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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 미국인들은 겁쟁이!

by 이방인 씨 2012. 6. 11.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그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혹시 전편을 못 보신 분들 계신가요?

2012/05/04 - 내가 만난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2012/05/05 -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그들의 순진함에 대하여
2012/05/30 -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 그들의 효도에 대하여

오늘은 그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겁쟁이들인가에 대해 쓰겠습니다. ㅋㅋㅋ
시작하기전에 오늘도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은 사람나름이니, 미국인들이 전부 이렇다는 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고, 계속 읽어보실까요? ^-^
제가 느끼기에 그들은 대표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무서워합니다.

 

첫번째 - 세균

미국인들은 각종 박테리아와 세균에 조금 심하다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입니다.
13년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마켓에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생필품이 바로 알콜이 들어간 손 세정제였습니다.
손 세정제는 이제는 한국에서도 물론 시판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듣도보도 못했던 물품이었거든요.

이름부터 아주 확실하게 germ (세균) X 라고 쓰여 있네요.
여기는 다양한 종류의 손 세정제들이 건물이나 마트, 상점, 학교, 심지어 공원이나 놀이터에도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세균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화장실에 종종 붙어있는 '올바른 손 씻는 방법' 이라는 안내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바른 손 씻는 순서

1. 손 닦을 일회용 페이퍼 타올을 미리 준비한다.
2. 물을 튼다.
3. 손바닥과 손가락 구석구석을 최소한 20초간 비누칠한다.
4. 손을 헹군다.
5. 페이퍼 타올로 손을 닦는다.
6. 손을 닦은 페이페 타올로 수도꼭지를 잠근다.
7. 페이퍼 타올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간다.

저는 처음에 미국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들이 손을 다 닦고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보고 생각했드랬죠.

 

요런, 정신이 콸콸 새는 녀석들! 니네 나라가 부자라고 모든 지구인의 물을 낭비할테냐!

 

그런데 그게 아니라 미국에서는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수도꼭지를 만져서 다시 세균이 묻는 것을 염려해 손을 페이퍼 타올로 다 닦을 때까지 물을 그냥 틀어놓는 것이었습니다.
타올로 손을 다 닦은 후에야 그 타올로 수도꼭지를 잠그고, 역시 그 타올로 화장실 문을 잡고 열고 나가면서 휴지통에 버리더라구요.
솔직히 처음에는 '아~따, 유난들 떠는구만...' 싶었는데 여기서 오래 살았더니 저도 적응이 되서 그런지 손을 닦은 후 맨손으로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화장실문을 잡게 되지 않더라구요.
특히 공중 화장실의 경우, 너무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니까 더더욱 예민하게 손을 닦는 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심할 때는 자기 손만 깨끗이 닦은 후, 더럽다고 아예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고 수도꼭지조차 안 잠궈서 물을 그냥 틀어놓고 나가는 경우도 꽤 봤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으면 차마 그런 짓은 못하니까, 아무도 없을 때 그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고 빠져 나가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빈 화장실에 물만 콸콸 틀어져 있는 경우를 종종 봤답니다.
물론 13년간 한 열댓번 목격한 정도니 소수의 일이지만, 그걸 볼 때마다 속으로 생각이 들더라구요.

 

공중매너 좋다고 선진국민 선진국민하는데....
이 사람들중에도 남이 볼 때만 선진국민인 사람들이 있구나!

 

크나큰 깨달음이었답니다. ㅋㅋㅋ
더 웃긴 것은, 손 닦을 때는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열과 성을 다해 씻고 세정제를 바르고 하면서 정작 때가 줄줄 흐르는 가방이나 신발은 '평생 한 번은 빠는건가' 싶을 정도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요컨데 자기네 몸에 직접 닿는 것만 깔끔을 떠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어디서 들으니 인간의 신체야말로 세균 덩어리라죠? ㅋㅋㅋ

 

두번째 - 벌레

저는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벌레에 대한 공포가 조금쯤은 우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인들은 특히 바퀴벌레를 참 무서워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꺅꺅 소리지르며 무서워합니다.
제가 바퀴벌레가 되보질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바퀴벌레는 이런 심정일 것 같아요.

 

펄쩍 뛰는 너한테 밟힐까봐 내가 더 무섭거든요. 님아 자제요....

 

솔직히 제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에서는 가정집에서 바퀴벌레 나오는 일도 잦았거든요.
심지어 동네 어른들이 이 잡는다고 머리에 약 뿌리시는 것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쌀벌레도 빼놓을 수 없구요. ^^;;
이렇게 어릴 적부터 벌레를 많이 보고 자라온 덕분(?)인지 저는 벌레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데요.

