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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헉! 미국에선 내가 과부될 얼굴이라고?!

by 이방인 씨 2012. 9. 18.

한국처럼 관상보는 풍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서양에서도 생김새의 한 부분을 보고 '일찍 과부될 상' 이라고 믿는 미신 혹은 속설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바로 제가 그런 얼굴! 이지 뭡니까...
짐짓 화난 척해봤지만, 사실 재밌는 이야기니 한번 들어보세요. ^^

저는 3자 이마라고 불리는 헤어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마 가운데 부분에 뾰족하게 머리카락이 자라는 이런 이마 말이죠.


검색하니까 전부 연예인 사진밖에 없더라구요.
그런데 여자 연예인은 과부상이라 그러면 안 좋아할 것 같아 스티커 처리했어요. ^^;;


숫자 3을 좌로 90도 옆으로 눕혀놓은 것 같은 모양이라서 한국에서는 이런 헤어라인을 3자 이마라고 부르죠.
이런 모양은 머리가 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유전적 특성이랍니다.
그런데 이 3자 이마를 미국에서는 Widow's peak 이라고 부르더라구요.
Widow 는 "미망인, 과부" 라는 뜻이고, peak 은 "뾰족한 꼭대기, 봉우리" 란 뜻이죠.
이거 뭐... 쉽게 풀이하면 "과부봉" 이라고 해야되나요? ㅋㅋㅋㅋ

서양에서 3자 이마가 Widow's peak 이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모자 때문이라고 해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한 장면


유럽에서는 1530년부터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 이런 모양의 검은 Cap을 쓰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모양이 정말 3자 이마랑 흡사하죠?
이런 복식이 자리잡게 되면서 3자 이마를 보면 자연스레 미망인의 Cap을 연상하기 시작한거죠.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1849년 무렵에는 3자 이마를 Widow's peak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Widow's peak 을 가지고 태어난 여성은 일찍 미망인이 된다는 속설이 생겨난 것이랍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머리에 쌍가마가 있으면 장가를 두번 간다"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ㅋㅋ

그런데 제가 이 Widow's peak 을 알게 된 계기가 재미있습니다.
대학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을 때 유전법칙을 배우는 중에 일어난 일이랍니다.
우성과 열성을 설명하며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형질을 찾으며 재밌게 수업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Widow's peak 으로 딱! 걸린 겁니다.
교수님은 설명하고, 얘들은 다 쳐다보고, 저는 괜히 제 이마가 민망하고... 아휴~ ㅋㅋㅋ
사실 저는 그때까지 3자 이마를 영어로 어떻게 부르는지도 몰랐지만, Widow 란 단어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 뜨악하고 말았죠.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Widow's peak 을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답니다.
제가 독신주의자인데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 중에는 도대체 왜 독신주의냐고 묻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 Widow's peak 있는 거 보이죠?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해주는 셈 치고, 결혼은 안 하려구요.ㅋㅋ"

이렇게 대답하면 물어본 미국인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곤 해서 참 편합니다. ^-^

제가 미국에서 과부상(?) 으로 살고 있는 이야기, 흥미롭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이 이야기, 그냥 재미로 보는 것 다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