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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미국 결혼관의 세 가지 차이점

by 이방인 씨 2012. 9. 20.

미국에 이민와 살면서 낯선 문화에 저도 놀란 적이 많았지만, 저 역시 미국 친구들을 여러번 놀라게 했답니다.
친구들이 신기해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의 결혼문화인데요.
집 장만이나 혼수, 예단, 예물 등의 고유의 절차보다도 일단 결혼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다르답니다.
오늘은 한국과 미국의 결혼관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하나 하나 세세하게 짚어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세 가지 정도만 써보겠습니다. ^^

 

첫번째 -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하는 것 VS. 결혼은 두 남녀가 하는 것


제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큰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부모님들이 결혼을 앞둔 자녀들에게 이런 말 많이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니, 결혼이 무슨 니들 소꿉장난이니? 결혼은 두 집안이 하는거야!

그런데 아마 미국인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습니다.
집안끼리 결혼한다는 말은 생각도 못해봤을걸요. ㅋㅋㅋ
물론 미국인들도 결혼하기전에 미리 배우자의 가족을 만나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 양가 집안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둘이서만 결혼식을 올리고 나중에 가족에게 통보하는 경우도 간혹 있을 정도죠.
한국에서는 "넌 애미 애비도 없냐?!!" 하고 모두가 기막혀 할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해당 부모님은 무척 서운하시고 놀라시겠지만, 주변에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법도 하답니다.
그러니 라스베가스에서 단 5분만에 둘이 결혼하는 부부도 생기는 실정이죠. ㅋㅋㅋ
라스베가스에서 결혼한다고 하면 아마도 충동적으로, 술김에 하는 커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그저 결혼에 할애해야하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일부러 라스베가스로 가는 커플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속성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식을 치르고 잘 사는 부부들도 많다네요. ^^

이렇게 미국에서는 양쪽 집안 모두가 배우자를 맘에 들어하고 축복해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신랑 신부 두 사람의 결혼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가족이랄 수 있는 부모님은 자녀의 예비 배우자감이 마음에 안들면 대부분은 그냥 싫어할 뿐, 결혼을 크게 반대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더라구요.
이게 더 무서운가요??? ㅋㅋㅋ

 

두번째 - 배우자의 부모도 나의 부모 VS. 배우자의 부모는 배우자의 부모


한국에서는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새로운 부모님이 생기게 되죠?
특히 여성이라면 친정 부모님보다 더 자주 뵙게 되는 시부모님을 얻게 됩니다.
호칭도 결혼하자마자 바로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는 게 당연한 일이구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시부모님 혹은 장인 장모님을 그냥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며느리는 시어머님을 그냥 "제인" 이라고 부르고, 사위도 장인 어른을 "존" 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얘기죠.
얼마나 친한 사이인가에 따라서 Mom, Dad 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며느리나 사위가 살가운 성격인가 아닌가를 생각하겠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자녀의 배우자에게 Mom 이나 Dad 이라고 불리는 것을 거북해하는 부모님들이 있답니다.
나는 내 아들/딸의 엄마이지, 그들 배우자의 엄마는 아니기 때문에 Mom 소리 듣는 것을 불편해하는거죠.

미국에서는 결혼으로 얻게 된 배우자의 가족을 In-laws 라고 부르는데요.
배우자의 어머니는 Mother-in-law, 아버지는 Father-in-law 가 되고, 마찬가지로 시동생이나 시누이도 Brother-in-law, Sister-in-law 가 됩니다.
이 In- law 라는 것은 법적 친연성을 뜻하는 것으로, 까놓고 말하면 서류상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
이제 '두 사람이 결혼했으니 처가에는 아들이 하나 생기고 시댁에는 딸이 하나 생겼네' 란 말은 미국에서는 굉장히 오글거리는 멘트인거죠.
다만 미국에서도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시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이 "난 너를 딸처럼 생각한다" 혹은 "자네를 아들처럼 여기고 있네" 이런 인간적인 말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제가 학교에서 만난 미국 아주머니 목에 걸린 왕관 모양의 목걸이를 보고 예쁘다고 칭찬을 했더니 며느리가 생일선물로 준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며느리랑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했더니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저를 기절시킨 한 마디를 남기셨네요.

우리 며느리는 나를 Queen Bitch 라고 불러. 나는 며느리를 Princess Bitch 라고 부르고.

-.-;; 끄응.... 왕관 목걸이의 비밀은 Queen Bitch 에 있었군요....
이런건 허물없는 사이라고 해야할지, 위 아래도 모르는 사이라고 해야할지요... ㅋㅋㅋ

 

세번째 - 결혼 전 가족은 그대로 중요 VS. 결혼으로 새로 생겨난 가족이 우선


한국에서 부부가 싸우게 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배우자가 내 집에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내 집" 이란 결혼하기 전에 속해있던 곳, 즉 친가나 친정이란 소리죠.
한국 문화에서는 결혼을 하고 난 성인이라 할 지라도 여전히 부모님이 계시는 원래 가족에 속해 있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2인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내 가족에 배우자 한 사람을 추가시키기를 원하는 것 같달까요?
사실 결혼에 대한 이런 접근은 상대 배우자가 적극 동조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쪽이 똑같이 배우자를 내 원래 가족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갈등이 생기겠죠.

미국에서는 보통 두 사람이 결혼하면 그 2인 가정이 최우선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가 가족이야 (Now WE are family)" 라는 생각이죠.
그렇다고 부모님과 예전 가족은 나 몰라라한다는 소리가 아니니 오해 마세요. ^^
다만 결혼전의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가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뜻이랍니다.
뭐, 애고 어른이고 남자고 여자고 그 놈의 "독립적 인생" 참 좋아하는 나라가 미국이잖아요. ㅋㅋㅋ

오늘은 제가 생각해 본 한국과 미국 결혼관의 차이점 세 가지를 이야기해봤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은 양국의 문화 차이를 소개하기 위한 글일 뿐, 비교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미국인과 미국을 일반화하고 있지 않으니 오해 없으시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