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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베트남 친구에게 거짓말 해야만 했던 이유

by 이방인 씨 2011. 9. 24.

이제 한국인이라면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이곳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학연수생들에게 들으면 어학연수가 취업의 필수조건이라 할 정도로 영어실력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원어민 교사가 넘처나는 곳이 또 한국이지요.
저도 주변에서 한국으로 영어 가르치러 떠났다는 사람 얘기 가끔 듣습니다.
그들은 마치 한국이 파라다이스인줄 알더군요.
그리고 만약 그들이
백인이라면 그 예상은 맞아떨어지겠지요.


신원확인은 물론이고 학력 검증도 안된 미국인들이 버젓이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라고 대접을 받는 행태가 많이 보도되어 비난을 샀지만 여전히 백인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낙원입니다.

물론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혹은 정말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원어민 교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미국인들이
진학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때 생각하는 것이 원어민 교사입니다.
특히 이왕이면 한국으로 가고 싶어하죠.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한국인의 백인선호는 미국 현지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LA지역에서 한인사회와 흑인 커뮤니티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죠. 


하지만 그것보다 제가 가장 마음이 안좋았던 것은
흑인과 결혼한 한국인마저 한인사회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젠가 한인 마켓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한인 아주머니께서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물건을 사서 나가시더군요.
그 아주머니가 떠나시자마자 상점내 다른 아주머니들께서 소곤소곤 무언가 얘기하십니다.
나중에 저희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그 조용히 빠져나가신 분의 남편이 흑인이라는 얘기였답니다.
그 분 말고도 몇 분 더 계시는데 마켓에 남편없이 혼자 오시는 날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흑인과 결혼한 한인들을 다르게 보는 시선보다 더 무서운 일은 그 분들의
아이들마저 멸시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백인 혼혈 아이들의 경우 "역시 혼혈이 이쁘네." "눈 큰 것 좀 봐" 등등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흑인 혼혈 아이들의 경우 "머리카락이 영락없는 흑인이네" "전혀 한국인 같지가 않네" 하며 따가운 시선으로 봅니다.

저도 사실 이민오기 전까지는 남말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
제 고향은 시골마을이라 이민오기전까지 만난 외국인을 손에 꼽을 정도여서 인종이라던가 흑,백인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같은 한국인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제가 소수인종이 되서 몇몇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직접 겪으니 마음이 달라지더군요.
한국인들이 별 생각없이 동남아시아인들을 아래로 내려보거나 흑인들을 차별하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역시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맞더군요.


얼마전 저의
베트남계 미국인 친구가 제게 심각하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베트남계 2세로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그 친구 역시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를 아주 좋아하는데다가 전공이 영문학이라 원어민 교사로 서울에 가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생각중 한국에 원어민 교사로 가면 대우가 정말 좋다는데 진짜야?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사람을 채용할 때 고려하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했죠.
인종, 나이, 외모, 신장 등등 말입니다.
그 친구는 피부는 한국인보다 어둡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지라 한국인이 보기엔 상당한 비만체형입니다.
24세의 남성이며 신장은 170cm 미만입니다.
이 중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점은 24세의 젊은 남성이라는 것 뿐이겠지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짓말 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원어민 교사가 너무 많아서 자리를 얻기 힘들 걸~
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원어민 교사가 넘쳐나니까 급여가 적을 거야.

 

그 친구가 백인이었다면 제 대답은 달랐겠지요.
미국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백인 남성이라면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 자리 얻는 것이 힘들진 않을 테니까요.
제가 백인들 틈에서 살며 느낀 점은 우리 스스로 백인을 선호 혹은 선망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양인들이 아시아인들을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해주길 바라기 전에 아시안으로서 우리 자신의 자존감을 먼저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4

  • 헉 이건 충격이네 2012.08.12 10:23

    아 저도 영어학원에서 일할때 생각나요. 참... 오후 두시에 출근하는 백인남자는 항상 눈이 시뻘개져서 술냄샐 풍기면서 출근했었고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는데... ;; ㅎㅎ 우리나라에선 선생님이라는 게 존경할만한 생활양식이나 태도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그런지 너무 싫더군요.

