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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고개 갸웃거리게 되는 미국 백인들 문화

by 이방인 씨 2012. 7. 21.

며칠전에 한국의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이해 못하는 한국 문화' 에 대해 소개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방송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내용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이열치열 문화를 도통 이해 못하겠다는 대답을 했다네요.
저도 한국인이지만 이열치열이라는 말을 알고만 있을 뿐, 실제로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찜질방에서 땀을 내거나 해 본 적이 없으니,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게 보일 법도 하네요. ^^

그래서 저도 오늘의 포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름하며 제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미국 문화입니다.
"제가" 라고 앞 부분에 붙인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단상이며, 모든 것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제 글이 미국 문화 전체를 일반화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힙니다.

아니, 그렇게 태닝을 좋아하면서 도대체 왜??

햇살 좋기로 유명한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캘리포니아에 살다보니 공원에라도 나가면 자주 보게되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풀밭에 한가로이 누워 윗통 벗고 선탠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모습이죠.
태닝하려고 누워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조깅을 하면서 태닝도 함께 하려고 헐벗은 채 달리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풑밭에 누워있든, 벗고 달리든 자외선에 약한 백인들에게 자연 선탠은 그다지 건강한 습관이 아니랍니다.
세 인종 중 백인들의 피부암 발병률이 월등히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하얀 피부에 자외선은 최대의 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들은 Tanned Skin 을 선호하는데요.
구릿빛 피부가 몸매를 실제보다 탄력있게 보이고 하고, 건강한 섹시함을 풍긴다는 이유 때문이죠.
외모에 있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헐리웃 스타중에도 Tanned Skin 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프렌즈의 스타 Jennifer Aniston과 베컴의 부인 Victoria Beckham이 있죠.

빅토리아 베컴 (물론 그녀는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 출신이지만요) 의 경우 간혹 '이 여인은 흑인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사진마저 있는데요.

이런 유명 스타들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집 근처 공원에 가서 누워 태닝을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죠?
그래서 그들이 종종 이용하는 것이 바로 Tanning Bed 라고 하는 인공태닝 기구입니다.

태닝 베드를 이용하다가 잠깐의 실수로 볼만한 얼굴이 되버린 킴 카다시안의 사진입니다.
이런 간편한 인공태닝이 피부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 새로이 각광받은 것이 바로 Spray Tan 이라고 하는 방법입니다.

태닝한 것처럼 보이도록 어두운 색깔의 스프레이를 몸에 뿌리는 것입니다. -.-;;
Fake 이긴 하지만 피부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이유로 많은 스타들과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오늘 포스트를 위해 인터넷 조사를 좀 해봤더니 헐리웃의 대표 문제아 Lindsay Lohan 은 각종 Fake Tan 을 섭렵하며 무려 $70000, 한화 약 8천만원을 쏟아부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아놔~그 돈 반만 줘도 내가 우리집에 있는 아크릴 물감으로 자연스레 칠해줄텐데...아주 여~영원히 안 벗겨지도록....

린지 로핸뿐만 아니라 Celebrity Fake Tan 이라고 검색하면 헐리웃 유명 여배우들이 마치 집에 큰 우환이라도 있는 것 마냥 부자연스러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타들이 하는 것은 한번쯤 다 따라해보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정일텐데요.
그러다보니 미국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도 Spray Tan 을 종종 한답니다.
제 백인 친구중에도 가끔 하루 아침에 인종전환수술을 하고 오는 아이가 한 명 있죠. 

그런데 사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 이해하기 싫은 것은 이들의 태닝 사랑이 아닙니다.
자연태닝, 인공태닝, Spray 태닝까지 할 정도로 어두운 피부를 좋아하면서 '모태 피부미남미녀' 인 유색인종들을 차별하는 것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이죠.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을줄로 압니다.

그거랑 그거랑 같냐?

물론 "그거" 랑 "그거" 는 본질이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가 하얗다는 것을 내세워 수백년간 유색인종을 탄압하고 차별한 백인들에 대한 얄미움이라고나 할까요.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유럽의 식민지 개척시대까지만 해도 백인들은 피부가 하얀 것이 실제로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인종의 특성이라고 믿었답니다. -.-^
지금도 여전히 입 밖에 내지만 않을 뿐, 속으로는 유색인종을 멸시하는 백인들도 많고 또 미국사회에는 유색인종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구요.

저는 이에 관련해 난처한 상황에 빠진 적이 한 번 있답니다.
백인 친구 2명과 흑인 친구 1명, 그리고 저까지 4명이 가운데 파라솔이 꽂혀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햇살이 너무 강해서 따가울 정도가 되자 백인 친구중 한 명이 파라솔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저에게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와. 너 그러다 피부 다 탄다.

아마 그 친구는 본인이 백인이라 자외선을 조심하는 평소의 습관대로 저한테 자외선을 피하라고 이야기 해 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때 듣고 있던 흑인 친구가 갑자기,

그러면 어떻다는 건데? 피부가 타면? 뭐, 흑인처럼 된다고?

허억~! 왜 이런 전개가 된거지????
제가 짐작을 해보자면, 그 흑인 친구는 백인들이 자외선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해서인지 아니면 평소에 백인들에게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감정 때문인지 날카롭게 받더라구요.
백인 친구는 그게 아니라며 오해하지 말라고 당황하고, 가운데 껴 있던 저는 '어떻게 처신해야 이 바닐라 초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드랬죠.
뜨거운 햇살에 바베큐가 되어가고 있다가 줄줄 흐르는 땀 때문에 수육으로 조리 방법이 바뀌었다고나 할까요...ㅠ.ㅠ
결국은 백인친구가 캘리포니아에서는 10시부터 2시사이에 자외선이 가장 강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해명까지 해가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휴우~ 

제 친구들은 20대의 젊은이들이었는데도 이런 의도치 않은 오해와 신경전이 있는 걸 보면 미국의 흑백갈등과 인종차별 문제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짜 태닝 좋아하기 전에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부터 없애면 참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