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영어는 자기밖에 모르는 언어?! 미국인들이 자기중심적인 이유

by 이방인 씨 2012. 6. 16.

제가 처음 미국에 와서 현지 회화를 배울 때, 조금 개운치 않게 느꼈던 말이 있습니다.
문법적으로도, 발음상으로도 어렵지 않은 평범한 말인데요.

Do I know you? 라는 표현입니다.

이 문장은 직역하면 "내가 당신을 아나요?" 가 되는데 모르는 사람이 알은체를 할 때 묻는 말입니다.
한국식으로 다시 고치면 "절 아시나요?" 가 된답니다.
도무지 기억에 없는 사람이 인사를 해오거나 알은체를 할 때 한국에서는 "죄송하지만 절 아시나요?" 라고 묻는데 미국에서는 "내가 당신을 아나요?" 라고 정반대로 묻습니다.
한국식은 상대방이 나를 알고 모르고가 기준이 되는 반면 미국식은 자신이 상대방을 알고 모르고가 기준이 되는 질문이죠.
그리고 이 짧은 질문 속에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흔히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이라 하면 아마도 서술어와 목적어의 어순이 반대라는 것을 떠올릴 텐데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문법이나 언어의 구조적인 차이점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번뜩 머리를 스쳐지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한국어와 영어의 비교로 알 수 있는 한국과 영어권의 문화차이

미국인들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 '개인주의' 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인주의라는 건 기본적으로 행위의 기준이 자기중심이고, 또한 사람에 따라 이기주의로까지 번질 수 있는 인생철학이죠.
그래서인지 미국인들 중에는 악의 없이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생각이나 행동의 주체와 기준이 늘 자기자신이라는 뜻입니다.
"악의 없다" 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러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런다기 보다는 그저 사고의 틀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것 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어느 다큐멘터리에 나온 그림을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 사진과 두번째 사진의 다른점을 눈치 채셨습니까?
첫번째 사진에는 5명 전원이 웃는 얼굴이지만 두번째 사진은 가운데 사람을 제외한 4명은 찡그린 얼굴이죠?
이 두 사진에서 가운데 남자가 행복해 보이냐는 질문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인들은 두 사진 모두에서 그렇다고 답한 반면 집단을 중요시하는 동양인들은 두번째 사진에서 가운데 남자는 행복하지 않다라고 대답했다는군요.
이렇듯 서양인들 (이 글에서는 미국인들) 은 이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상황을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쓰는 말에서도 그 성향이 잘 나타나 있는데요.
앞서 등장했던 Do I know you? 가 바로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늘상 모든 행위의 주체는 자기자신이 되어야 하는 영어권의 문화가 잘 반영이 된 표현이죠.
제가 언젠가 사회학 토론 강의 중에 이 얘기를 넌지시 하며 미국과 한국은 '자기자신' 을 인식하는 성향이 다르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나 자신' 을 온전히 자기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반면 한국에선 '집단 속의 나' 역시 나 자신을 정의내리는 중요한 일부라고 하자 미국인 교수님과 학생들의 반응이 참 재밌었습니다.
모두들 "아~~!" 하며 생전 처음 깨달았다는 얼굴이었거든요. ㅋㅋㅋㅋ
평소 외국어를 전혀 못하고, 외국 문화에 무지하다는 혹평을 자주 듣는 미국인들이니만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문화적 차이였기 때문이죠.

이 뿐만 아니라 동양인 유학생들이 미국 학교에서 에쎄이를 쓸 때 종종 지적받는 것이 바로 Passive Sentence 라고 하는 건데요.
번역하면 수동적 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은 주로 피동사를 사용하면 듣게 되는 지적입니다.
우리말로 예를 들자면 "나는 ~한 느낌을 받았다" 는 수동적 문장이 되는 것이고 "나는 ~라고 느꼈다" 는 능동적인 자기주체적인 문장이 되는 것이죠.
또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는 수동적 문장이지만,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는 능동적 문장이 됩니다.
수동적 문장을 사용해도 문법적으로는 전혀 틀린 곳이 없지만 미국인들은 이러한 문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위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 라는 수동적 자세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같은 상황을 두고도 미국식 표현과 한국식 표현은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도 이민 초기 학교에서 쓴 에쎄이를 보면 선생님께서 늘 passive sentence 는 피하라고 적어주신 부분이 많이 보인답니다.
그 당시 저는 미국식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장을 고치면서도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학교 다닐 때, review 해주느라 친구들 글을 읽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했다" "나는 ~라고 생각한다" "나는 ~~" "나는~~" 아주 그 놈의 "나" 소리에 지겨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그런데 아마 제 친구들 반대로 제 글이 재미 없었겠죠. ^^;;

간디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결정 짓는다.

 

나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서구인들의 생각이 그들의 언어를 낳고 그 말은 또 그들의 행동과 습관, 운명을 낳았으니 그것이 곧 그들의 문화겠죠.
이런 걸 보면 미국인들이 개인주의 성향을 지니게 된 것은 자기중심적 언어인 영어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또 영어가 그렇게 된 까닭은 애초에 그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니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말입니다. ^-^

오늘은 영어와 한국어로 살펴본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써 봤습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모든 미국인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며 또한 글에 자주 등장하는 '자기중심적' 이라는 표현은 '이기적' 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