    그리고 제가 사는 건물에 원어민 교사들이 많이 사는데 금요일 밤마다 새벽 세시까지 소리지르며 노는 통에 한번은 경찰신고까지 한 적 있답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저는 원어민 교사들 특히 남자 교사들이 좋게 보이지가 않아요..

    전 중소병원 간호사인데 원어민 교사 오후근무만 해도 제 월급을 뛰어넘는 돈을 벌지요. 저는 주 40시간 근무하는데도 ㅋㅋㅋ 강남쪽에서 일대일 회화 과외 몇개만 뛰어도 제 월급의 두세배는 벌더군요; 이건 짜증나요! 그 돈은 정말 그냥 "영어권에서 태어난 백인"이라서 버는 돈인거에요. 정말 불공평하죠 ㅋ
    답글

  • 저도 간호사ㅎ 2012.12.13 06:53

    제가 최근에 프랑스 남자친구 사귀었었는데요 다들 하는 말이 "능력좋다~" 이거입니다.
    제가 중국인 남자와 소개팅을 한 얘기를 할 땐 왜 중국인을 만나냐며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입니다ㅡㅡ 사람이 괜찮으면 됐지, 국적이 중요합니까? 피부색이 중요합니까? 저는 인간적으로 중국인 남성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가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몇번 만나고 끝이었지만요.. 암튼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한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인종차별이 심한 것 같아요. 무조건 편견부터 가지고 폭 좁게 바라보죠. 특히 우리나라 여성이 흑인 남성 만날 때 그 시선은 정말 지독하죠.. 남자들이 더 해요.. 무조건 19금부터 생각하는게 아주 역겨움
    답글

  • 익명 2013.08.02 18:02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강바람 2013.11.08 14:41

    며칠 동안 이방인님 블로그의 글을 꽤 많이 읽었지만 댓글을 쓰긴 처음입니다.
    지금 제 주변에서 진행되는 일이 미국으로 주거를 옮겨야할 상황이기에 최근 들어 미국 관련 글들을 열심히 읽다가 이방인님 블로그에서 '열공'하고 있답니다.

    약 20년 쯤 전에 주한미군부대에서 몇 년 간 근무했었습니다. 미군들과 함께 일한거죠.
    대부분 고급장교들이었습니다. 소령, 중령, 대령.
    아! 얘기할 게 많지만 오늘은 흑백 인종 간의 결혼 문제만을 얘기하렵니다.
    미국인들 중에서도 엘리트층이고 남녀평등하다는 군대인데도 당시에 흑백차별이 있었습니다.
    특히 결혼을 함에 있어서 백인남자가 흑인여자랑 사는 건 자기네(백인)들도 아무소리 안하는데
    백인여자가 흑인남자랑 사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던 백인 여군 중령이 흑인 민간인과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 뒤부터
    계급이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백인남자들이 그 여군을 상대조차 안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네 끼리 뒤에서 수군거리며 욕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그 백인 여군중령이 무척 힘들어 했습니다.

    미국에서 사는 한국 이민자들까지도 그런 시각으로 대한다는 게 몹시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만났던 - 가까지 지냈던 - 흑인들은 거의가 다 동양적인 정서를 지니고
    매우 착했던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몸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그걸 없애려는 지독한 향수 냄새만 빼면 다 좋았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만에 하나, 제 아들들이 흑인여성을 며느리감으로 데려오지만 않는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흑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잃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흑인 며느리로 인해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률상 그럴 일이 거어어어어의 없기에 이렇게 얘기합니다.)

    살아보니 결혼 상대로 가장 중요한 건 착한 성품입니다. 평생을 싸울 필요는 없거든요. ^^
    좋은 정보 많이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지 않아 뉴욕에 자리를 잡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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