 어려서 뭘 몰랐던거지, 쳇!

 

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이민자가 많다는 것을 "미국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 라고 해석하는 모양입니다.
저한테도 몇번 얼굴에 약간 기름진 미소를 띄며 미국오니 삶의 질이 좋아졌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이 좋다고 결론내리고 저에게 확인하고 싶어서 묻는 거였죠.
얄밉기도 해서 미국 완전 별로!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도 간혹 들지만 결국은 솔직한 대답을 하는 게 저의 유일한 대응방법입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죠. 아직 더 살아봐야 될 것 같네요.

 

그렇지만 더 살아봐야 별 다를 게 있겠습니까요?
어차피 하늘 밑 세상인데, 그 어디에 가서 산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게 있기 마련일테죠.

그래서 저도 미국인들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하나봐요. ^---^
미국인들이 싫어지는 순간 1,2,3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제 글은 미국인 전체를 일반화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