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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인이 한국 이야기를 하는데 의심하는 미국인!

by 이방인 씨 2012. 8. 22.

오늘은 말이죠...
저의 답답하고! 억울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솔직히 별 건 아닙니다만... ^^

제 주변 친구들이나 혹은 오다가다 만나게 되는 미국인들과 자연스레 한국 이야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 본토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면 이것저것 궁금해 할 때가 많거든요.
심지어 저한테 "그러니까 너 한국말을 네이티브 수준으로 하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친구도 있구요.
이런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려고 생생한 한국 이야기를 해 줘도 이 사람들이 믿지 않을 때가 있답니다.
본토 출신이 말하는데 의심을 하다니 이 무슨 무례랍니까?   흥

특히 저를 답답하게 했던 두 명의 미국인이 있었는데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첫번째 - 모든 것이 신기한 백인
아주머니, Nancy

낸시는 제가 문화 강좌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아주머니신데, 캘리포니아 출신이 아니라 머~나먼 동쪽 끝 Maine주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오신 분이었어요.
미국에서 Maine 이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인 백인 state으로, 인구의 90% 이상이 백인이라 타인종이 Maine주 경계선을 넘어서면 길을 잃어서 잘못 들어온 줄 알고 경찰이 잡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죠.
그래서 이 낸시 아주머니, 타인종은 물론이고 외국 출신 이민자를 보는 것도 처음이셔서 저한테 늘 질문이 많으셨어요.
어느 날은 본인 자녀가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대학입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한국에서는 입시가 굉장히 중요해서 쪽집게 과외라는 아주 비싼 투자까지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액 과외라고 하니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물으시네요.

"그게 뭔데? 비싸다고? 비싸면 얼마나 비싼건데???"

"뭐, 레벨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비싼 과외는 몇백만원짜리도 있고 천만원대도 있어요."


했더니, 이거야 원.... 단박에 절 사기꾼 취급하십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닌라는 걸 아시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서울대 총장의 딸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쪽집게 과외를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파장을 일으킨 적도 있을 정도로 강남의 고액 쪽집게 과외가 성행했었잖아요.
그런데 낸시 아주머니에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나봐요.
하기야 미국의 과외라고 하면 대학생이나 직업 가정교사가 시간당 임금을 받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한국처럼 쪽집게 전문 과외 선생님이 일단 없는데다가 설령 있다고 해도 그렇게 고액은 상상도 못하죠.
그러니 낸시 아주머니, 자꾸만 저한테 이러십니다.

웃기시네한국돈을 달러로 잘못 환산한 거겠지?
0을 몇개나 더 붙인거야?


수학은 몰라도 산수에는 자신있는 제가 끝까지 사실이라고 항변했지만 아주머니 역시 끝까지 진심으로 믿지 않으시는 눈치셨어요.
그냥 더 안 믿으면 제가 기분 나빠 할까봐 "응, 그래 그렇구나" 이 정도로 넘어가셨지요. ^^;;

 

두번째 - 한국의 겨울엔 눈이 빠질 수 없다니까! Ryan

라이언은 제가 대학 때 같은 강의를 들었던 미국 남성인데 늦깍이 대학생이라 그 때 이미 삼십대 중반이었죠.
그런데 전형적인 Northen California 토박이로 서른 다섯살까지 가장 멀리 여행 가본 것이 LA랍니다.
미국인들이 의외로 미국내 여행을 안 다닌다는 것,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죠?
라이언도 살면서 단 한번도 캘리포니아주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죠.
Sunny California 라는 말도 있듯이 따뜻한 캘리포니아주의 거의 대부분 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습니다.
북쪽으로 워싱턴 주 근처까지 올라가거나, 동쪽으로 네바다 주 근처까지 가면 눈이 오는 곳이 있지만 LA를 비롯해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등을 위시한 대부분의 지역에는 지난 200년간 눈이 온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느 날 라이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멍2
미국에서 한국이 제일 그리울 때가 크리스마스 무렵이야. 한국은 겨울에는 늘 눈이 와서 하얗고 예쁘거든.


라이언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그건 네가 미국에 와서 그런게 아니라, 너희 고향을 벗어나서 그런거겠지. 한국도 눈 안 오는 지역사람들은 눈 못 볼 거 아냐.


그건 그렇지....가 않죠??
물론 남쪽에는 눈이 적게 내리겠지만 제가 알기론 제주도도 눈이 오고, 부산에도 눈이 내릴 때가 있어서 여기처럼 확실히 눈이 안 온다고 단언할 수 있는 곳은 없잖아요.
게다가 쉽게 눈 구경하러 다닐 수도 있구요.

 

물론 눈이 적게 내리는 지역은 있지만, 아예 안 내리는 곳은 아마 없을거야.

했더니, 완벽히 의심받았습니다. 흥4

"네가 잘 몰라서 그렇겠지. 어떻게 한 나라의 모든 지역이 다 눈 오는 지역일 수가 있어?"

"한국은 영토가 작아서 그럴 수 있어."

"아무리 작아도 그렇지, 캘리포니아보단 클 거 아냐?"


헉! 이 때 정말 한국말로 이렇게 소리칠 뻔 한 걸 참았지요.

안습아이구~ 다른 것도 아니고 상식을 이렇게 알뜰살뜰 절약하는 님을 보았나...!


여기까지 듣고 저는 라이언은 미국인 중에서도 하위 몇 퍼센트의 상식보유자(?) 라고 판단되서 입을 다물었죠.
그런데 라이언은 아마 자기 말이 맞아서 제가 가만히 있었다고 오해했을지도 모르겠어요. ^^;;

참고로 캘리포니아는 미국 Mainland에서 텍사스에 이어 두번째로 면적이 크고 남한의 약 4배 정도 됩니다.
하긴 이렇게 넓은 땅이니 평생 자기네 주 밖으로는 못 나가보고 죽는 사람이 많은 것도, 또 외국에 무심한 것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제가 글 첫머리에 억울했다고 쓰긴 했지만 알고 보면 낸시도 라이언도 모두 제 말을 의심할 만 하죠? ^^
저도 또 한번 '다른 나라나 문화의 이야기는 이렇게까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글은 개인적 경험담으로 미국이나 미국인 전체를 일반화하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