반면 미국은 세계 다른 여러나라에 비해 일찍 먹고 살 만 해졌기 때문인지 위생의식도 일찍 발달한 탓에 집안에서 벌레 나오면 호들갑을 떨어요. ㅋㅋㅋ 
하지만 미국 집들이 오히려 앞뜰 뒷뜰에 나무나 풀이 더 많으니까 집안으로 벌레가 들어올 확률도 더 많고, 또 해충 제거를 돈 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벌레들이 또 집안에 들어오곤 하죠.
그럴 때마다 기겁할거면 차라리 거미를 집에서 키우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또 벌레라고 다 싫어하는 것도 아닌 것이 재밌습니다.
오히려 야외 풀밭이나 숲속에서 찾을 수 있는 큰 곤충이나 벌레들은 참 좋아하고 잘들 잡고 놀더라구요.
이것도 어찌보면 손이나 몸만 열심히 닦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네 집안에서만 벌레에 기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번째 - 처음보는 음식

미국은 음식문화가 발달을 안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은 처음 접해보는 음식은 먹어보기도 전에 겁을 잔뜩 집어먹어서 아무것도 안 먹고도 배가 터질 지경이 됩니다.
그리고 자국이 세계최고 위생국이라고 (하긴 저렇게 유난을 떠니까요...) 생각해서 그런지 외국에서 온 음식들은 더 무서워해요.
예전에 제 포스트에 한번 등장했던 저희 이웃집 크리스는 저희집에 놀러왔길래 오빠가 한국 라면을 끓여줄려고 했더니 라면 포장 뒷면을 한 5분이 넘도록 정독하고 (수출상품이라 영어로 적혀 있었거든요.) 뜯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마지막으로 묻더라구요.

 

이거 FDA (미국 식약청) 에 허가 받은거야???

 

자국의 국가기관을 실제로 어느 정도 신뢰하는 (이럴수가!! 세상에 이런 일이??!) 미국인답게 FDA 에서 수입 승인한 거라고 했더니 그제야 안심하고 먹더라구요.
그리고는 한번 먹고나더니 그 다음부터는 우리집에만 오면 라면 끓여달라고 조르더군요.
나중엔 오빠가 없을 때도 저한테 라면 얻어먹고 싶다는 티를 하도 내서 속으로 웃었죠.

 

아이구~ 먹으면 황천길 갈 것처럼 의심할 때는 언제고, 이젠 못 먹어서 안달나 죽겠구나..

 

다른 미국 친구들도 대부분 처음에는 비슷한 반응입니다.
아시안계 친구들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집안에서 자기들 나라의 전통음식을 먹어봐서 그런지 동양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에 별로 거부감이 없지만, 미국에서 햄버거랑 감자 따위나 먹고 자란 미쿡인들은 외국 음식만 보면 겁을 내요.

한번은 학교에서 수업 마지막날 학생들이 각자 음식을 해와서 먹는 Potluck 을 했었는데 저는 어머니가 잡채를 맛있게 해주셨습니다.
학생이 한 20명 정도 됐었는데, 백인이 12명, 그리고 외국 출신이 8명이었죠.
백인들은 당연히 자기네 음식인 피자, 샐러드, 브라우니 등등을 가져왔고 저를 비롯한 외국 출신들은 다양한 고기요리, 생선요리, 카레 같은 전통 음식을 준비했죠.
잡채는 아시안 친구들은 한국 TV에서 봤다며 눈에 불을 켜고 먹더라구요.
그런데 백인 친구들은 손도 대지 않고, 열댓가지가 넘는 다양한 음식들 중에 그들이 가장 좋아해서 동이 난 것은 바로 도넛과 피자였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각종 외국의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한 잔치에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김밥과 떡볶이인 것과 마찬가지인거죠.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미국인들은 대체로 음식에 대한 모험심이 없는 편입니다.
자기들이 익숙한 음식만 엄청난 양으로 먹어대죠.
제가 미국음식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도 미국인들이 단골로 묻는 질문이 바로 

 

Is that white fish?  흰 살 생선인가요?

 

이 사람들은 생선이나 닭고기를 먹을 때 하얀 부위가 아니면 거부감이 있더라구요.
흰 살 생선이냐고 물어서 식당에서 서브하는 생선 메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생선 이름을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무슨 생선인지 상관없고 무조건 흰 살 생선이면 된다고 합니다.
닭을 먹을 때도 살이 하얀 부위냐고 자주 물어봅니다.
닭의 하얀 살이란 건 그 맛없다는 닭 가슴 부위죠. -.-;;
가슴살을 기름에 튀겨서 소스를 엄청나게 발라 먹으니까 다이어트를 위해 닭 가슴살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이 하얗게 때문에 선호하는 거랍니다.

정말 재밌는 사실은 유독 백인들이 흰 살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죠.
같은 생선 요리를 시켜도 백인들은 살이 하얀 대구를 선호하고, 흑인들은 붉은 빛이 나는 도미나 살이 더 어두운 메기를 좋아합니다.
백인들은 고기나 생선도 흰 색이 아니면 꺼리고 먹지 않는 부위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들이 와서 주문하고 흰 고기냐고 묻고 안심할 때마다 저는 가끔씩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식인종이 존재한다면, 그들도 너희처럼 흰 고기만 먹었으면 참 좋겠구나....

 

앗! 너무 무서운 농담이었나요? ^^;;

오늘은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미국인들의 의외의 겁 많은 모습에 대해 써 봤습니다.
흥미롭게 보셨나요?
활기찬 한주 시작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