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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인들에게 정(情)이 있다면 미국인들은??

by 이방인 씨 2012. 9. 19.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달콤한 과자를 먹는 한국인들은 자타공인 정이 많다고들 하죠. ^^
가족간의 정, 이웃간의 정, 친구간의 정, 기타 등등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나라가 한국인데요.
언젠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소통하는 사이트를 구경하니, 한국 문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정(情) 이라고 하더라구요.
정을 나누는 문화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이 정(情)을 어떻게 정의내려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사랑도 아니고, 우정이라 할 수도 없고, 동정심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마음!
사실 저도 한국인이지만 '정' 의 뜻을 명확히 글로 옮기려고 하면 막막해지는데, 외국인들이 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사람들만이 쓰는 '정' 이란 단어의 응용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 있죠.

 

우리 아버지는 잔 정이 많으셔.


 헉! 그냥 "정" 만도 어려운데, 잔 정이라니?! 그렇다면 반대로 굵은 정도 존재한단 말인가??!! 하고 혼란만 더욱 가중될 지경입니다. ㅋㅋㅋ
이렇게 어려운 "정" 이지만, 한국인들과 부대끼며 정이 무엇인지 깨달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가장 좋은 점을 "정"으로 꼽더라구요.
아마도 본인들 나라, 특히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권이라면 잘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교감일테니까요.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미국인들의 개인주의에 낯설기도 하고 내심 쓸쓸하기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친구들끼리 모여 왁자지껄 점심을 먹을 때도 다른 친구의 음식에 잘 손 대지 않습니다.
물론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스스럼없이 집어 먹기도 하지만, 매일 얼굴보는 반 친구라 할 지라도 그리 친하지 않으면 음식을 나누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하다못해 과자 몇 봉지 먹을 때도 이리와서 먹어보라거나 같이 먹자는 말 같은 건 잘 안하죠.
교포2세 사촌동생에게 물었더니 미국 친구들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같이 먹자는 말은 잘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아, 물론 무언가 먹을 때 예의상이랄까 "이거 하나 먹을래?" 하고 묻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 '하나 맛 보라' 는 것이고, 함께 나눠 먹자는 뜻은 아닙니다. ㅋㅋㅋ
물건이든, 음식이든 '각자의 것' 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 것을 쉽게 나눠주려고 하지도 않지만 반대로 타인의 것을 섣불리 받지도 않습니다.
제가 과자나 쿠키를 먹고 있다가 같이 먹자고 권해도 조금 집어 먹고 더 이상 건드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없어서 그러나 했는데, 먹어보고 맛 있으면 본인 돈으로 사 먹는 친구들도 있었던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음식으로 한 예를 든 것 뿐이지만 사회 면면에서 드러나는 이런 개인주의적 행동들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깔끔한 한편, 정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죠.
제가 살면서 느끼기에도 미국인들은 정말 친절하긴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정은 아니죠.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것(?)이 있더군요!


BELIEVE IN HUMANITY

 

Humanity 즉, 인류애 말입니다.
이 단어 역시 '정' 만큼이나 확실히 정의내리기 애매한 단어이긴 합니다. ^^;;
저 나름대로는 그들의 인류애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개인,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를 넘어선,지구를 아우르는 동족의식


이 나라에는 본인이 평생 듣도보도 못한 나라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슬람 어느 나라에서 부당하게 죽어가는 여인들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를 금지하자는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죠.
중국의 1가족 1자녀 정책 때문에 죽어가는 신생아들이 많다며 규탄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의 아픈 문제인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기념비에 참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가 소말리아 해적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지만, 소말리아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모금을 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게다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게 너무 없어 진흙을 구워서 먹는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자녀들에게 진흙쿠키 체험을 시켜주는 엄마도 있구요.
이 밖에도 저는 까맣게 모르는 지구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게 분명합니다.

예전에 한국 이민 1세 어르신을 만났는데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아, 옆집 사람이 뭘 먹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남의 나라 일에는 그렇게 관심들이 많아?


ㅋㅋㅋㅋㅋㅋ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정도 없는 미국인들이 너무 오지랖만 넓은 걸까요??
그래도 저는 이건 그들의 굵은 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답니다. ^^
아니면 헐리웃 영화의 영원한 주제인 "영웅 미국이 온 세계를 구한다!" 에 세뇌된 걸지도요. ㅋㅋㅋ
이유야 어쨌든 우리 인간종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
그리고 조금은 냉정해 보였던 미국인들도 심장은 다 똑같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더 좋구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정 많은 하루 보내세요~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 이 글은 미국인과 미국 전역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여 어느 한 쪽을 우위에 놓으려는 의도 역시 아닙니다. 단지 문화차이를 이야기하는 글이니 이 점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