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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엔 이것(?)이 있는데 미국엔 없어서 허전해요

by 이방인 씨 2012. 9. 13.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화개장터가 아닐까 합니다. ^^
간혹 없는 것이 있어도 사는데 지장 없으니 이대로 사는 것이겠구나 싶죠.
미국에서 살아보니 여기도 없을 건 없더라구요.
애초부터 없었다면 아쉬움도 몰랐겠지만, 한국에 살 때는 있었는데 미국에는 없어서 허전~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후후훗

미국에는 통장이 없습니다.


미국에 은행계좌를 가지고 계신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 은행에서는 통장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달 Bank Statement 라는 것을 집으로 보내줍니다.

(구글 이미지)

이렇게 고지서 형식으로 된 계좌 활동내역을 한달에 한번 편지처럼 발송한답니다.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거래를 할 수 있고, 계좌조회도 할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확인해야 안심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이 계시죠.

저도 처음으로 미국에서 은행계좌를 열었을 때, 물론 통장이 없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예금통장없이 카드 하나 달랑 받아들고 문을 나서는데 자꾸 뒷통수가 간지러운게 개운치가 않더라구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저축을 하면서 항상 통장을 소중히 간수하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돈을 넣고 계좌를 열었는데 통장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허전하더라구요. ^^
그 당시는 미국에 온라인 뱅킹도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서 더 불안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바로 한 달 지나서부터 집으로 꼬박꼬박 계좌내역서가 오니까 엄청 편하더라구요.
통장정리를 할 필요도 없고, 한 달 단위로 깔끔하게 정리되서 오니까 보기도 쉽죠.

그런데 다 좋으란 법은 없는지 한 2-3년 지나니까 매달 날아오는 이 내역서가 너무 귀찮은 겁니다. -.-;;
이름과 계좌번호, 거래내역까지 다 찍혀있으니 함부로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매달 날아오니까 서랍에 넣어두다가는 꾸역꾸역 쌓이기만 하죠.
그래서 손으로 찢어버리거나 종이 분쇄기를 사용해서 처리했는데, 다행히도 몇 년전부터 나무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내역서 배송을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 전까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냥 때되면 집으로 날아들었거든요.
저도 한 2년전부터 내역서 배송을 거절해서 집으로 아무 것도 오지 않아서 참 편하네요. ^--^

어차피 온라인 뱅킹을 하지만 통장이 없는 것은 못내 허전하답니다.
통장 보유의 묘미라 함은 곧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보기만 해도 뿌듯한 부채꼴!
통장에 차곡차곡 한푼 두푼 쌓여가는 재미를 보는 맛이 있단 말이죠.
서랍 한 구석에 잘 보관하고 있으면 어쩐지 든든하기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간혹 삶이 힘들 때 통장 보면서 기운을 낸다는 분들도 있잖아요. ㅋㅋㅋ
저도 가끔 '굳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미국처럼 통장 시스템이 사라지게 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아마 섭섭해하실 분들 꽤 계시지 않을런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마지막에 생각 난 여담이지만, 통장을 주지 않는 대신, 통장보다 훨~씬 두꺼운 수표책은 주더라구요.

저도 그렇고 미국의 젊은층도 번거로워서 보통 물건 구매시에는 잘 쓰지 않지만, 연배가 되시는 분들 중에는 여전히 예전 하던대로 개인 수표를 자주 사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개인 수표가 가장 요긴하게 쓰일 때는 우편으로 결제를 할 때랍니다.
액수가 큰 현금은 우편봉투에 넣을 수 없고, 신용카드 번호를 써 주자니 그것도 불안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개인 수표를 사용하면 안전하고 편리하죠.
그래서 학교나 관공서같은 곳에서는 개인 수표로 지불해줄 것을 요구하는 곳이 많답니다.
한국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에는 대학이나 대학원 원서 접수비를 낼 때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우편을 이용해야 하는 학교들이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
신용카드 대금이나, 각종 관리비를 개인 수표로 우편 지불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