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아오~ 약올라! 한국 제쳐두고 일본 맹신하는 미국 교수님

by 이방인 씨 2012. 7. 2.

오늘은 제가 미국인 교수님 때문에 약올랐던 일화를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0년, 겨우 2년전이네요. 후후훗
저는 취미로 도자기 공예를 수강했었는데요.
그 강좌의 교수님은 미국의 굉장히 유명한 도예가의 제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즉, 교수님 자체는 별로 유명한 분이 아니셨단 말이죠. 크크큭
어쨌든 그 교수님의 사부님이신 Paul Soldner 라는 저명한 도예가는 작년에 작고하신, 미국에서는 손에 꼽히는 거장이셨죠.
그 분이 직접 개발하신 물레도 있고, 무엇보다 American Raku 라고 하는 도자기 굽는 법을 고안해내셨거든요.
여기서 Raku 는 일본말의 '라쿠' 로 일본의 전통 도자기 굽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을 미국식으로 변형하고 발전시킨 것이 American Raku 인데, 현재 미국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죠.
그런데 이 거장 사부님이 아마도 일본자기를 비롯한 일본 전통문화의 굉장한 매니아셨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제자들도 모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저희 교수님도 일본 도자기뿐만 아니라 분재, 가부키 등등 일본의 모든 것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아주 그냥 환~장을 해부러요~

그거야 뭐 교수님의 개인 취향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요.
문제는 그 교수님이 일본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역사적 사실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어느 날 강의중에 일본의 전통자기의 역사 슬라이드를 보면서 일본자기의 역사를 얘기하는데 이 교수님의 설명이 어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관절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고 또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영향'을 쏙 빼놓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단 슬라이드를 다 보고 난 뒤, 조명이 다시 들어왔을 때 제가 참지 못하고 말을 했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일본 전통도예의 기초를 다진 한국 도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잊으신 것 같습니다.

했더니, 너무 간단했던 교수님의 대답입니다.

아, 이건 일본 도자기 슬라이드니까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서.

일본자기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 도예의 영향도 소개하고 넘어갈 법 하지 않나요?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들이 일본의 도공들을 가르치며 일본 전통자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고, 또한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작자미상의 최고의 걸작들은 조선도공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을거란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라고 했더니 교수님은 "오 그래, 알겠네." 하시더라구요. ^^;;
저도 다른 학생들도 있는데 제 얘기만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사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앞으로 남은 수업에 어색해질 것 같아서 참고 있었죠.

그런데 한 2주쯤 지났을까요?
그 날도 역시 일본의 와비사비라고 하는 도자기들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십니다.
와비사비는 정교하고 완벽한 대칭이 들어맞는 형식이 아니라 자유롭고 실용적인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데요.
바로 이런 스타일의 도자기들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교수님이 이걸 설명하시면서 일본하면 대부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디자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와비사비 전통자기들을 보면 일본인들이 얼마나 천재적인 예술적 영감을 가진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고 극찬을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이 와비사비 도자기 역시 한국의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아 발전된 형태라고 합니다.
분청사기는 고려청자가 저물어 가고, 조선백자는 아직 꽃 피우지 못했던 조선 초기에 등장한 우리의 전통자기로 소박하면서도 전형성을 탈피한 혁신적이고 자유분방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교수님이 극찬한 "천재적인 예술적 영감" 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선조들었다는 말씀!
아~! 그런데 너무 안타까운 것이 제가 나름대로 인터넷도 뒤져보고 했지만 도예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서 할 말을 못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교수님의 머리속에는 이미 일본인 = 도자기의 신 이라는 공식이 콱 박혀있는 바람에 본인의 맹신과 다른 사실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상태인 것 같더라구요.

아오~ 약올라! 이 분 도대체 일본 정부에서 매달 조공이라도 받으시나?

교수님 혼자 그렇게 광신하고 계신 것은 그렇다쳐도 그 분이 가르치는 셀 수 없이 많은 미국인들도 다 저런 생각을 주입당하겠구나 생각하니까 약올라서 잠도 안오더라구요.
뭐 한가지 다행인 것은 미국인들은 대체로 남의 나라 전통문화에 관심이 적어서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다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에만 열중하느라 교수님의 일본자기 예찬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약올라 죽겠는 사건(?)을 겪으며 저는 또 한번 한국의 부족한 국가홍보력에 낙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나라든 서양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뼈저리게 느껴보셨을테지만 한국의 인지도가 너무나 초라합니다.
요즘은 K-POP이나 드라마덕에 한류붐이 부는 나라도 있다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는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역시 주목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처럼 교포로 살고 있는 재외한인들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구체적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만 광범위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광복과 한국전쟁이후 한국은 경제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반면, 전통문화의 보존과 홍보를 소홀히 한 결과, 지금 중국과 일본에 현저히 뒤쳐지는 문화인지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제 마침 한류붐으로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뜨겁다고 하니,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한국에는 K-POP이나 드라마말고도 훌륭한 문화가 많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활기찬 월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