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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영국은 어쩔 수 없는 미국의 영원한 로망인가?!

by 이방인 씨 2012. 8. 8.

온 세계인의 눈과 귀가 런던을 향해 있는 요즘, 미국인들이 자국 선수들 못지 않게 주목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이 커플입니다.

누군지 금방 알아보시겠죠?
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2순위인 윌리엄 왕자와 그 부인 케이트 미들턴입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만큼 이들도 되도록 많은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영국인들이 이 선남선녀 커플을 좋아하는 것이야 두말할 필요 없지만 미국인들도 이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답니다.
왕자님과 평범한 아가씨의 사랑과 결혼이야기는 극강의 현대판 동화라고 볼 수 있으니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미국인들의 관심과 애정은 그 궤를 조금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부의 결혼식 Royal Wedding 이 있었던 날, 영국이야 온통 축제분위기였지만 솔직히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뉴스에서 한번 보고 지나가는 먼 나라의 왕자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미국의 저희 동네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결혼식 방송을 지켜보기까지 했답니다.
물론 마을이 떠들썩했던 정도는 아니지만, 이 결혼식을 앉아서 본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 후로도 며칠동안 Royal Wedding에 대해 수다를 떨었으니까요.
제 생각엔 세계 각국에서 모두 이 결혼식을 보도했겠지만, 미국처럼 아침 뉴스, 점심 뉴스, 저녁 뉴스로도 모자라서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보도한 나라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개막부터 지금까지 연일 미국의 미디어는 윌리엄과 케이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그녀가 입는 옷과 신발까지, 저로서는 왜 이것이 뉴스감인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도 인기 폭발이더군요.
물론 아름답고 기품있는 그녀의 매력도 한 몫 했겠지만 미국인들의 영국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이기도 하죠.

미국은 치열한 독립전쟁을 거쳐 겨우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얻어냈으니, 외국인인 제가 얼핏 생각하면 영국이라면 지긋지긋할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다르더군요.
미국인들은 영국을 굉장히 동경합니다.
물론 자국이 신생국가이기 때문에 유장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유럽을 전반적으로 선망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히 영국에 대한 동경은 거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제 대학시절 친구는 부모님과 유럽 여행 3주를 하고 돌아와서 감회에 젖은 눈으로 말하더군요.

부모님과 버킹검궁앞에 갔을 때 거기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어서 눈물이 났어.

이런 미국인들의 영국에 대한 동경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영국 액센트를 좋아해서 영국 배우들이 인기가 많은 것이나, 혹은 미 동부의 상류 사회에서는 영국식 파티와 에티켓 문화가 곧 품격이라고 여기는 것 등등이 단적인 예죠.
미국의 시트콤 같은 것을 보면 간혹 미국인이 일부러 영국 액센트로 말하다가 친구에게 딱 걸리려서 무안을 당하는 이런 장면들도 등장합니다.

너 왜 갑자기 영국 액센트로 말하는건데?

응, 그냥 있어보이려고.

바로 이게 핵심입니다.
미국인들에게 영국은 미국에는 없는 것이 있는 나라인 것이죠.
잘 생긴 왕자와 아름다운 왕자비가 상징하는 것은 바로 영국이란 나라의 정통성입니다.
아무리 세계 최강국이 되어도 가질 수 없는 그것이, 미국인들의 컴플렉스인가 봅니다.
냉정히 말하면 미국은 이유야 어쨌든 영국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 원주민들을 죽이고 빼앗은 땅에 건국한 국가이니까요.
그리고 그 사실은 미국과 영국 국민들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영국은 이제 미국의 힘에 밀린 지 오래됐다고 하면서도 영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미국인들이나, 힘만 세졌을 뿐 전통이 없다며 미국을 멸시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하는 영국인들이나 제 눈에는 그저 재밌네요.

예전에 제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영국의 한 고등학교였는지, 대학교였는지 한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미국 하버드 대학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캠퍼스 안내를 맡고 있는 학생의 인솔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죠.
가이드 학생은 늘상 해오던 대로 캠퍼스를 한바퀴 돌다가 100년이 넘은 건물앞에서 그 역사를 설명했더랍니다.
듣고 있던 영국학생이 질문하기를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신축건물만 보여주시네요. 이런 것말고 좀 볼만한 오래된 건 없나요?

그러자 하버드 대학의 가이드 학생왈,

어엄....이게 제일 오래된 건물이예요................................삐질삐질....-.-;;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꾸며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만 영국과 미국 사이를 잘 드러내는 이야기죠?
아무리 미국에 살고 있어도 뿌리가 미국이 아닌 저로서는 온전히 이해못할 이야기지만, 늘 자부심 빵빵 자만심 최고인 미국인들의 컴플렉스가 흥미롭게 느껴져서 포스트 해봤습니다. ^^
더운 날씨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늘 말씀드리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사람마다 다르니 이 글이 미국 전체를 일반화하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